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엄마의 낭랑 18세
푸른 물결 출렁이는 바다처럼
넓고, 긴 초원의 녹색 대지 위에서
통나무 집 짓고, 영원한 행복을
누리고 싶다.
가난해도 좋다.
영원한 안식처만 있다면
엄마의 일기 첫 페이지에는 한 편의 시가 적혀 있었다.
당시 졸업 앨범이나 문집에 실렸을 법한, 혹은 이름 알길 없는 누군가가 쓴 시였다.
짧지만 그 시를 읽는 순간, 나는 엄마와 내가 얼마나 닮아 있는 사람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시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어쩐지 운명처럼 느껴졌다.
엄마에게 영원한 안식처였던 아빠를 떠나보낸 후, 집을 정리하던 나는 우연히 엄마의 일기를 발견했다.
그 일기장은 시인들의 시를 곱게 따라 쓴 글들과, 어린 소녀가 직접 지은 시들로 채워진 작은 꿈의 상자였다.
엄마는 어릴 적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다고 종종 말하곤 했다.
우리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말처럼 들렸지만, 그 일기 속에는 분명 꿈 많은 소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 일기를 챙기며, 갑자기 변해버린 엄마의 삶에 희망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어느새 나에게 하나의 꿈이 되어버렸다.
앞으로는 ‘엄마’가 아닌 ‘순이’로 기록하려 한다.
누군가의 어머니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 살아낸 그녀의 삶을 온전히 보여주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