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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루 Dec 20. 2023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엄마였네

엄마를 소재로 한 추천 도서 3권

서정주가 말했습니다.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라고. 제가 말합니다.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엄마라고. 엄마와 함께 사는 동안 저는 엄마의 헌신을 뻔뻔히 이용하며 자라왔는데요. 엄마를 생각하면 갖가지 감정이 뒤섞이다가 끝내는 막막해집니다. 그런 날엔 문득 엄마를 소재로 한 책을 읽고 싶어지는데요. 불 속성 효녀가 추천합니다. 엄마를 소재로 한 추천 도서 3권!


1. 천국까지 100마일, 아사다 지로

아사다 지로의 소설 <천국까지 100마일>에는 고생고생해서 아들딸을 키웠지만 다 자란 자녀들에게 외면당하는 가난한 어머니가 나옵니다. 잘 나갔을 때는 어머니를 잊고 지냈던 막내아들도 망하고 나서야 비로소 어머니를 찾는데요. 심장병을 앓고 있는 외로운 어머니를 돌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방관하는 형과 누이를 막내아들이 비난하자, 어머니는 아서라며 막습니다. 형과 누이 주변에는 늘 풍요로웠던 사람들만 있기 때문에 어린 날의 가난을 떠오르게 만드는 엄마를 멀리하는 것은 자연스럽다는 것인데요. "나는 가난한 너의 부양을 받고 싶지 않고 부자인 너의 버림을 받고 싶다."는 어머니의 마음을 언젠가는 이해할 날 올까요?


2.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이슬아

<일간 이슬아>의 주인공, 이슬아 작가의 책입니다. 책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요. 엄마를 '엄마'가 아닌 '복희'로 지칭하는 점도 좋았고, 부모와 자식 간에 나누기 어려운 주제로 편하게 대화가 가능한 모녀 사이인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이 책은 '복희'라는 이름을 가진 60년대생 엄마와 90년대생 딸 '슬아'가 울고 웃으며 살아온 기록이 만화와 함께 그림 에세이로 담겨 있는데요. 엄마와 딸, 서로가 서로를 고를 수 없었던 인연 속에서 어떤 슬픔과 재미가 있었는지 말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작가는 복희의 품 안에서 자라고 그녀의 이웃으로 지내면서 그녀로부터 온갖 종류의 행복의 모양을 배워왔다고 하는데요.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의 우정 이야기가 따뜻하게 와닿습니다.


3.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첫 문장부터 강렬하게 시작하는 이 책은 앞서 소개한 책 중 가장 유명한 책이 아닐까 싶은데요. 지하철역에서 아버지의 손을 놓치고 실종된 어머니의 흔적을 추적하며 식구들 각자가 본인만의 엄마를 추억하고, 그 속에서 조금은 낯설지만 진정한 엄마를 발견해 나가는 모습을 절절하게 그려낸 신경숙의 장편 소설입니다. 제가 이 책에서 제일 좋아하는 구절을 공유하며 책 소개를 마칩니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 스며드는 거 아닐까, 합디다.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 지금 일어나는 일은 지난 일들과 앞으로 일어날 일들과 다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고 당신은 생각하오? 아무도 당신이 내 인생에 있었다고 알지 못해도 당신은 급물살 때마다 뗏목을 가져와 내가 물을 무사히 건너게 해주는 이였재. 나는 당신이 있어 좋았소. 행복할 때보다 불안할 때 당신을 찾아갈 수 있어서 나는 내 인생을 건너올 수 있었다는 그 말을 하려고 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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