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돌을 새롭게 바라보다.
[지금 떠나고 싶다 #1]
영월을 대표하는 풍경은 어떤 게 있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선돌을 꼽습니다. 이유는 경관의 특별한 아름다움, 그리고 영월의 초입에서 만나기 때문에 영월의 관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선돌을 거쳐 장릉과 청령포, 영월 시내의 관풍헌과 자규루로 이어지는 단종의 답사코스가 가장 기본이 됩니다. 거기에 2006년 개봉한 안성기, 박중훈 주연의 영화 '라디오스타'가 흥행하면서 영월 시내와 봉래산 정상에 위치한 별마로 천문대까지 명소가 됐습니다.
대체로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가게 되면 영월 여행의 첫 여행지가 바로 선돌이 됩니다. 중앙고속도로를 타셨다면 신림 IC에서 내려 황둔과 주천을 거친다면 조선 6대 임금인 단종의 아픔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는 단종의 유배길이 함께해 더욱 뜻깊은 여행이 될 겁니다.
각설하고, 대체로 선돌은 장릉을 가기 앞서 넘는 소나기재를 통해 만나는 게 일반적입니다.
주차장에서 오붓한 숲길을 거쳐 만나는 선돌의 위용, 정말 대단합니다. 많은 분들이 감탄사를 연발하는 풍경이 펼쳐집니다. 거대한 암벽과 이웃해 우뚝 솟은 기암의 풍경, 과연 70m에 이르는 선돌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원래 선돌과 암벽은 하나였습니다. 선돌 탄생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5억 8천만 년 전부터 2억 5천만 년 전인 고생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암벽의 약한 틈으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고, 온갖 침식작용을 받으며 서서히 갈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비와 바람이 오랜 세월 동안 만들어낸 작품이죠. 선돌과 암벽은 하나였고, 마치 따로 생겨난 것처럼 보이니 더욱 신기합니다.
선돌을 만나는 새로운 방법이 있습니다. 선돌 전망대에서 보면 서강 건너편으로 커다란 밭이 보입니다. 그 아래 서강 가에서 선돌을 올려다보는 것입니다.
선돌은 유지태, 김지수, 엄지원 주연의 영화 '가을로'의 촬영지입니다. 영화 ' 가을로'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선돌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민주와 현우의 신혼여행"이라는 다이어리를 따라 유지태와 엄지원이 여행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하나의 공간으로 나옵니다. 특히 선돌 장면은 유지태가 선돌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장면이, 엄지원이 서강 가에서 선돌을 올려다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유지태가 섰던 곳은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곳이지만, 엄지원이 바라다보던 곳은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습니다. 선돌의 이면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죠.
선돌에서 내려다 보이는 서강 가는 지척이지만 이곳을 찾아가려면 오던 길을 5-6km 정도를 되짚어가야 합니다. 단종의 이야기가 서려있는 옥녀봉에서 서강을 건너는 다리를 건너고, 다리를 건너자마자 좌측으로 이어진 비포장 길을 따라 강변을 달립니다. 그리고 마주한 새로운 풍경의 선돌....
선돌의 장엄한 풍경에 새삼 놀랄 일은 아니지만 내려다보는 선돌의 풍경만큼이나 장중해 보이고, 선돌뿐 아니라 좌우로 이어진 절벽의 풍경이 서강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합니다. 콩알만 한 선돌 전망대의 여행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선돌의 위엄은 더욱 커집니다.
수 억년 전 한 순간의 파임에서 시작된 거대한 변화입니다. 하나의 큰 암반에서 갈라져 마치 칼을 꽂아 놓은 것 같은 풍경은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여행은 익숙한 것으로부터 벗어날 때 더욱 특별한 감동과 추억이 찾아옵니다. 영월로 여행을 떠나시는 분들, 꼭 선돌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