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따라 강남 가도 좋다

친구 따라 이력서 넣었다가 한 회사에서 19년간 근무한 이야기

by 미쌍이

<찬구 따라 강남 간다.>

자신의 뚜렷한 주관 없이 남에게 끌려서 덩달아하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여기서 '주관 없이' 혹은 '덩달아' 움직인다는 표현 때문에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나는 친구 따라 강남 가본 사람 중에 하나로써

<친구 따라 강남 가도 좋다.>라고 말하고 싶다.

무슨 얼토당토않은 얘기냐며 웃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친구를 따라서 '주관 없이' , '덩달아' 해본 장본인으로서 부디 해보기를 바란다.


대학 4학년 때 일이다. 취업을 앞두고 모두가 고민하던 때.

나는 누군가는 기웃거려 본다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알아보았고, 워드프로세서니 컴활능력이니 자격증을 따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수없이 고민했다. 전공을 살리기엔..... 당시 대학시절은 지금과 달리 입시 문턱을 넘으면 놀던 분위기라 노코멘트하겠다. 모두가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나는 참 열심히 술 마시고 놀았다.


그러다 보니 무얼 해야 할지, 앞으로 무얼 해 먹고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과 친구가 어느 회사에 채용 공고문이 떴다고 알려왔다. 본인은 한번 이력서를 내 볼 계획이라고 했다. 귀가 커진 나는 친구 따라 강남 가듯 함께 이력서를 넣었다. 남들이 다 한다니까 나도 해본 격이었다. 역시나 처음 시도는 보기 좋게 서류전형에서 탈락. 요즘 이런 걸 광탈이라 한다지?


몇 개월 후, 친한 친구가 그 회사에서 또 채용을 한다고 귀띔해 줬다. 같은 과 친구들은 이전의 탈락 경험을 토대로 이력서 넣기를 망설였다. 반면 나는 재도저언-!!! 을 외치며, 첫 시도 때 보다 더 신경 써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그렇게 들어간 회사에서 지난해까지 무려 19년을 근무했다.


단편적인 예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가? 친구 따라 강남을 갔을지언정, 입사해서 근속하기까지의 내 시간들은 절대로 '주관 없이' 혹은 '덩달아' 흘러가지 않았다. 직업을 선택하는 중대한 일에 있어서 친구 따라가는 선택을 했지만, 그 이후의 것들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덩달아 선택했다고 해서 책임과 의무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물론 그럴 수도 없고 말이다. 선택에 따르는 책무마저 회피하려 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선택일 것이니 다른 쪽으로 가보라.


그러니 어떤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친구든 선배든 주변인의 말에 귀 기울이고, 한 번쯤은 휘둘려서 '덩달아' 해봐도 좋다는 얘기다.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가볍다. 하지만 여기서 명심할 것 한 가지. 강남에 발을 들이고 난 이후로는 절대 '주관 없이' 휩쓸려선 안된다는 것이다.


나보다 먼저 경험한 사람들을 지표 삼아, 그들의 시행착오를 분석해 보자. 강남에도 먼저 가본 사람들의 맛집이 넘쳐나는 것처럼, 지표로 삼을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인터넷에 검색만 해봐도 나온다. 고민 상담에서부터 전문 분야 논문까지 다. 그리고 그 지표를 교훈 삼아, 내가 앞으로 나아갈 발걸음의 지도쯤으로 생각하자.

요샛말로 존버. 지도를 잘 참고해 가며 끈기 있게 버티면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


나는 작년에 퇴사를 했다. 그리고 다시 친구를 따라 강남에 갔다. 바로, 작가 친구의 권유로 글쓰기를 시작한 것.

'덩달아' 휘둘려서 선택했으나, 한번 해보려고 한다. 그래서 이미 작가로 등단 한 친구와 주위의 글벗들을 지표로 삼았다. 사실 지표라기보다는 서로 의지하고 동기부여 해주는 존재에 가깝지만 말이다.

이제부터 나는 존버할 것이다. 좋은 결과물이 나오든 나오지 않든 내 행동과 선택에 따르는 뒷감당은 내 몫이니까.


여러분들의 앞날에도 좋은 날이 오길 바란다.

지금의 나에게도 해주고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