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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혜리 Apr 05. 2024

명품에 빠진 막내아들


엄마와 떨어져 살기 싫다며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는 막내는 나흘은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고 나머지는 집에서 지낸다.


어제도 집으로 내려온다며 아들은 내게 터미널까지 데리러 나오라는 전화를 하였다.


버스 시간에 맞추어 나는 부랴부랴 차를 몰고 나갔는데 고작 나흘을 떨어져 있었을 뿐인 우리는 마치 이산가족을 만난 것처럼 극적인 상봉을 하였다.


아들을 차에 태우자 나는 학교 생활은 어땠는지 친구는 좀 사귀었는지 물어보면서 서울에 가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며 재차 확인하였다.


그리고 다음날 함께 가던 음식점에 샤부샤부를 먹으러 갔는데 자리에 앉자 아들은


"며칠 전에 바꾼 엄마 사진 있잖아. 카톡 프로필 말이야. 근데 아줌마같이 선글라스를 썼어? " 라며 물었다.


평소에 내가 어떤 옷을 입든지 마치 잔소리하는 남자친구처럼 옆에서 훈수 두길 좋아하는 아들에게  속으로 나는 치잇. 내가 선글라스를 끼든 말든 뭔 잔소리야 그리고 내 나이가 지금 몇인데 아가씨처럼 하고 다니길 바라는 거냐는 말을 삼킨 채  대신에 나는


"그 사진 좀 젊어 보이지 않니?" 라며 되물었다.


그러자 아들은 피부는 하얀데 선글라스가 엄마 얼굴보다 커서 꼭 아줌마 같다며  앞으로 선글라스는 쓰지 마라 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아들이 고등학교를 다닐 때 공개수업 같은 학교 행사에 참여하면 거의 맏이 같은 학부형 나이라 신경이 쓰였는데 평소에는 젊어 보인다며 치켜세우던 아들에게 나는 말 잘 듣는 학생처럼 알았다 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식사를 하였는데 아들은 내게 나는 앞으로 자주 집에 올 것이라며 그리고 생활비가 남으면 모아두었다가 좋은 옷을 사 입을 거라고 하였다.


"어떤 옷을 사 입을 건데? "


" 좋은 옷. 기왕이면 이쁘고 좋은 옷을 사고 싶어. 다음에는 버버리를 살 거야."


나는 아들이 고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내가 사주는 옷만 입고 다니길래 옷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지난겨울 아들과 함께 일본 여행을 떠났을 때 얼굴이 비칠 것 같던 투명한 유리와 티끌하나 없는 도쿄 시내의 한 백화점에서 발렌시아가 어쩌고 샤넬이 어쩌고 하면서 명품 매장을 지나칠 때마다 가격이면 괜찮다 아니면 비싸다며 품평을 하는 아들을 보면서 조금 나는 놀라워하였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아들에게 넌지시 갖고 싶은 것이 있냐 하였는데 막내는 갖고 싶은 것이 있긴 한데라며 그런데 가격이 좀 있다 하였다. 


그게 뭐냐고 묻자 아들은 어떤 브랜드를 들먹였다.


나는 여기까지 왔으니 대학입학 기념으로 한 개만 사보라고 하였는데 아들은 매장에서 사면 비싸다며 집에서 직구를 하겠다고 하여 우리는 이것저것 입고 신어보다가 남편에게 줄 보테가베네타 지갑을 사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여행에서 돌아온 아들은 프라다 신발과 일본의 유명디자이너가 만든 옷을 구매하였다.


학기념으로 사 준 선물이면 될 줄 알았는데 또 사겠다는 아들에게 나는 용돈을 아껴서 사는 거야 말리지 않겠지만 명품을 사고 싶으면 직장을 다니면서 네가 번 돈으로 사면 좋겠다고 말해 두었다.


몇 년 전 모임 때 루이뷔통 가방을 들고 온 친구가 술에 취하여 노래방에서 구두를 벗어놓고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며 물건보다 사람이 먼저 명품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오래전에 산 명품 가방은 몇 번 메고 나서 옷장 안에 잠들어 있는데 옷은 저렴한 것을 입으면서 가방이나 신발은 명품을 신은 아주머니나 할머니를 지하철에서 마주친 아들이 엄마는 그들보다 검소한 것 같다고 말 한 이유를 나중에라도 아들이 알게 되기를 나는 바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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