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1984년, 엄마의 낭랑 18세

by 박미륵



흘러가는 물처럼

흘러가는 구름처럼

뜬구름, 아니 강물이 되어 가버린

가슴을 에이는 그 옛날의 추억

황혼의 나그네를 맞는 저녁

석양빛에 물들은 나의 얼굴로

그늘져오는 그림자는 무엇일까


외로움, 고독함

더한 슬픔이라도 이겨낼 수 있는데

가버린 나의 추억들은 잊을 수가 없구나



순이는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3남 5녀 중 여섯째로 태어났다.

외할머니 혼자 8남매를 키웠기에, 어린 나이에도 공부를 하면서 돈을 벌어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생이 되던 해, 순이는 제주도를 떠나 육지로 나와 학창 시절과 사회생활을 동시에 시작하게 되었다.

그 시절의 일기에는 ‘안녕’, ‘그립다’는 말이 유난히 자주 등장한다.

지금은 하늘과 땅을 통해 그리운 이를 찾아갈 수 있지만, 그때의 순이는 오직 일기 속에서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

어린 마음에 담기엔 벅찼을지 모를 감정들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고등학교에서 만난 친구의 오빠를 소개받으며 아빠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자연스레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으며, 제주도에서의 10대는 막을 내리고 타지에서 제2막의 삶이 열렸다.

그렇게 삶에서 ‘가족’은 또 다른 의미가 되었다.




다만, 그리움도 가난을 이길 순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초등학생이 되던 해 갔던 제주도 이후로 다시 그곳을 밟은 건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였다.

그 순간은 순이에게 1분 1초가 얼마나 소중했을까. 아마도 지금도 기억 속에서 조심스럽게 꺼내보는 시간일 것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지만, 그 모습은 언제나 무자비하다.

외할머니의 죽음은 너무 갑작스러웠고, 나와 순이에게는 오래 남는 후회가 되었다. 어느 날 순이가 비행기표를 알아봐 달라고 했을 때, 나는 가장 비싼 시기라며 좀 더 저렴해지면 다시 찾아보자고 말했다.

여전히 가난이 우리를 방해하고 있었다.

그때 계획대로 갔다면 외할머니의 마음의 병이 조금은 나았을까. 순이의 마음에도 후회가 덜 남았을까.


그 모든 시간 끝에서, 순이에게는 외로움과 고독함이 늘 함께하는 삶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