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동화책 어떤 가요?
우리 아빠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우리 아빠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임동헌 글 / 이보름 그림
가교 출판사의 ‘좋은 그림동화 시리즈 13’ 『우리 아빠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 책은 2007년에 초판을 찍었다.
동화의 스토리를 살펴보자.
수지는 독일에서 홀로 귀국을 하고 있다. 수지는 초등 2학년이다. 수지는 미성년자이기에 승무원 도움이 필요한 UM 서비스를 받으며 오는 중이다. 수지는 왜 독일에서 홀로 오는 중일까. 수지는 홀로 얼마나 두렵고 불안할까. 그러나 수지는 아빠를 만날 생각에 기쁨과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수지는 독일 이모네 집에서 지내다 돌아오는 중이다. 이모는 아빠를 위한 선물로 독일 냄비를 사서 수지 손에 들려 보냈다. (어린아이에게 냄비를 사서 들려 보내다니) 아빠가 라면을 끓일 때 냄비에 손을 데기 때문에 손잡이가 있는 아빠를 위한 냄비이다. 또한 수지는 아빠 선물로 뚱뚱보 아줌마 인형도 들고 있다. 뚱뚱보 아줌마 인형은 엄마를 닮았기 때문이다.
내가 뚱뚱한 아줌마 인형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스튜어디스 언니가 말했습니다.
“ 수지는 좋겠네. 이제 조금 있으면 아빠를 만나 집에 가고 말이야. 뚱 인형 샀구나?”
“ 이거요? 아빠 선물이에요. 아빠는 만날 엄마 무릎을 베고 주무셨거든요. 그런데 이제 엄마가 안 계시니까....... 우리 엄마 닮아서 샀어요. 예쁘죠?”
엄마 아빠와 살던 수지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아빠와 살다가 어떤 이유로 독일에 있는 이모집에서 오래 (몇 개월인지 모르지만, 학교도 안 가고 ) 있다가 귀국하는 중이다. 수지는 아빠가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아빠를 만날 생각에 들떠있다.
그러나 수지가 공항에 도착하여 출국장을 나섰을 때 수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빠가 아니라 수지의 담임선생님이었다. 아빠가 아닌 담임선생님이 수지를 데리러 온 것이다. 수지는 얼마나 실망스럽고, 엄마를 잃은 수지로서 또 얼마나 불안했을까.
나는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면서도 두리번거리며 아빠를 찾았습니다. 유난히 나를 예뻐해 준 선생님이 마중을 나왔으니 기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아빠를 제일 먼저 보고 싶었거든요.
“ 아이고, 우리 수지가 더 예뻐져서 왔구나. 비행기 타니까 좋지?”
담임선생님은 손바닥으로 내 볼을 토닥거린 다음 이마에 뽀뽀를 해주었습니다.
아빠 대신 담임선생님이 공항에 나왔다. 왜 아빠가 공항에 오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아빠가 나오지 못할 이유는 회사에 급한 중요한 일이 생겼거나, 아빠가 아프시거나, 사고를 당했거나? 그런 큰일이 아니고서야 어린 딸이 혼자 그 먼 곳에서 오는데 아빠가 안 나왔다? 엄마도 없는데? 어린 수지의 심정은 얼마나 서운하고 복잡할까.
아빠는 내가 독일로 갈 때 공항에 데려다주면서 이렇게 말했답니다.
“ 수지야, 가서 이모에게 맛있는 거 많이 사달라고 해라. 그리고 여기저기 많이 다녀보고. 이모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네가 서울에 오는 비행기 타면 아빠가 새벽부터 나가서 기다리고 있을 거야. 아무 걱정하지 말고. 우리 수지 잘할 수 있지? 파이팅!”
아빠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수지가 독일에 갈 때도 이모와 함께 간 것이 아니라, 수지 홀로 독일행 비행기를 탔음을 알 수 있다. 무슨 이유인지 엄마를 잃은 아이가 홀로 독일행 비행기를 타고 이모 집으로 갔다. 왜? 그 어린아이를 홀로 보냈을까? 홀로 타국 행 비행기를 탄다는 것은 어른도 두려운 일인데 수지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수지와 담임선생님은 버스를 타고 집 앞에 도착했다. 선생님이 수지의 가방을 끌고 집을 향해 간다. 수지는 담임선생님이 어떻게 자신의 집을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나는 103동을 향해 걸으면서도 계속 두리번거렸습니다. 아빠가 아래층까지 내려와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아빠의 모습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습니다. 실망 또 실망이었습니다. 그때야 혹시 아빠가 편찮으신 것은 아닐까 걱정됐습니다.
