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버스카드는 어디서 발급받았어요?
은행이나 카드사에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다 해줘요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
서울역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심야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느낌적인 느낌으로 100% 베트남 사람인 것 같은 외국인 남자가
내게 영어로 말을 걸었다.
처음에는 내게 베트남 사람이냐고 물었고
(이런 질문을 베트남에서 일을 한 이후부터 굉장히 많이 듣는데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단호히(?) '노(NO)'라고 하자,
부모가 모두 한국인인지 재차 물었다.
내가 한번 더 힘주어 '원 헌드레드 퍼센트(100%)'라고 답하자,
또 다른 대화의 주제를 찾듯 정류소에 적힌 버스시간표와 요금을 가리키며
공항버스 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말과 함께
내 손에 꼭 쥐어진 교통카드 겸용 신용카드를 바라보며
그 카드는 어디서 구매했는지 물어보았다.
흘깃 쳐다본 그의 카드는
아마 편의점에서 구매한 듯한
카카오 이모티콘이 새겨진 충전식 교통카드였다.
이건 신용카드인데
아무 은행이나 가도 되고,
아무 카드사에 연락해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 카드는
그럼 무슨 은행에서 발급받았어요?
꼬리를 무는 그의 질문에
내 카드를 확인했더니, 현대카드였다.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현다이' 어쩌고 하다
때마침 버스가 도착했고, 나는 즐거운 대화였다며 인사를 하고
호다닥 버스에 올라탔다.
자칫하면 하노이까지 대화가 이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행히 그는 타지 않았다.
(어쩌면 서울역 부근에 살고 있는 외국인일지도 모른다.)
버스에 올라타 공항으로 향하며,
왜 그는 자꾸 특정은행과 특정 카드사를 물으려고 했을까 되짚어보다
순간 무언가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베트남에는
신용카드도 교통카드도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전체 국민의 10% 내외이며
대부분 체크카드나 계좌이체를 사용한다.
또한 대중교통카드가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는 본 적이 없으며,
그도 그럴 것이
버스나 지하철 사용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고
사람들은 대부분 개인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설사 어떤 지역에 교통카드가 있다 하더라도
그 수요는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은행도, 카드사도 다양하지 않다
공산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국책은행이 주를 이루며,
신용카드를 발급받기란 우리나라에 비해 꽤 까다롭기 때문에
이런 후불식 교통카드 겸용 신용카드를,
베트남 사람들은 굉장히 낯설게 느끼는 것이다.
나도 그가 왜 이해를 못 하고 계속 물어보는지
답답하게 느꼈는데
그제야 좀 더 친절하게 답해 주지 않은 것이
못내 미안했다.
생각해 보니, 나도 굳이 신용카드를 발급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
현지에서 체크카드만 썼는데
설령 내가 원했다고 해도
현지 신용카드를 못 만들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중국도, 러시아도
베트남과 비슷한 상황이지 않을까.
다음에 혹시 서울역에서 한번 더 그를 만난다면
후불식 교통카드 겸용 체크카드를 안내해 줘야겠다.
어느덧 공항에 도착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