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ADHD가 의심되는 달봉쓰
그렇게 땅콩을 뗀 달봉쓰는 다행히 지랄맞은 성격이 많이 줄었.........기는 개뿔 희망사항이었고 (.............)
보통 중성화 수술하면 행동도 얌전해지고 그래서 살이 찔 정도라는데 달봉쓰는 그런 게 없습니다
여전히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 빼고 20분만 얌전합니다.(........)
여전히 헤라누나한테 개기고 우다다 하다가 갑자기 자기 혼자 공중제비 돌고 퇴근하고 집에 가서 보고 있으면
혹시 고양이 ADHD가 아닐까 심히 의심되는 수준입니다. (물론 광견병 주사는 접종했습니다)
덩치는 이제 2.6kg에 육박하는데 처음에 데려 왔을 때 280g이었던걸 생각해 보면 반년만에 거의 열 배로 벌크업을 한 셈입니다. 굳이 이 얘기를 왜 하냐면 200g ~ 300g 시절에는 깽판을 쳐도 그냥 '구엽네 ㅎㅎ' 수준이었지만 열 배 벌크업을 한 다음부터는 깽판 칠 때마다 뭔가 집에 대미지가 쌓여가고 있습니다 하......
아깽이 시절에는 배 밟고 뛰어다녀도 'ㅋㅋㅋㅋㅋ 구여운 자슥' 하고 말았는데 지금은 배 밟고 뛰어가면 이러다 내장파열로 죽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묵직합니다.
바로 어제일이었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거실에서 뭔가 큼큼한 냄새가 나는데 도통 어디서 나는 냄새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늘 그렇듯 (......) 컴터를 켜고 컴터 앞에 앉았는데 러닝하고 오겠다던 와이프가 갑자기 다급하게 저를 부릅니다. 뭔 일 인가 싶어서 나가봤더니 대참사가 펼쳐졌습니다.
저희 집에는 어항이 2개 있는데 하나는 수초와 열대어를 키우는 일반적인 어항이고 다른 어항은 거북이 어항입니다. 작년 이맘때쯤 커먼 머스크 헤츨링을 한 마리 입양해서 키우고 있는데 그 어항에 엄청난 악취와 함께 출처를 알 수 없는 알갱이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볼 것도 없이 요새 거북이한테 관심을 보이고 있던 달봉쓰 소행임은 분명해 보였으나 대체 그 알갱이는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일단 악취의 근원을 없애야 했습니다.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어항에 물을 빼고 와이프와 함께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난데없는 노가다라니 으아니이이이 노가다라니!!!
그렇게 한 시간 반 동안 어항물을 다 빼고 돌을 씻고 거북이 목욕도 씻기고 아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달봉쓰는 아는지 모르는지 혼자 신나서 온 거실을 뛰어다니면서 사방에 터치 타운을 하고 있습니다 하..... 이 꼴통 쉐리 힘겹게 물을 퍼내며 제가 와이프에게 "자기 아덜 내미는 왜 이모양이야?"라고 제가 말하니까 "아니 오빠가 밖에서 데려온 자식 아냐?" 라며 받아칩니다. "혼외 자식이라고 지금 무시하는 거야" 라고 하니 "님이 무슨 정 x성 이셈?" 이랍니다. (.......)
한마디를 안지는 와이프에게 할 말을 잃은 저는 다시 묵묵히 작업을 시작합니다. (.....................)
저렇게 수시로 어항에 올라가 앞발로 물을 툭툭치고 어항을 뚫어져라 쳐다보니 이제 거북이가 환장합니다. 안 그래도 예민한데 집채만 한 생물이 앞에서 얼쩡거리면 저 같아도 엄청 스트레스받을 것 같습니다.
이제 데려온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개념은 안드로메다 넘어 심우주로 항해 중입니다.
개념의 귀환은 요원해 보이고 침대면 침대 이불이면 이불 사방팔방 스크래치를 해놔서
집이 점점 야생화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꼴통짓에도 불구하고 애교만은 만점이라 도무지 미워할 수가 없습니다.
헤라한테도 얼마나 애교를 부리는지 달봉이가 시동 걸리면 헤라가 도망은 다닐지언정
진심으로 공격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리고 토리는 잘 짖기로 유명한 포메라니안인데 5년 키우면서 짖는 소리를 세 번인가 들었을
정도로 안 짖는 돌연변이였습니다. 그런 토리가 달봉이 덕분에 입이 터졌습니다 (....)
토리도 그렇게 우렁차게 짖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려준 달봉쓰 리스펙트.
토리는 소파에 누워서 잘 자고 있다가 달봉이가 위로 날아가면 놀라서 깬 담에 분하다는 바이브로
아르릉 댑니다. 물론 달봉이는 그런 거 1도 신경 안 쓰고 오늘도 온 집안을 휘젓고 날아다닙니다.
고양이를 주워온 건지 스파이더맨을 주워온 건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저는 배로 뛰어내리는 달봉이 덕에 헉소리와 함께 눈을 뜨고 헤라한테 쥐어터지고
낑낑대면서 우다다(?)하는 달봉이의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