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결혼하여 일찍 남편을 여읜 내 친구.
젊은 나이에 홀로 자식 둘을 키우며 고생한다 생각하였기에 무슨 말을 하든 그러려니 하였다.
어머니를 잃고 그럴 수만 있다면 아무도 부르지 않고 오롯이 사흘을 슬퍼하며 보내고 싶었는데
세월이 흘러 바닷물에 깎인 몽돌 같은 친구에게 나는 부처님 같은 성불을 기대하였던 것일까.
차마 부치지 못할 편지를 보내듯 보낸 부고장을 보고 찾아온 친구는 국에 밥을 말고는
소란스러운 틈을 잠재우듯 아직 너는 몸이 아프지 않느냐며 큰 목소리로 물었다.
아무리 타인의 불행이 곧 자신의 행복이 되는 세상이라지만
자식 둘을 키워 시집장가보내고 재혼하여
뒤늦은 신혼의 단꿈을 꾸는 어른 아이 같은 친구에게
친구야 마이 뭇따 아이가 이제 그만해라 말하고 싶었다.
삶이란 희로애락과 생로병사가 한 몸처럼 일어나는 일.
그날 나는 침묵이 금보다 더 큰 목소리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는데
내 심장을 관통하며 날아간 화살은 떨어질 줄을 모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