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루 Sep 20. 2023

번아웃의 딜레마

당신이 시속 60Km로 열심히 달리고 있다고 하자. 그런데, 옆에 시속 70 km로 달리는 경쟁자가 있다면 당신은 뒤처져 보일 것이다. 당신이 그 경쟁자보다 더 빨리 달리기 위해서는 시속 80km로 더 힘껏 달려야 한다. 직장에 출근하면서 오늘 하루 대충 보내자고 하는 사람은 없다. 모두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저마다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당신도 직장에서 열심히 일한다. 그런데 다른 동료가 더 열심히 일한다면, 당신은 동료보다 뒤처져 보일 것이다. 당신이 직장에서 잘 나가는 인재가 되고 싶다면 힘껏 달려야만 가능하다. 그래서 직장에서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잘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굉장한 일인 것이다.  


몇 년 전 다른 회사로 이직한 부장 한 분과 식사를 하게 되었다. 이 분은 이직한 회사에서 R&D 분야를 새롭게 담당하게 되어 매우 바쁘다고 신세한탄을 하면서, 얼마 전에는 저녁 회식을 하다가 코피를 쏟았다는 일화를 이야기하면서 멋쩍어했다. 대기업으로 이직한 품격 있는 부장님이지만, 그 내막에는 빛과 그림자처럼 부단한 노력이 수면 아래에 있었다. 


직장에서 좋은 능력을 보여주는 사람들은 오랜 기간 부단한 노력을 쏟아 부운 사람들이다. 능력이라는 것은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붇기와 같다.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우선 확 쏟아부어야 한다. 그런 다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능력이 조금씩 녹슬고 퇴화된다. 이후 새로운 것을 배우고, 습득하기 위해 다시 한번 쏟아부어야 한다. 이렇게 매 순간 쏟아 붙기만 하면 곧 기진맥진하여 나가떨어지게 된다. 스스로 자신의 깜냥을 짐작하여 힘을 조절하고 기대치를 관리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번아웃을 피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 스스로 자신의 깜냥을 알기 위해서는 있는 힘껏 모든 것을 쏟아부어봐야 알 수 있다. 연못의 바닥 끝까지 가봐야 그 바닥의 깊이를 알 수 있는 것과 같다. 한 번도 번아웃을 경험하지 않고는, 자신의 체력, 에너지, 한계를 어떻게 관리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직원은 자신의 하루 업무량이 합리적으로 일정하게 주어진다면, 번아웃이 될 일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어떻게 업무라는 것이 매일 똑같을 수가 있는가? 로봇이 담당하는 업무가 아니라면, 매일 똑같은 업무량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자신의 업무량을 관리하는 것이 능력이고 연륜이다. 업무가 많다고 불평만 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제의 해결점은 반드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자신의 업무가 하루에 처리할 수 없을 만큼 많다면, 자신의 업무 중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와 가장 중요하지 않은 업무 3가지를 적어 놓고, 가장 중요하지 않은 업무를 순차적으로 하지 말아야 한다. 중요하지 않은 업무를 하지 않았음에도 일이 계속 많다면, 그것은 직무설계가 잘못된 경우이고 매니저에게 이슈를 제기하여 직무를 재조정하거나 퇴사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만약 가장 중요한 3개 업무와 가장 중요하지 않은 업무 3개를 적을 수 없다면 스스로 업무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일이 많고, 적음을 논할 시기가 아니다. 이것은 중학생이 고등학교 수학문제를 보고 이것을 어떻게 푸냐고 한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자신의 직무에 대한 기본적인 학습과 파악이 끝난 후에 업무량이 많고, 적음을 이야기할 수 있고, 그때야 비로소 번아웃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만성적인 상황인지 견적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는 시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번아웃은 없어도 문제가 되고, 있어도 문제가 된다. 이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는 당신의 몫이다. '신경 끄기의 기술'이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운동을 즐기는 사람은 멋진 몸을 갖고, 워커홀릭은 초고속 승진을 하며, 고된 연습을 견딘 아티스트는 무대 위에서 빛을 발한다. 

당신이 선택한 고통이 당신을 만든다  ('신경 끄기의 기술' 중에서) 


당신은 어떤 고통을 기꺼이 선택하겠는가? 




세상에서 가장 풍요로웠던 나라, 나우루 공화국 


나우루 공화국은 서태평양에 위치한 조그만 섬나라이다. 섬 일주 도로의 길이는 18Km로,  면적은 울릉도의 1/3 정도 크기이다. 이 작은 섬나라는 새똥의 배설물이 퇴적되어 만들어진 천연 인광석이 많았는데, 이것은 인산 제조, 의약품, 반도체, 세라믹, 실크, 섬유, 방충제, 설탕 정련, 폭약 등에 사용되는 귀중한 자원이었다. 인광석은 매우 비싼 가격으로 수출되었고, 나우루 공화국은 1960 ~ 1980년대까지 1인당 GDP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에 하나였다. 전 국민에게 고급 차량과 매년 1억원의 생활비가 지급되었고, 교육비와 의료비가 전액 무료였다. 신혼부부에게는 거실과 방 2개가 있는 집과 외국인 노동자 가정부가 제공되었다. 거의 모든 것이 무상이었고, 국민들은 세금을 내지 않았다. 인광석 수출로 벌어들인 막대한 수입으로 나우루 공화국은 거의 대부분의 노동을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했다. 심지어 국가 공무원도 외국인으로 고용했다. 이렇게 소설 속에서나 나올 법한 풍요로운 나라는 1990년 들어 인광석의 채굴량이 급감하고 마침내 2003년에는 인광석이 모두 고갈되자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국토는 인광성의 채굴과정에서 황폐해졌고, 해수면보다 낮아진 국토는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잠길 위험해 처해졌다. 국민들의 80% 이상이 비만과 당뇨병에 걸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었고, 오랜 기간 노동을 하지 않았던 그들은 나태함과 무기력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의 게으름은 다시 농사조차 짓지 못하게 만들었고, 지금은 호주의 원조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빈민국중의 빈민국이 되어 버렸다. 

매거진의 이전글 채용은 얼마나 정확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