공항에 아이 마중을 못 나갔더라도 아이가 올 시간쯤 되면 집 앞에 나와 기다리게 되는 게 부모다. 그런데 집 앞에 내렸는데도 아빠는 마중 나오지 않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집에 초인종을 눌렀는데도 아빠가 먼저 문을 열고 수지를 맞이한 게 아니다. 아빠는 어디 가고 모르는 어떤 여자가 문을 열어주었다.
문을 열어준 사람은 아주머니 같기도 하고, 언니 같기도 한 사람이었죠. 좀 이상했습니다. 우리 집은 아빠와 나 두 식구뿐 이거든요. 이상한 일은 또 있었습니다. 내가 아빠. 다녀왔습니다. 인사를 하고 나자 집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습니다. “ 응애응애”
그 낯선 여자가 수지에게 말했습니다.
“ 수지구나! 비행기 타고 오느라고 고생 많았지?”
나는 대답도 하지 못하고 얼른 현관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비행기 타고 올 때는 아빠를 만난다는 생각에 굉장히 신났는데 아빠가 보이지 않으니 막 졸렸습니다.
그때 담임선생님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날아왔습니다.
“ 언니, 그럼 나는 간다.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고 수지 좀 한참 재워. 독일에서 왔으니 시차도 안 맞고 얼마나 피곤하겠어. 버스에서 계속 하품을 하더라고.”
이제 이 스토리를 이해했다. 수지가 독일 이모네 간 사이에 아빠는 수지의 담임선생님의 언니와 재혼을 한 것이다. 수지가 집에 없는 사이에 수지에게는 그 어떤 설명도 없이 새 장가를 가고 아기를 낳은 것이다. 아빠가 공항에 못 나온 것은 회사 일도 아닌, 아픈 것도 아닌, 새 아기 때문이었다. 아기를 보느라고 ( 아기는 엄마가 있는데도) 수지 마중을 못 간 것이다. 안 간 것이다.
비행기 타고 올 때는 아빠를 만난다는 생각에 굉장히 신났는데 아빠가 보이지 않으니 막 졸렸습니다.
수지가 느낀 실망감과 상실감, 일종의 배신감 같은 그 복잡한 어린아이의 마음을 그저 작가는 아빠가 보이지 않으니 “졸렵다”라고 표현해버렸다.
저기요 우리 아빠는요?
그러자 담임선생님의 언니는 내 배낭을 거실에 내려놓으며 말했습니다.
“ 아빠? 아빤 지금 아기 기저귀 갈고 계셔. 이제 나오실 거야. 아기가 감기가 걸려서 말이야”
“ 아, 네.”
수지가 왔는데 기저귀를 갈아 주느라 현관문을 열어주지도 않고, 방 안에서 나오지도 않은 아빠. 아빠는 아기가 감기에 걸려서 수지를 데리러 오지 않았다. 아기에게는 엄마가 있는데도....... 그 먼 곳에서 홀로 수지가 집에 왔는데........
아빠는 인형처럼 작은 아기를 안고 있었습니다. 아기를 안은 아빠의 모습을 보자 웃음이 났습니다. 내가 독일에서 사 온 인형을 안고 있는 것 같아서였습니다.
”아빠 다녀왔습니다. “
나는 조금 전 내던졌던 인형을 집어 아빠에게 드렸습니다
” 아빠, 이거 아빠 선물이에요.
그제야 아빠는 수지에게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해줍니다. 결국 수지에게 엄마가 필요해서 아빠가 라면을 끓일 때 자꾸 손을 데어서, 담임 선생님의 소개로 선생님의 언니와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은 것이다. 수지가 모든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면 수지는 도대체 얼마 동안 독일 이모네 집에 있었던 걸까? (어른의 시선으로 추측한다면 혼전 임신을 하고 배가 불러오자 수지를 이모네 보내고 초스피드로 결혼하고 아이 낳고 한 걸까?)
수지의 이 어리둥절하고 복잡한 심정에 대한 어떤 이해와 갈등도 없이 아기를 안은 아빠의 모습을 보자 웃음이 났습니다. 내가 독일에서 사 온 인형을 안고 있는 것 같아서였습니다.라고 한다.
게다가 나는 언니 같기도 하고, 아주머니 같기도 한 사람에게 공손히 인사했습니다.라고 한다.
수지는 어떤 아이이길래 이 상황을 바로 이해하고, 바로 마음을 추스르고, 낯선 아기를 안고 있는 (나 아닌 다른 아기를 안고 있는) 아빠를 보고 웃을 수 있고, 또 새엄마에게 공손히 인사할 수 있을까.
