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처음 도착한 날을 잊지 못한다.
타지에서 느끼는 미묘한 긴장감에 더해
나를 잠 못 이루게 한 것은,
바로 '추위'였다.
숙소 벽에 붙은 온도 조절계의 난방온도를 최대치로 올렸지만
영 따뜻하지 않았다.
당연히 가스로 온돌을 피우는 한국처럼
땅바닥이 따뜻해질 줄 알았는데
한국과 다르게 천장과 벽이 이어지는 곳에 있는
환풍기를 닮은 '덕트(Duct)'에서
아주 시원찮은, 미지근한 바람만 뿜어져 나왔다.
순간 이 바람을 통한 열기가
피부에도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지낸 1달 뒤 받은 전기요금 고지서에는
한화로 약 8만 원 가까이 되는 금액이 찍혀 있었다.
시원찮은(?) 온풍에 만족스럽지 않게 지내왔음에도 불구,
베트남의 물가 대비 살인적인 관리비였다.
여행을 하며 다른 숙소들을 거쳐 보았지만
베트남에서는 우리네의 익숙한 가스보일러를 발견할 수 없었다.
아마 베트남을 여행하시는 많은 분들도
이런 난방 시스템에 의아하셨던 경험이 있으실 거라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베트남은 북부 정도만 한국사람도 춥다고 '느껴지는' 겨울이 존재하고
남부는 사시사철 덥거나 혹은 매우 덥기 때문에(?!)
한국만큼 난방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굳이 잘 갖출 필요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외부온도가 높을수록 에너지 효율이 높고,
전기료도 매우 저렴한, '히트펌프'와 같은 냉난방 겸용 공조시스템으로
여름과 겨울에 모두 사용하는데
문제는 외부온도가 실내보다 매우 낮아지는 날은
실내 추위를 커버하지 못하는 지점이 발생하고
나 같이 엄살이 심한 사람은
베트남에서 춥다고 호들갑을 떨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베트남이라는 나라에서
가장 합리적인 난방시스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추운 날에는 전기장판이나 의자용 '엉뜨'와 같이
보조 히터를 추가해서 틀면 되니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