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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운 Jan 17. 2024

외로움과 연애의 함수

마흔의 연애 디톡스 후기

    



끊임없이 연애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누군가를 만나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해서 좋은 사람 나쁜 사람 가리지 않고 만나던 때가. 옆에 아무도 없으면 너무 외로워서 누구라도 있어야 마음이 놓였다. 매일 같이 연락을 주고받고 싶었다. 점심으로 먹은 샐러드를 공유하고 잠들 때 잘 자라는 인사도 주고받는 그런 사이가 절실했다.




연애를 할 때는 적어도 불안하지 않았다. 연애는 자극적이니까, 혼자 있을 때와는 다르니까. 좋아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또 좋아하고. 또다시 싸우고 화해하고 또 사랑하고. 이런 게 사랑이고 믿었다. 원래 다 이런 거라고. 설레게 하고 화나게 하고 웃고 울게 만드는 게.



다만 큰 불로 작은 불을 끄려고 했던 것이 문제였을 뿐. 어떤 연애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똑같았다. 더는 설레지 않고 더는 행복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반복적으로 만나는 것이 소모적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되돌려야 했을 때, 이별을 당하고 이별을 고하는 그 과정이 지나치게 소모적이었다.


결국 나는 이 무한 루프를 끊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도파민 러시(Dopamine Rush)’라는 개념이 있다. 쥐가 레버를 누르면 약한 전기자극이 흐르도록 설계된 실험에서 쥐는 처음에는 레버를 누르다가 결국 자극에 중독되어 결국 죽는다.



처음 연애를 쉬었을 때 지독한 금단현상에 시달렸다. 그래서 아무거나 했다. 정말 아무거나.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하고 뜨개질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수영하고 산책하고.



그렇지 않으면 누구에게든 연락해서 나 좀 만나달라고 애원할 것만 같았다. 잠들기 전 새벽 '자니..?' 문자를 보내는 전 남자 친구처럼 구질구질한 짓을 하게될 것만 같았다.


매일 나를 소진하고 나니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몸이 피곤하니 잡생각이 들지 않았다. 전에는  누우면 끊임없이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휘둘렀는데 이제는 그럴 틈이 없었다.



의미 없이 연애도 끊일 수 있었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무리한 운동으로 무릎이 고장 나고 수면 패턴도 불규칙해졌지만.



물론 지금도 불안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혼자 있으면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이고 이유 없이 불안해진다. 가끔 온 세상에 나 혼자만 존재하는 것 같이 외롭고 쓸쓸하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연애하진 않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나이에 그 누구도 쉽사리 마음을 내어주지 않는다.  




마음이 건강하지 않을 때는 건강하지 않은 선택을 하게 된다. 내면이 조급하면 조급한 선택을 하게 되듯이, 내가 나로서 온전하지 않을 때는 온전하지 못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지 않을 때 불안하다면, 습관적으로 연애를 하고 있다면 건강하지 않은 심리나 마음의 허기, 결핍이 있는 건 아닌지 잘 살펴보자. 연애가 주는 도파민에 중독된 건 아닌지, 사랑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누군가를 만나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조금씩 조금씩 혼자 있는 시간을 늘리다 보면 내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불안했는지, 무엇이 나를 괴롭혔는지 조금씩 보인다. 혼자 있으면 시간이 많아지고, 시간이 많아지면 생각이 많아지고, 생각이 많아지면 나에 대해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려웠지만 무분별한 연애(?)를 끊고 명상하는 시간을 늘렸다. 데이트 대신 일기를 쓰고 심리학 책을 읽었다. 나에 대해 조금씩 더 알게 됐고 조금은 덜 외로워졌다.



내가 처음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게 되었을 때, 이제 누구와 꼭 붙어있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을 때 더 좋은 사람이 나에게로 왔다(물론 지금은 없다).

 


때로는 연애도 디톡스가 필요하다. 결핍이나 불안 때문에 만나는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중독에서 빠져나오는 길은 오로지 그 중독과 맞서 싸우는 일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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