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or Avocado

나의 욕심을 뛰어넘게 해 주는 작은 존재

by 해니

처음 아보카도를 먹었을 때가 기억난다. 대학교 방학 때 나홀로 여행 중, 뉴질랜드의 산장이었다. 혼자 여행하는데 돈도 없고, 음식을 들고 다니기가 어려워 대충 먹다가, 지나가던 시장에서 아보카도라는 걸 처음 봤다. 이국적인 이름, 아보카도…. 뭔가 이국적인 향기가 나는 탱탱한 과육을 상상했었다. 물론 다음날 닝닝하고 물컹물컹하고 느끼하기까지 한 맛에 엄청나게 실망하여 억지로 먹다가 반쯤은 버렸다. 그 후, 호주에서 파는 스시 (김밥과 캘리포니아 롤의 중간쯤 되는 것, 초밥이 아님.)에 들어있는 아보카도에 적응이 된 후에도 개당 2-3불씩 하는 가격이 너무 비싸서 별로 살 필요를 못 느꼈더랬다.


그랬었는데…. 임신하니, 아보카도를 잘라 소금만 뿌려 밥이랑 같이 먹는 게 어찌나 고소하고 맛있던지, 임신 핑계로 비싼 아보카도를 일주일에 두세 개씩 먹었다. 수유할 때는 제대로 된 요리할 시간이 없어 그냥 밥에다가 아보카도를 반 잘라 숟가락으로 퍼 먹었다. 그리고 아기 이유식을 시작하니, 아보카도만큼 또 이유식에 잘 맞는 게 없는 것이다. 칠복이도 아주 잘 먹었다. 감기에 걸려 콧물을 찔찔 흘리며 다른 음식은 거들떠보지 않을 때에도 아보카도를 잘라주면 작은 손으로 아보카도 조각을 움켜쥐고 입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약간 고형식을 시작하고 나서는 웬만하면 아보카도는 주지 않았었는데…


15개월 때인가, 칠복이를 처음 데이케어(어린이집)에 보낸 날이었다. 칠복이는 모래사장에서 노느라 가는 엄마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다행스러우면서도 약간 눈물이 났다. 처음 학부형 된 엄마들이 울먹거리는 걸 보면 이해가 안됐었는데. 일곱 살 때 처음 유치원에서 캠프를 갔을 때도 울지 않았었는데, 내 아이를 놓고 오면서 마음이 아주 이상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들린 쇼핑센터에서 나는 그렇게 사기를 망설였던 세발자전거와 아보카도를 샀다.


나는 식탐이 많은 편이다. 어릴 때 남동생이랑 항상 먹기를 경쟁해서 그렇다. 떡볶이 천 원어치가 됐든, 냉장고의 음료수가 됐든, 일단 빨리 먹고 본다. 한국에서 직장에 다닐 땐, 비즈니스 디너에 나오는 음식을 빨리 먹어버리고 싶은 걸 참는 게 힘들었다. 한국에서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한국 음식이나 과자를 보내 주면, 호주 친구들이나 남편에게 먹여 주느니 내가 먹어 버린다. 그걸 가장 감사하며 먹을 사람은 바로 나니까. 하지만 그 날 칠복이를 데리러 가서, 왠지 하루 동안 달라져 버린 듯한 아이를 앉히고 아보카도를 먹이는데, 아이 입에 들어가는 아보카도 한 조각 한 조각이 고스란히 내 입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이럴 때 A로 시작하는 옛날 노래 한 마디. “때로는 나도 휴일이 있었으면 해. 오 마이 러브, 넌 잠시도 날 가만 두지 않으니. 그렇지만 혼자인 날은 오히려 더 불안한 건 나인걸. 이런 제길, 이런 게 또 어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