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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루 Sep 21. 2023

잘 싸우는 사람은 스스로 망한다

직장 또는 동창 모임 등에는 잘잘못 따지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두 명 있다. 이들은 언변이 좋아서, 미사여구로 상대방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다. 이런 뛰어난 능력이 있다니 이들이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다. 이들에게 오기 장군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역사서의 기록만 가지고 전 세계에서 가장 전쟁을 잘한 장수를 뽑는다면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오기 장군이 될 것이다. 오기* 장군은 부하의 엉덩이에 난 종기를 입으로 빨아서 군사의 충성심을 얻었다는 일화로 유명한데, 역사서를 종합하면 평생 76번의 대규모 전투에 참전하여 64번을 승리하고 12번을 무승부 한 무패의 장수이다. 이런 전쟁의 신이라 할 수 있는 오기 장군의 병법서는 중국의 3대 병법서로 지금까지 전해오고 있으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천하가 싸움에 휩쓸렸을 때, 5번 이긴 자는 화를 면치 못하고, 4번 이긴 자는 그 폐단으로 약해지고, 3번 이긴 자는 패권을 잡고, 2번 이긴 자는 왕이 되며, 단 1번 이긴 자가 황제가 된다." 

전쟁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군사와 식량 등 엄청난 자원을 소모한다. 그렇기에 전쟁을 많이 하면 그 자체로 국력이 약해지게 된다. 역사 속의 강력한 제국들은 전쟁에서 무너지기보다는 계속된 전쟁으로 국력이 약해져 스스로 무너진 경우가 더 많다. 이와 같이 일상에서 다툼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자신의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소모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약점이나 꼬투리를 잡아 공격하여 통쾌함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소모된 자신의 에너지와 시간이 그럴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상대방은 마음속으로 그날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고 칼날을 갈고 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소심한 복수들이 자행되고, 험담이 시작될 것이다. 


모든 병법서에서 공통으로 말하는 최고의 전술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싸워서 이길 수 있기 때문에 싸우는 사람은 하수 중에 하수이다. 이들은 싸움의 연속에서 스스로 망하게 된다. 똥은 무섭다고 피하는 것도 더럽다고 피하는 것도 아니다. 똥을 상대하는 나의 소중한 에너지와 시간이 아까워서 피하는 것이다.  


일상에서 다툼을 하는 것은 자신의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소모하게 된다. 잘잘못을 잘 따지는 사람들은 꼬투리를 발견하면 놓치지 않고 이것을 잡고 늘어지게 된다. 그래서 통쾌하게 상대를 눌러 버린다. 이런 상대는 어떤 마음일까. 비록 이번에는 상대에게 눌렸으나, 마음속에는 다음에 큰 복수를 위한 칼날을 갈으면서, 보이지 않는 소심한 복수들을 자행해 나갈 것이다. 병법서의 기본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싸워서 이길 수 있다고, 싸움을 지속하는 자는 결국 스스로 망하게 된다. 똥은 무섭다고 피하는 것도, 더럽다고 피하는 것도 아니다. 내 시간과 에너지가 아까워 피하는 것이다. 현명한 사람일수록 하지 않을 일들을 하지 않는 것이다. 


어느 날이었다. 한 부서의 팀장과 팀원이 말다툼을 하다가, 조금씩 언성이 높아지더니, 결국 팀장이 서류판을 책상에 크게 내리치게 되었다. 모든 직장 동료들이 그들을 쳐다보았고, 그 팀장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나를 찾아왔다. 팀장은 아래의 사유로 자신의 부하직원에 대한 회사 차원의 조치를 요구하였다.    

업무 지시를 불이행한다.

평소 언행이 바르지 못하고, 불성실하게 업무에 임한다.

항상 시킨 것만 하려고 하는데, 대부분 시킨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팀원도 따로 불러 면담을 하였다. 그 팀원은 조목조목 그런 상황으로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면서, 누구라도 자기와 같은 상황이라면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장담하였다.      

지시가 불명확하고, 인심공격적으로 말을 하여, 같이 일하면 항상 기분이 나쁘다.

