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마음으로 우표를 살 거야
내 곁의 너에게 / 인천에서 H K
언제 어디서나 내 곁의 너에게
비가 왔어 알고 있니?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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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넘 춥다는 생각을 했어. 온종일
덕분에 세계사 마스터 하겠다고 책상 앞에
앉은 결심은 겨우 한 줄만 하고 끝나 버렸구
아! 정말이지 그동안 너무 궁금했어 모든 게 다
무어라 말을 해야 그 길고 길었던 공백을 메꿀 수 있을지
보고 싶었어 난생처음 절실히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건 “슬프도록 아름답다”
뼈저리게 와닿는 날이었어
오늘 느끼니? 내 마음
오늘 밤 나에게 주어진 시간 모두를 너를 위해
쓰고 싶어
우선 너의 오해부터 풀어야 할까 봐
지난번 너의 편지는 너무 뜻밖이었고 그래서
내가 너무 오래 게을렀다는 걸 깨달은 거야
하지만 ** 아, 난
너와의 우연찮은 이 인연에 대해 거부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어.
또 너의 성의 없는 편지나 언어 하나의 잘못에 의해
내가 펜을 들지 않은 것일 거라고는 생각 지마
그것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으니까
다만 내가 너에게 편지를 안 한 건 아니
안 했다기보다는 못한 이유는 오직 게으름뿐이라는 것을
밝혀두고 싶어
이해할 수 있겠니? 너
.... 중략....
---- 이 글을 쓰다 말고 4시간 잠을 잤다.
그리고 지금 일어났어. 시간은 한시 삼십 육 분
무서운 바람 소리가 들려와서 옆방에 있는
욕실에도 못 가고 있는 중이야.
..... 중략....
인천. HK의 단정하고 어여쁜 긴 편지^^
**아, 이 글을 쓰면서 한 가지 걱정이 있다.
행여나 너에게 있어서 방해물이나 되지 않을까 하는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싫다.
나로 하여금 슬프게 하지 말아줬음 좋겠다.
나 학교에 인접해 있는 외할머니 댁에서 학교 다니고 있어.
거리상 건강상...
엄마의 명령에 외할머니의 간절한 부탁에 의해서---
할머니넨 사람이 없어.
복덕방 출퇴근 하시는 할아버지, 미스이모, 그리고 할머니
이렇게 셋밖에 없어서 내가 어릴 때부터 할머니가 반은 키우셨어.
그래서 우리 집으로 편지를 해도 무관하지만
편지의 안전한 행방을 위해서 이리로 편지해 줬으면 해
오늘 너무 많은 것을 너에게 보여준 것 같애 (너에게)
하지만 후회하지않을께. 기쁜 마음으로 우표를 살 거야.
그런 *아,
자! 너와 나의 뜨거운 행운을 위하여
힘찬 그리고 뜨거운 악수를 나누자
1981년 3월 25일 ~26일 H K
『패배하지 않는 젊음을 위해
오늘도 피 흘리리라』
.... 그래 봄은 춥지, 바람이 불고 음산하고 완전한 봄이 오기까지는
또 봄인가 하면 여름이 무성하지......
봄밤에 (중간에 잠자고 일어나 이틀에 걸쳐 ) 쓴 편지
게을러서 편지를 못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조심스러웠겠지.
많이 좋아하기 때문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마음
그러나 상대가 오해하고 떠나려 하니 괴롭고 잡고 싶은 마음이 담겨있다.
남편의 연애편지들은 성의 없었나.
그래서 그녀가 불안했나. (간을 보고 있었을까)
그러나 편지 주고받는 뇨자들이 많았으니 집중도가 떨어졌을 수 있다.
하여튼
이제는 이런 소녀들이 다 사라진 계절
우리 모두 푸른 찬란한 슬픈 청춘을 보내고... 피도 흘리고 ㅎㅎ
어느 계절에 와 있는가,
.....
어두워지자 이 골목에도 매미소리 아직 요란하구나.
2004/07/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