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이모 그리고 시장 아주머니께
물어 배운 고추장을 처음으로 담근 날
꽃무늬 앞치마를 두르고 노트를 펼친 후에 먼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그런 다음 주근깨처럼 생긴 질금을 체에 걸러내고 찹쌀가루를 풀어 주걱으로 노를 젓자
다리도 아프고 팔도 저렸다
인고의 시간을 지나 풍미가 오른
곰탕처럼 뽀얗게 삭힌 물을 뜸 들이 듯 식힌 후에
고춧가루, 메주가루, 조청, 소금을 알맞게 섞어 항아리에 담아 숙성을 시켰다
처음 병명을 얻었을 때 장날마다 시장을 돌며
뭐든 내 손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렸는데
베란다에서 햇볕과 바람을 맞으며 된장 간장 고추장이 형제처럼 얼굴을 맞대며 익어갈 때
나는 내 고통을 잊으며 함께 여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