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jc Oct 20. 2020

몸무게의 비밀

“요즘 나 얼굴살 찐 것 같지 않아? 아무리 살을 빼도 빠지지 않아”

“넌 아무리 살을 빼지 않았어. 아무리 살을 뺀 적이 없어”


남편의 말에 반박 대신 날개뼈 가격을 했다. 그래도 그 말에 약이 오른 것인지, 나는 어제 간헐적 단식을 했으며 (아침은 굶고 오후에 햄버거와 쌀국수 아이스크림 라떼를 먹었다는 뜻) 하루 두 번 운동을 했다. (30분씩 나눠서 총 한 시간 했다는 말)


DAYONE앱 식단 일기


아침에 일어나 몸무게를 재봤다. 0.1킬로의 변화도 없었다. 어제 ‘간헐적 단식’을 하고 ‘두 번이나 운동’을 했는데 말이다.


점심을 준비하던 남편에게 이 억울한 사연을 들려주었다. (나는 오늘도 간헐절 단식을 한 탓에 너무 배가 고파서 냉동실에 있던 크리스피 크림을 데우려던 참이었다) 버섯을 썰던 남편은 잊지 못할 말을 했다.


“몸무게는 가장 나중에 빠지는 거야. 살이 먼저 빠진 다음에 몸무게가 빠져. 그러니까 실망해서 도넛 먹고 포기하지 마”


아 몸무게는 나중에 한꺼번에 반영되는 거라고?


남편은 그렇다고 했다. 살 빼본 적도 없으면서 어떻게 아냐고 물으니 본인이 찔 때 그렇게 찐다고 한다.


그런 거였다니. 왜 아무도 몸무게는 포인트가 5천 점 쌓였을 때 자동으로 전환되는 적립금이라고 얘기해주지 않았던 것인가.


이 메커니즘을 많은 다이어터들이 이해했다면 적립금이 쌓였는지 안 쌓였는지 매일 들여다보며 풀 죽는 대신 포인트를 쌓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결국 캐시 전환에 성공하지 않았을 것이냔 말이다.


오늘 점심은 남편이 포인트 적립을 도와주고자(적어도 깎아먹지는 않고자) 야채비빔밥을 만들어줬다.

물론 이 야채비빔밥으로 인해 허한 속을 요거트와 그래놀라 간식으로 채웠고, 저녁에 혼자 전자레인지 브라우니를 만들어 먹었으므로 결국 더 많은 차감이 되었다. 오늘의 정산 결과는 포인트 적립 실패로 끝난 듯하다.


그나저나 나란 인간은 왜 무설탕 코코아 가루를 사서 설탕에 바닐라 시럽까지 넣어먹는 것이냐? 왜?

작가의 이전글 남편에게 아침 차려주는 아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