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혼자만의 시간이 갖고 싶을 때 우아한
외출을 감행한다. 일상을 떠나 휴가를 즐기는 영화 속 델마와 루이스처럼 그날의 기분과 날씨에 따라 어울리는 음악을 틀고 드라이브를 즐긴 후에 맛있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곤 하였다.
얼마 전 막내의 여름방학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나는 마지막 피날레를 울리는 마음으로 시내를 벗어나 드라이브를 즐겼다. 개성 있는 카페와 음식점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교외에서 식사를 한 후에 근처에 있는 카페를 갔는데 차를 주문하기 위하여 나는 데스크 앞으로 다가갔다. 내가 허브차를 주문하자 듣고 있던 그녀는 네모난 기계를 가리키며 거기서 주문해야 한다고 안내하였는데 집 근처의 식당에서 이미 키오스크로 주문한 경험이 있는 나는 다시 기계 앞에 섰다. 순서대로 항목을 누르던 중 처음 보는 그란테와 빅사이즈를 묻는 지점에서 그란테가 무엇인지 나는 직원에게 물어보았는데 내 생각처럼 그녀는 일반적인 보통의 사이즈라고 알려주었다. 순서를 지켜 마지막까지 입력하고 오더를 내린 후에 나는 앉을자리를 찾았는데 마침내 뒤에 기다리는 손님이 없어서인지 그녀는 메뉴로 시작하여 냉온의 선택 그리고 사이즈를 물어본 후 매장에서 마실 것인지 테이크아웃 할 것인지 물어보는 과정을 포함하면 키오스크에서 주문하는 것이 정확도나 시간적인 면에서 더 효율적이라고 부연 설명을 하였다. 나는 내가 사는 집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는 여전히 사람이 주문을 받더라고 말해보았는데 그녀는 앞으로 다른 카페도 머지않아 여기처럼 기계가 주문을 받을 거라고 말하였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물건을 산 후 키오스크 앞에서 영수증의 바코드를 찍어 미리 정산한 후에 주차장을 빠져나간 지도 몇 년이 지났다. 모바일로도 언제 어디에서나 책을 읽을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 되었지만 아무리 훌륭하게 리메이크하여도 원곡의 감흥을 되살릴 수 없는 옛 노래의 향수처럼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교훈을 일깨워주는 옛 고전의 울림처럼 나는 아직 종이로 된 책이 좋은데 새 책을 받았을 때 코끝으로 느껴지는 잉크냄새와 손끝에 닿는 종이책의 감촉은 전자책으로는 느낄 수 없는 마치 한 사람과 마주 보고 대화하는 듯한 정겨움 때문이다.
오래전 본 영화 터미네이터 2는 주인공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로봇인 T-800으로 프로그래밍되어 존을 구하는 역할을 맡았다. 악당 로봇을 물리치자 그는 스카이넷 연구의 마지막 칩인 CPU가 자신의 몸속에 있다는 걸 알게 되는데 그것이 재건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인류를 구할 지도자이자 미래에서 온 자신의 명령자인 존 코너의 말을 처음으로 거역하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류하는 걸 뿌리치고 크레인을 타고 용광로 속으로 뛰어들면서 이런 말을 남기고 그는 소멸되었다.
I know now why you cry
But it's something i can never do
Good bye
이제 네가 왜 우는지 알아
하지만 나는 할 수 없는 일이야
잘 지내
메일을 보내 고용된 직원의 해고마저 간단하게 처리하는 건조한 세상에서 마음을 눌러 담아 편지를 보내던 오래전 소녀시절의 수줍음이 그래서 비록 느리긴 하여도 한번 더 생각하고 어루만져주는 아날로그 감성이 나는 여전히 좋다.
빠르게 변한 세상처럼 기계는 곳곳에 늘어나 생활은 더 편리해졌는데 그란테라는 말을 이제 배운 나는 다음에는 버튼 하나로 쉽게 음료를 주문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인간의 감정을 학습하여 따라 하고 이해할 순 있어도 인간처럼 눈물은 흘릴 수 없다는 사이보그의 고백처럼 미소를 띠며 친절하게 무엇을 주문할 것인지 물어오는 사람의 목소리가 나는 그리워질지도 모르겠다.
따뜻한 햇살 사이로 반짝이는 신록의 싱그러움과
한 줄기 시원하게 내리고 곧 사라지는 소낙비의 우수를 그리고 검은 바다 위에 배의 안전한 항로를 위하여 불빛을 깜박이는 어두운 밤 등대의 고독을 나는 오래도록 기억하고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