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편에게 아침을 차려준다.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하도록 깔맞춤 소품도 적절히 배치했다. 보리차 노란색에 맞춰 남편이 야금야금 읽는 On Being an Artist 책을 무심히 던져 놓고, 보라빛 스무디 색깔의 릴케 시집을 놓았다.
남편은 저녁을 만들어줬다. 씁쓸한 맛이 나는 어린잎채소와 토마토를 올린 버터에 구운 송어 요리.
그 전날 점심에도 아무 것도 없는 줄 알았던 냉장고에서 어엿한 한끼를 차려냈다.
그 전전날 점심에도 남편은 꽈리고추와 토마토를 얹어 매콤 새콤한 맛이 나는 정어리파스타를 만들어 카프레제 샐러드와 내어줬다.
나는 그 전날 점심 데마끼를 만들어줬다. 남편은 셀프로 싸먹는 거냐고 물었다. (Farm-to-table 트랜드를 잇는 Food-to-mouth 랍시고 내가 옆에서 즉석으로 쥐어줬다)
어제 장을 보러 가며 쇼핑리스트를 만들어보니 무슨 슈퍼푸드만 먹는 사람 같아서 남편에게 웃으며 그렇게 이야기했더니 남편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요리에 하나도 관심 없는 사람 리스트 같아”
남편은 내가 뚝딱뚝딱 잘 만들긴 하지만 준비가 필요한 요리는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사진을 추적해보니 그 말을 부인할 수가 없다.
그래도/그래서 오늘도 나는 남편에게 아침을 차려준다.
차려주고 싶은 것이 아닌 먹고 싶어하는 것을 차려주는
것이 사랑이겠지, 남편이 버터만 쏙 빼고 먹었던 나의 앙버터 디쉬 사진을 보며 생각한다. 내 식재료 리스트에 대해 디스한 남편에게 기분 나쁜 티를 낸게 미안해지는 순간이다.
그 와중에 이 앙버터 사진 또 만들어 먹고 싶게 생겼다고 생각하는 나. 다음엔 말돈소금 뿌려 나혼자 먹어야지.
by hus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