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프린스턴 대학교 버튼 G. 맬킬 교수는 사회적으로 널리 회자될 원숭이와 펀드매니저의 수익률 대회를 설계한다. 우선 원숭이의 역할을 대신하여 눈을 가린 사람이 다트를 던져 선정된 주식에 투자하는 것과 펀드 매니저가 엄선한 주식 종목에 투자한 것의 수익률을 비교하였다. 수차례 실시한 수익률 비교에서 무작위로 선정한 주식들의 수익률이 펀드매니저가 구성한 펀드의 수익률보다 더 높게 나왔다. 이런 결과에 불편함을 가진 월가는 1988년에 다트보드 콘테스트를 개최하여 다트를 이용한 무작위 투자와 전문가의 투자를 수익률로 비교하였는데, 이 역시 무작위 투자가 더 좋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2022년 영국에서는 어린이, 점성술사, 투자전문가가 1년간 투자 수익률 대결을 펼쳤는데, 역시 어린이가 5.8% 수익률로 1등, 점성술사가 -6.2% 수익률로 2등, 투자전문가가 -46.2% 수익률로 3등을 하게 되었다. 이런 결과들이 알려주는 것은 투자 전문가들이 각종 매체를 통하여 그들의 전문성과 정보력이 우수하다고 포장하여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무작위 투자와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주식투자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기업의 채용 영역에서도 이런 현상이 유사하게 나타난다.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는 것은 모든 기업들의 중요한 화두이다. 먼저 인재 채용의 기술에 대한 근대적 연구의 발전은 2차 세계대전이 가져왔다. 미국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훌륭한 군인을 선발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이에 유수의 대학들에게 우수한 군인 선발 방법에 대한 연구를 의뢰하면서 본격적인 학문적 연구가 시작되었다. 특히 냉전시대에는 뛰어난 스파이 요원을 선발하기 위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다. 1970년대 이후에는 이런 연구 결과들을 기업에 적용하여 다양한 인재 채용 선발 방식과 기술이 개발되었다. 미국 기업들이 전 세계 각국에 진출하면서 그들의 채용 기술 또한 전 세계적으로 전파되었고, 한국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신입사원 채용 방식으로는 서류 심사, 인적성 검사, 면접 심사 등이 있다. 경력직의 채용에서는 인적성 검사가 빠지고, Reference check가 들어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과 크게 다른 점은 한국에서는 추천서를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채용 기술이 이렇게 발전해 왔는데, 이를 통해서 과연 얼마나 훌륭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을까?
각 회사마다 채용에 대한 노력의 정도는 다를 것이나, 채용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선발할 가능성은 무작위 투자와 펀드매니저의 투자 수익률 비교의 경우와 같이 그다지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채용이 단순히 사람을 뽑는 일이 아니고, 회사의 투자, 인재상 및 핵심역량 정립, 채용 인력의 적절성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첫째. 회사의 브랜드와 채용 홍보 투자비
우선 효과적인 채용이 되기 위해서는 지원자 후보군이 잘 형성되어야 한다. 즉, 우수한 인재들이 지원을 해야 우수한 인재가 선발될 수 있다. 그렇기 위해서는 우선 그 회사가 브랜드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인 취업 준비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채용 공고에 대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취업사이트의 전면에 채용공고를 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이런 비용을 감수해야 많은 지원자를 모을 수 있다. 그렇기에 한국에서는 채용 공고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공채 방식을 적용하고, 채용 홍보 효과를 극대화한다. 반면, 자금력이 부족한 회사의 채용 공고는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여기에서부터 우수인재 선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둘째, 회사 인재상과 역량 모델링
우수한 인재들이 지원하였다고 가정하였을 때, 이들 중에서 어떤 사람을 우수한 인재라고 분류할 것인가? 이런 우수한 인재를 분류하는 기준은 회사마다 다를 것이며, 이것이 바로 각 회사의 독특한 인재상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인재상이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매우 모호하거나 도전적 인재, 창의적 인재, 혁신적 인재라는 천편일률적 모습이 있다. 그리고 이런 인재상에 도달하기 위한 구체적인 역량 요소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자체적으로 이런 역량모델링을 실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로 외부 컨설팅 회사를 통해 인재상에 따른 하위 역량 요소들이 구체화되는데, 이 역시 큰 비용이 든다. 마지막으로, 인재상과 하위 역량이 구체화되었다면 이에 따라 인재를 선발해야 하는데, 많은 경우 면접관들이 자신들의 회사 인재상과 하위 역량 요소에 대해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인재상과 역량모델링의 실제 활용도는 매우 제한적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셋째, 채용 인력의 부족
공채를 기준으로 통상적인 채용 절차는 2개월 정도로 Timeline을 잡는다, 이 기간 동안 채용공고, 서류심사, 면접, 처우산정 등이 모두 이루어진다. 이런 빡빡한 일정에서 서류심사는 보통 7일~14일 이내에 완료한다. 문제는 이 기간 동안 수만 장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검토하기에 채용 담당자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연중 공개채용은 1회에서 2회 정도 진행 되는데, 이런 계절적 업무에 맞추어 인력을 산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통상 공채기간은 채용담당자가 연장근로를 하면서 일정을 맞추어 나가게 된다. 만약 당신이 인력도 부족한데, 짧은 기간에 연장근로를 하면서 수천, 수만 장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선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것이 채용담당자들이 처한 현실적인 상황이다.
