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대한 기억

by 박 혜리


의사 선생님이 내게 금주령을 내린 지 어언 십 년여


그동안 술이 고픈날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술을 마시지 않게 되자


이제는 냄새마저 역하게 느껴지는데


비가 내리는 날은 습관처럼 전을 부치고


또 어떤 날은 고기를 삶아 안주를 만들었다.


좋은 음식에 술이 빠질 수는 없는 일


그럴 때마다 남편은 반주를 즐기거나


함께 마시는 이 없이 혼술을 즐겼는데


오래전 친구와 통화를 끝내고 뒤에


늦게 퇴근하는 남편을 기다리다


혼자 마신 술 이름은


백세주 청하 내가 만든 과실주


어린아이들은 깊은 잠에 빠져들며


초승달은 뻐꾸기시계처럼


서쪽으로 기울어만 가는데


술이 약한 아버지를 닮은 나는


몇 잔으로도 얼굴이 금방 홍당무가 되었다


술을 마시지 않는 지금


가끔 모임에서 부어주는 술을


모이를 쪼아 먹는 참새처럼 한 모금 목만 축이는데


영화의 제목 같은 나의 술에 대한 기억은


이제 아슴아슴한 추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