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후유증 복시
작년 여름, 무더위가 기승이던 8월에 안과 검진을 다녀온 후로 두 계절이 지났습니다. 아침부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놓고 부랴부랴 준비를 합니다. 오늘은 6개월 만에 병원 검사를 하러 가는 날이 거든요. 오랜만에 운전을 해야 하기에 안경부터 가방에 챙겨 넣습니다. 1년 정도 지나면 사라질 거라 했던 복시가 여전히 저와 함께 이기 때문입니다.
그 여름 뜨거웠던 태양처럼 내 마음을 새카맣게 태워버린 의사 선생님의 말,
음... 검사 결과를 보면 1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어요.
나이 들면 시신경도 약해질 거고, 앞으로 더 안 좋아질 일만 남았다고 봐야지요.
생활하기 불편하면 안경 쓰시고 6개월 뒤에 봅시다.
이제나 저제나 나아질 날만 바라보며 1년 넘게 기다렸는데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습니다. 한줄기 희망마저 가차 없이 끊어버린 그 말에 가슴이 까매지도록 울었습니다.
'그래, 이제는 안고 가야지'
속상한 마음을 달래 보지만 어쩔 도리가 없으니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 불편할 뿐 사지 멀쩡하니 잘 살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다시 일상을 회복하고 덤덤한 듯 지내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제는 마음이 괜찮겠거니 생각했는데 검사기 앞에서 와르르 무너집니다. 기본 시력 검사를 하고 복시 검사, 동공 검사, 시신경 검사 등등 무슨 검사가 그리도 많은지. 기계를 옮겨 다니며 빙그르 돌아가는 회전의자에 앉았다 일어났다 반복하니 또르르 눈물이 흐릅니다.
눈에 적응해 가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마음 단련에도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안고 가자'며 마음을 내려놓은 지 얼마 안 되었으니 조금 더 기다려봅니다. 언젠가는 아무렇지 않게 숱한 검사기 앞에 앉아 '띡띡' 기계음을 내며 결과지에 기록을 남기겠지요.
담당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2주 뒤에 시신경 MRI 촬영을 하기로 했습니다. 사고 당시에 찍은 영상 기록들(뇌 CT와 MRI)과 타 병원에서 찍은 뇌 MRI보다 더 정밀하게 보고자 한답니다. 진료실에서 몇 개월 전과 달라지지 않고 여전한 결과를 전해 들으며 MRI의 결과를 알게 된다 한들 달라지는 건 없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외부 충격으로 인한 4번 시신경 손상. 의사 선생님은 복시의 원인이 좀 더 명확해지길 바라는 걸까요? 괜한 희망고문인 양 '혹시나....?' 하는 마음이 생기려 합니다. 단념하지 못하고 자꾸만 돌아보는 마음은 언제쯤 치유 될까요. 언젠가 안고 갈 수 있을까요?
후유증이라는 게 정말 무섭습니다. 강하게 들어앉아 오늘을 통째로 흔들어댑니다.
이로 인해 <비행을 일삼던 여자> 연재는 잠시 쉬어갑니다. 곧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