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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자연 Nov 22. 2017

드레스 코드에 주목하라!

영어를 못해도, 춤을 못 춰도, 크루즈를 내 무대로 만드는 방법



몇 년 전, 미국에서 출항하는 크루즈에서 한국인 부부를 만난 적이 있다. 미국 베이스 크루즈에서 한국인을 만나는 건 정말 어쩌다 한 번 있는 일인데 그나마도 보통은 미국에 거주하시는 분들이었다. 그런데 이 분들은 처음으로 크루즈를 타보기 위해 광주에서부터 날아오셨다고 했다. 3천 명의 게스트를 통틀어 한국 국적의 승객은 이 분들이 유일했고, 영어를 전혀 못하신다고 하니, 혹시라도 소외감을 느끼실까 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나의 걱정은 기우일 뿐이었다. 이 분들은 저녁식사 후 각종 바에서 벌어지는 파티에서 현란한 ‘강남 스타일’ 댄스를 선보이시고, 포멀 나잇에는 무려 개량한복으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크루즈가 끝날 때쯤에는 마주치는 다른 외국인 승객들이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자고 할 정도였다. 


영어는 아임 파인 하와유 밖에 못해도, 춤을 잘 추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괜찮다. 크루즈에서 다른 승객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심지어 크루즈를 내 무대로 만들 수 있는 팁이 있다. 바로 포멀, 하와이안, 화이트, 블랙 앤 화이트 등 매일 저녁 다양한 드레스코드에 주목하는 것이다. 



* 포멀 나잇 : 일주일짜리 크루즈를 기준으로 보통 둘째 날 저녁에 남성은 턱시도를, 여성은 이브닝드레스를 차려입는다. 꼭 턱시도와 드레스가 아니더라도 출신 나라의 전통복장을 입는 경우도 많다. 




White party (화이트 파티)     사진 출처: cruisepassenger.com.au
Formal night (포멀 나잇)      사진 출처: Cruisecritic.com
Halloween (할로윈 나잇)        사진 출처: islandqueencruises.com
Pirate Night (해적의 밤)       사진 출처 : teentraveltalk.com




사실 드레스코드에 맞게 입지 않아도 크루즈 시설을 이용하고 돌아다니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그렇지만 붉은 악마의 빨간 티셔츠가 주는 에너지가 있듯이, 드레스코드에 맞춰서 입고 나면 묘하게 동질감이 느껴지고 없던 자신감도 마구마구 붙는다. 외국인들과도 뭔가 “우리는 하나! 지구촌 만세!” 하는 동지애가 생긴다고나 할까. 


내가 크루즈를 타는 5년 내내 늘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한복을 가져가는 것이다. 아무래도 부피도 한 몫하고, 일단 새로 하나 사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이번에도 내년으로 미뤘다. 그러나 포멀 나잇에 한복을 입고 근무하는 것은 언젠가는 이루고 말 나의 과제이다. 사실은 신입으로 들어온 언니가 곱디고운 한복을 크리스마스에 자랑스럽게 입은 걸 보고 덩달아 결심했던 것인데, 그때 언니의 인기는 대단했다. 미국이나 유러피안 여성들을 영화배우로 변신시켜주는 엘레강스한 이브닝드레스도 아름답지만, 단아하면서도 멋스러운 한복은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요는 드레스코드에 맞춰 자신만의 개성을 마음껏 뽐내라는 것이다. 그런 자신감은 언어의 벽을 뛰어넘는다.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러시안 커플이 있었는데 매일 저녁 독특한 패션으로 라운지의 인기스타가 되곤 했다. 다른 게스트들은 그 커플 옆자리에 앉지 못해 안달이었고, 그 커플이 몇 시쯤 라운지에 오냐고 나에게 미리 물어보는 게스트들이 있을 정도였다. 


크루즈 포멀 나잇에 한복을 입은 게스트들을 자주 보고 싶다. 나도 다음번 승선에는 개량한복이라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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