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
나는 실리콘밸리에 사는 까마귀야.
실리콘으로 만들어져서가 아니라
이곳에 살기 때문에 실리콘 까마귀지.
까마귀라서 종종 말끝마다 까악 까악 거릴테니,
놀라지 말까악~
미국에 사는 까마귀라서 다르게 울지 않냐고?
그건...
듣는 사람의 고막 종류에 따라 달라.
made in Korea, USA, Vietnam...
이 글을 쓰는 '난누구'씨는 한국 고막이다 보니
당연히 까악 까악으로 들릴 테고...
참고로 미국 고막은 'CAW'로 들린다내,
예쁜 꼬마가 날 보면서 그렇게 흉내 내더군.
소리는 하난데,
그걸 듣는 귀는
나라마다 다 다른 걸 보면,
정말 신기한 일이야!
사실은 하난데,
그걸 보는 시선은
사람마다 다 다른 거랑,
정말 비슷한 일이지!
L. 건설사의 광고 문구 알지?
정말 마음에 쏙~ 들어.
까마귀가 어디에 사느냐가 그 까마귀가 누군지를
말해준다!
그래서 나,
실리콘 까마귀는
다른 여느 까마귀 떼와는 다르단 말씀이까악~
동물 시체 주변을 어슬렁 거리 거나,
남이 주워온 열매를 훔치거나 하는
그런 양아치 까마귀와는
보고 듣고 배운 게 다르니까악~
까마귀 몇몇이
이 말을 자기 둥지에다가 걸어놨어.
자기는 다른 까마귀랑은 다르다는 거지.
솔직히 말해
까마귀가 얼마나 특별하겠어.
머리부터 꼬리까지 다 검어서
다 거기서 거기지!
근데 그게 삽시간에 유행이 돼버렸어.
실리콘밸리가 최첨단 동네다 보니,
보기에는 시골처럼 보여도
힙스터들은 엄청 발 빠르거든.
거기다
한국에서 직구를 해야 하는데,
해외 결재 절차가 엄청 까다로워서
요령이 없으면
구하지도 못해.
여기서 잠까악~
실리콘밸리에 대해 생소한 독자들을 위해...
짧게 설명을 붙이면,
지리적으로는 샌프란시스코 5시 방향으로
넓게 펼쳐져 있는 분지야.
동과 서 끝부분에는 산들이 있어서
밸리라고 부르는 거야.
이곳에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내로라하는 IT 기업들이 즐비한데,
20만 개의 일자리가 있다고 하더군!
어느 부동산 중개업자가
고객에게 하던 말을
나무 위에서 우연히 엿들은 말이니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도 돼.
건물 옥상 CCTV들은
다 이 실리콘 까마귀님의 전용 좌석이지.
옥상 CCTV야 말로 명당 중에서 진짜 명당이거든.
그곳에 두리번거리고 있으면,
안 보려고 하는 것까지 다 보여!
그래서 아래에서 벌어지는지 일들을
대충 알 수 있어.
지금은 마운틴뷰에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에 머물고 있는데,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다들 '구글 구글' 그러던데...
언제부터 비둘기 말을 배워뒀는지 모르겠어~
역시 실리콘밸리의 인재들은 다르긴 달라!
다음 이야기
실리콘밸리의 점심 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