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Journey to the East'에서 영감을 얻은 로버트 그린리프는 1964년 회사를 그만두고 Greenleaf center for Servant Leadership을 세우며, 당시 미국사회에 보편화된 강한 리더에 대한 동경에서 벗어난 새로운 리더십 모델을 제시하였다. 그가 제시한 Servant leadership은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구성원들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더불어 이런 섬김의 리더십을 펼치기 위해 리더는 방향 제시자, 의견 조율자, 일과 삶의 지원자의 세 가지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제시한다. 이런 섬김의 리더십은 강한 리더십에 대한 피로가 쌓일 때, 유행이 나타나곤 한다. 그런데, 일터에서는 이런 섬김의 리더십의 탈을 쓴 잘못된 리더의 모습이 있다. 그것은 바로 착한 사람 콤플렉스와 쓴소리 피하기 증후군이다.
통상 이슈가 되는 리더들은 쓴소리, 지적질, 질책 등을 너무 많이 해서 탈이지만, 한편으로 너무 하지 못하는 것도 똑같이 문제가 된다. 난폭한 리더의 반대편에 있는 이 리더들은 군자와 같은 성품과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 친절하고 대인관계도 좋은 분들이다. 하지만, 직장에서 상사로 이런 분들과 같이 일 할 때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주의해야 한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
자신이 착하다고 강하게 믿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스스로가 착하기 때문에, 자신이 생각하거나 결정한 것은 올바른 것이고, 자신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 즉 나쁜 사람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적인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 때,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하여 회사에 이익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기보다는 감정에 치우쳐서 이것은 좋고, 나쁨으로 구분하여 판단하는 경향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스스로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이 틀릴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착하고 나쁜 것은 그저 스스로 만들어낸 주관적인 판단이다. 예를 들어서 호랑이가 토끼를 잡아먹는 것은 착한 것인가, 나쁜 것인가? 이것은 생존을 위한 활동으로 이것에 착하고 나쁨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채소를 먹는 것은 착하고, 귀여운 토기를 먹는 것은 나쁘다는 것은 모두 마음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문화적으로도 어디에서는 좋은 행동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다른 문화권에서는 나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있는 것이다. 과거 청나라에서는 발이 작은 사람이 미인이라 하여, 아이들이 작은 발을 신고, 발을 크지 못하게 했던 적이 있다. 지금에서는 보면 이것은 심각한 아동 학대로 취급될 것이다. 인류는 100년 전만 해도 흑인을 사람이 아니라 노예라고 칭하면서 동물처럼 다루어 왔다. 당시 유럽 사람들이 흑인에게 했던 잔혹한 행동들이나, 나치가 유대인에게 했던 잔혹한 행동들은 나쁜 짓이라고 인식되지 않았다. 착하고 나쁨에 대한 판단은 상대적인 것이고 변하는 것이다. 나치의 히틀러도, 희대의 연쇄살인마 테디 번드도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쓴소리 피하기 증후군
착한 사람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다른 우려스러운 점은 부하직원을 제대로 육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회사의 가장 기본적인 목적은 이윤 창출이고,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제 역할을 다하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계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더 나아가기 위한 채찍질이 필요한 법인데, 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채찍을 들기 꺼려한다. 그리하여, 수하에 이런 역할을 하는 행동대장을 두거나, 그냥 방치하도록 한다. 직원의 경우, 이런 상사를 만나면 편하게 해 준다며 좋아하겠지만, 시간이 지나 자신이 할 줄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후회하기 십상이다.
손자병법의 10편 지형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장군이 나약하고 규율에 엄격하지 않으면 교육과 훈련이 안 된다. 장교와 병졸의 기상이 없다면 종횡무진 제멋대로이니 군대가 혼란하게 된다. 장군이 병사를 후덕하게만 대우하면 노역을 시킬 수 없고 사랑하기만 해서는 명령을 내릴 수 없다. 혼란이 발생하면 통치하기가 불가능하다. 이를 비유하여 말하면 교만한 자식이 되는 것이니 쓸모없는 군대가 되는 것이다" 將弱不嚴, 敎道不明, 吏卒無常 陳兵縱橫, 曰亂. 厚而不能使, 愛而不能令, 亂而不能治, 譬如驕子, 不可用也.
자녀에게 필요한 훈육을 하지 않으면 교만한 자식이 되고, 군사를 후덕하게만 대하면 쓸모없는 군대가 되고, 부하직원에게 필요한 쓴소리를 하지 못하면 경쟁사회에서 버텨내지 못하는 무능한 직원을 양성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회사에서 착한 상사를 만나게 되면, 한 번쯤은 이것들을 상기해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