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확인 비행물체를 목격하다
그날도 여전히 날씨가 매서웠던 12월 중순경이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부사수와 함께 초소에서 근무를 서고 있었습니다. 상당히 많은 GOP 경험자들이 초소에서 부사수만 놔두고 사수는 잠을 잤다고 하는데 사실 다른 부대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저희 부대만큼은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내복 2벌, 전투복, 깔깔이, 야상, 스키파카에 방한모까지 쓰고 있어도 임진강 겨울바람에 살이 에이는 추위가 느껴졌는데 잠이 올리가 없었습니다. 아무튼 그날도 언발을 동동 구르며 시간아 빨리 가라를 중얼거리고 있었는데 문득 북한군 GP지역상공에 뭔가 노란 원반형 물체가 떠있는 걸 목격했습니다.
물체는 북한군 GP상공 3~400미터 정도에 위치해 있었고 DMZ는 당연히 양측모두 비행금지구역이니 만큼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달이나 북한군의 서치라이트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옆에 있던 부사수에게 저거 지금 보이냐고 물었더니 부사수 역시 저게 뭐냐며 당황해합니다. 불과 몇십 초 뒤 그 불빛이 천천히 오른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치라이트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명확한 물체였고 놀란 저는 즉시 중대 상황실로 인터컴을 날려 적 GP상공에 미확인 비행물체가 식별된다고 외쳤습니다. 그런데 인터컴 너머 들리는 상황실 상황은 이미 사방에서 들어오는 인터컴으로 소란한 상태였습니다.
상황병이 지금 안 그래도 옆 연대 섹터부터 난리가 났다고 설명해 주고 계속 관측하다 특이사항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합니다. 그러자 그 불빛이 천천히 우측으로 이동하다가 갑자기 상공에서 퍽 하고 사라졌습니다.
부사수와 저는 상황실에 다시 보고를 했지만 상황실에서도 상급부대 확인결과 아군이나 북한 쪽 상공에서 특이사항은 없다고 합니다. 전반야 근무가 끝나고 막사로 복귀하자 소대원들은 전부 흥분해서 비행물체 얘기만 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저와 부사수가 헛것을 본 게 아니라는 얘기였죠.
하지만 결국 끝내 저희 부대가 목격한 미확인 비행물체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고, 한겨울밤 UFO 관측 소동은 그렇게 유야무야 넘어가게 됩니다. 과연 그날 제가 본 물체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