넷째, 면접관들에 대한 교육 부족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구조화된 역량 면접이 준비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면접관이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질문을 하는 방법, 그리고 질문의 답변을 평가하고, 면접관들이 모여 calibration을 통한 결과 도출이 필요하다. 하지만, 바쁜 면접관들은 대부분 이런 면접관 교육에 참여하지 못하고, 통상 자신의 감에 따라 면접을 진행한다. 그리고 면접관중 가장 직위가 높은 사람의 의견에 반박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재 우리의 기업문화에 현실이다. 그렇기에 직무 적합성보다는 면접관 적합성에 더 영향을 받게 되고, 배치된 부서의 현재 상황적 요소에 적합한 사람이 채용되게 된다. 예를 들어 면접관에 마음에 드는 사람, 일 시키기 편한 사람, 최근 신입사원 이직이 많았으면 오래 다닐 사람을 뽑게 되고, 사수가 순한 사람이면 신입은 기가 센 사람으로 뽑아야지 하는 것이다. 통상 인터뷰를 통해 외모, 태도, 겸손함 등을 본다. 잠재능력, 재능 등은 짧은 면접시간에 제대로 평가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다섯째, 통계적 검증의 한계
채용이 잘 진행되었는지 아닌지 통계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채용된 사람과 채용되지 않은 사람이 회사에 같이 근무하면서 이들의 평가결과를 장기간 비교를 통해, 회사의 채용 시스템을 통해 입사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어느 정도 우수한지 검증을 하면 된다. 여기서 본질적인 문제는 회사에 채용하지 않을 사람을 같이 근무시킬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채용 시스템의 효과성 검증을 위해 탈락자를 합격자로 둔갑하여 비교집단을 시험적으로 운영할 회사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원래 의도했던 채용 기술은 위와 같은 요인들의 영향으로 정확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정확성이 낮아진 채용은 무작위로 직원을 뽑는 방식과 통계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리하여 채용은 어쩌면 결혼과 같은 것이다. 우연하게 상대를 만나보니 서로 잘 통하여, 결혼식을 올리고 함께하고 살아가는 것과 같은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결혼할 시기에, 마침 내가 사귀고 있는 사람과 결혼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누구와 결혼하느냐보다, 결혼하고 어떻게 서로 살아가느냐이다. 채용도 누구를 뽑아야 할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을 뽑아 놓고 그 사람을 어떻게 성장시키느냐이다. 그래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활동의 본질은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육성하는 것에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취업 준비생은 어떤 마음으로 취업을 준비해야 할까? 취업 준비생의 입장에서는 회사에 지원하여 떨어졌다고 낙담할 필요가 없다. 흔히 떨어지면 역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고 회사와 맞지 않았다는 회신을 받게 되는데, 맞는 말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운이 없었던 것이다. 브랜드가 있는 회사의 경쟁률은 통상 100대 1을 넘긴다. 그렇다면, 100번은 지원해야 채용되지 않겠는가? 이런 마음으로 여기저기 지원하라. 많이 지원하고,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게 되면서 자신의 스킬을 조금씩 높여 나가면 결국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이것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기업들을 Tier 1, Tier 2, Tier 3그룹으로 나누고 이력서를 순차적으로 모두 뿌려라. 자신이 입사할 수 있을 것 같은 곳을 Tier 2로 설정하고, 초반에는 Tier 1 & 2를 그리고 좋은 소식이 없다면 Tier 2 & 3에 지원하라. Tier3에 합격했다고 하면, 출근을 하여라. 실제 회사에 입사해 보면 자신의 생각과 다른 부분이 많을 것이다. 일단 목표는 Tier 3라도 취업준비 1~2년 내에 일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취업을 하면 경력직으로 이직하는 방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취업은 운칠기삼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이런 운도 스스로 구하는 자에게 오는 것이니, 채용이 될 때까지 계속 지원해야 한다. 전쟁에서는 이기는 것이 전부이고, 취준생에게는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전부이다. 회사 생활이 힘들고 어려운 것은 차후에 문제이다. 우선 채용 관문부터 통과하고, 회사 생활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낙담하지 말고 나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