그 팀장님 밑에서 지난 5년 동안 2년을 버틴 사람이 없다.      모두 퇴직하거나 부서를 옮겨 갔다.  

사적 이익을 우선시한다 (불필요한 출장 다수, 상사에게 아부하기, 개인 비용을 회사에 청구하기 등)


결국 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물어뜯는 진흙탕 싸움을 하게 되었고, 팀장이 먼저 퇴사하였다. 이미 평판이 나빠질 데로 나빠진 그 팀원도 얼마 후 퇴사하게 되었다. 이런 싸움에는 승자도 패자도 남지 않게 된다. 당시 누가 옳았고, 틀렸는지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 싸움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서로에게 큰 흉터로 남을 뿐이다.  


어떤 경우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위법한 사항이 있다면, 반드시 소송을 통해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명백한 위법한 사항이라기보다는 관습적이거나, 논쟁의 여지가 있다면 소송까지 가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소송은 그 자체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법리적 논쟁을 위한 자료준비에 에너지가 소비된다. 변호사가 알아서 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의뢰인이 제공한 정보와 자료를 가지고 변호사가 변론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개인이 소송을 위해 사용하는 시간과 에너지는 큰 반면, 회사는 법무부서에서 담당자가 처리한다. 그 담당자는 자신의 업무 시간에 자신의 일을 하고, 내부 보고하고,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다. 소송이 회사의 경영에 영향을 줄 만큼 큰 금액이 걸린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소송은 큰 관심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회사와 소송을 준비할 때는 실익을 잘 살펴보아 진행해야 한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의 전술이라고 하면, 직장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적용이 가능할까? 보통은 프로젝트에 실패하거나 힘들 상황에 빠진 동료를 다독여 주거나 위로의 따뜻한 한마디를 던져 주면서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경쟁 상대가 명확하다면, 여론을 활용하거나, 경쟁자의 경쟁자와 연합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강력한 전술이 되기도 한다.  


외부에서 영입된 CEO가 조직 내 변화와 혁신을 불어넣으려고 하니, 조직 구성원들의 반발이 심했던 적이 있었다. 변화의 강도가 커질수록 저항하는 불만의 목소리는 커졌고, 점점 공식적인 회의와 미팅에서도 조금씩 나오기 시작되었다. 외부에서 온 CEO는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이 약한 것과 내부 반발에 대해 고민해오고 있었다.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2월 1일 회사 승진자 발표 결재란에 사인을 하지 않고, 시간을 끌기 시작했다.  

회사가 설립되고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어서, 인사팀과 직원들은 크게 동요되었다. 그렇게 승진자 발표는 계속 미루어졌다. 시간이 지나자 직원들은 신임 CEO가 자신의 승진여부를 결정하는 자임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되었고, 지금의 CEO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무도 승진시키지 않을 수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 직원에게 전달한 것이다. 기다리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시간은 나와 상대에게 동시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전략적 무기 중에 하나가 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쉽게 흥분하여 말싸움, 기싸움, 몸싸움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특히 싸워서 이길 수 있을 때, 싸울지 말지를 잘 고민해야 한다. 이길 수 있는 싸움을 계속 이기는 것은 자신의 에너지와 시간을 많이 소비한다. 그 싸움이 싸울 가치가 있을 때만, 자신의 에너지와 시간을 쏟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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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기(吳起, ~ 기원전 381년)는 중국 전국시대의 병법가이며, 장군이자 정치가이다. 본래 위나라 출신으로, 증자의 문하에 들어가서 유학을 공부하였으나 그와 의절한 후에는 병법을 공부하여 장군이 되었다. 이후 노나라 · 위나라 · 초나라 등 여러 나라를 전전하며 관직에 올라 전공을 거두어 명성을 떨쳤고, 최후에는 초나라 재상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장군으로서 사졸들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음식을 먹으며 언제나 고생을 함께 함으로써 그들의 충성심을 얻었으며 이 일화에서 "연저지인(吮疽之仁)"이라는 고사성어가 유래하였다. 그와 관련된 저작으로 《오자병법》(吳子兵法)이 전해지며, 동양의 고전 중에서는 《손자병법》과 더불어 가장 대표적인 병법서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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