인연에 대하여, 그 첫 번째 이야기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거라 생각했던 남편과 이혼을 결정한 지 어느새 1년이 다 돼간다. 오직 이 사람과 같이 있기 위해 언어도 문화도 모르는 프랑스로 왔건만 우리의 인연은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결국 끊어져 버렸다. 하지만 그 인연은 부부로서의 인연이지, 우리는 아직도 매일 만난다. 같이 살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한 아이의 아빠고 엄마다. 그 아이는 그에게나 나에게나 똑같이 소중해 우리 둘 사이에 생겨버린 부모라는 끈은 끊으래야 끊을 수가 없다.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 하는 그날까지 계속될 인연이기에 나는 그와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
그렇게 생각을 했건만... 마음은 그리 쉽게 따라주질 않는다. 그는 전과 크게 다를 게 없다. "Ça va?"라고 말을 건네며 안부도 자주 묻고 농담도 하지만 나는 전남편을 대할 때 내 마음이 굳게 닫혀있음을 느낀다. 용건만 간단히 전달한 뿐, 그 어떠한 감정적인 교류도 하고 싶지 않고 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나아지겠지 싶었는데 굳게 닫혀버린 그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 속은 아직도 엉망진창이다.
그는 최근 우울해진 내 모습을 보고 필요하면 대화하자, 도와줄 수 있게 있으면 알려달라고 말한다. 좋은 의도로 도움을 주려고 하는 건 안다. 그건 고맙다. 하지만 아마 모를 것이다. 그의 상냥함이 날 얼마나 괴롭히는지. 그 순간마다 눈물이 쏟아지는 걸 주체하지 못해 내가 얼마나 비참해지는지. 그는 여자친구가 있다. 새 출발을 이미 했다. 그리고 그와 그런 속 깊은 얘기는 더더욱 나누고 싶지 않다. 부부였을 때도 내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는데 지금이라고 그게 달라질까. 아니면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내가 비뚤어져 있는 걸까.
나는 뒤죽박죽인 이 마음을 정리하고 싶다. 다만 어떻게 어디서부터 정리를 하면 좋을지 모를 뿐. 나는 그 답을 찾기 위해 아직도 헤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