겨우 초등 2학년인 수지를 이 동화는 세상을 다 이해한, 세상을 통달한 수준의 성인(聖人)으로 설정해 놓았다. 어떻게 이 상황을 아빠의 설명을 듣자마자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나. 어른도 힘든 그 어려운 세계를 말이다.
인간은 그리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어린아이의 세계는 더욱 그렇다. 어린아이의 심리를 공부하지도 않고 작가는 동화의 세계로 뛰어들었나.
“ 담임 선생님이 어느 날 아빠를 좀 만나자고 하시더니 수지 너에게 새엄마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하시더구나. 네가 일기장에 그렇게 썼다면서? 우리 아빠는 라면을 끓일 때마다 손을 데신다. 앞으로는 아빠에게 라면 끓여달라고 하지 말아야겠다. 이렇게 말이야. 또 뭐랬더라. 아침상을 차려놓고 출근하시는 아빠가 정말 고맙다. 새엄마가 있으면 아빠가 고생을 덜 하실 텐데, 뭐 이렇게 말이야.
아빠는 자신의 재혼을 마치 수지를 위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 정작 수지를 위한 것이었다면 왜 수지에게 한마디 의논도 안 하고 (일기장 하나 보고) 어른들끼리 결정한 것일까. 그것도 수지가 독일에 가 있는 동안에? 선생님이 일기를 아빠에게 보여줬다고 하면 아빠는 수지에게 그런 마음을 묻지도 않고 수지를 독일로 보내고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았단 말인가? 그동안에 수지를 독일 이모네 두고 연락도 안 했단 말인가? 아빠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것을 이모도 알 텐데, 수지에게는 어떤 어른도 말해주지 않고 서로 쉬쉬했단 말인가?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가?
수지는 자신이 참여하지 않는 아빠의 재혼 사진을 보고, 낯선 새 여자와 새 아가를 보고( 아무리 새엄마가 있었으면 했다고 해도) 수지가 기쁘게 맞이할 수 있는가? 내 엄마의 뱃속에서 동생이 태어나도 첫아이가 느끼는 상실감이 크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적어도 이 동화책의 작가는 인간의 본성을, 어린아이의 심리를 이 정도도 모른단 말인가.
혹자는 이렇게 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학이니까, 그 모든 설명은 생략한 것이라고. 문학은 설명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러나 행간을 읽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동화책 속에 주인공인 수지의 존재는 철저히 배제되었다. 오직 어른들의 이기심만 있을 뿐이다. 이것이 동화인가? 실제상황이라면 이건 거의 아동학대다.
나는 싱크대를 향해 돌아서는 새엄마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그때 마음이 좀 이상해졌습니다. 아니, 눈가가 좀 이상해졌습니다. 하늘나라에 있는 엄마는 지금 뭘 하고 계실까.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여전히 ”아르르 까꿍, 아르르 까꿍.” 해가며 수정이를 달래고 있었습니다. 큰딸이 슬픈 마음인지 즐거운 마음인지 신경도 안 쓰는 아빠. 아빠는 내가 독일에서 어디 어디에 다녔는지도 묻지 않았습니다. 아빠는 독일의 이모와 이모부가 어떻게 지내는지도 묻지 않았습니다. 얄미운 우리 아빠
그래도 양심은 있어 살짝 수지의 마음을 이해하는 척했지만 그뿐이었다. 이 동화에서 수지의 갈등은 없다. 수지는 철저히 배제되었다. 아빠도 담임선생님도 수지를 이해하는 척했지만 모두 외면했다. 수지는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아빠가 더 얘기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수지는 이해심 많은 어른 아이로 이 모든 현실을 순순히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수정이를 달래는 아빠의 모습을 다시 보니 아빠가 아이가 된 것 같았습니다. 나는 라면을 끓이고 있는 새엄마에게 살며시 다가가서 말했습니다.
“ 있잖아요, 아빠가 꼭 아기 같아요.”
“ 수지 생각도 그러니? 엄마가 볼 때도 그렇단다”
이 동화책은 게다가 심지어 어린 수지에게까지 모성애를 요구하고 있다. 어린 딸에게까지 모성본능을 바라는 아빠를 위한 책인지. 이 책이 진정 동화책인지 필자는 이해할 수 없다. ( 이보름 작가의 일러스트가 아깝다)
이것이 출판사와 작가가 지향하는 새로운 미래지향적인 지속 가능한 우리의 삶이라 것인지 의문이 든다. 출판사와 작가에게 또 다른 독자에게도 묻고 싶다. 이런 동화 어떤가요?
이 동화책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을 뿐이다.
“어른들이 어떤 삶을 살던 아이야 너는 이해해라. 이 모든 것이 너를 위한 것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