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감이 주는 해방감: 어느 ENFP의 까다로운 관계론

저 오늘 참석이 어려울 것 같아요…

by 연대표

저 오늘은 참석이 어려울 것 같아요....

그날 ㅠㅜ 안될 것 같아요. 제 몫까지 재미있게 노세요!!...(ㅠㅜ)

나는 단체모임을 좋아하지 않는 ENFP이다.

20대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온갖 대외활동과 모임을 하고 집에 오면 지쳐서 자고 또 다른 내일을 맞이하며 열심히 사는 게 다였다. 고등학교 동창모임, 대학교 모임, 동아리 모임, 취업해서는 동기모임 등등.. 그런데 어느 순간 모임을 하고 나면 지쳐서 집으로 들어오는 나를 발견했다. 응? 나는 사람한테 에너지를 얻는 ENFP인데, 그 사람이랑 맞지 않는 건가?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나만의 시간이 턱없이 부족할 때는 만나는 게 싫고 화가 나기도 하는 내 자신을 보고 한때는 나는 사회적 부적응 자인가? 이런 생각까지 했다.

겉보기엔 친구도 많고 활발해 보이지만, 소음이 가득한 단체 모임에서 진지하게 고민을 구구절절 말하기에는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모두의 상황이 다르고 그걸 이해를 시키기에 에너지 소모가 크고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어느 순간 옛 추억만 더듬거리는 인간관계를 하고 있었다. 공허했다. 그래. GPT야 나는 왜 그러니? ENFP인데 왜 단체모임이 싫은 거니? AI의존도가 높은 나는 개인적인 고민까지 AI와 나누고 있었다.


'미러링 인간'에 대하여

단체 모임을 하다 보면 깊은 얘기를 하지 못한다. 서로 안부를 묻고, 뭐 하고 사는지 말을 하지만 또 속 깊은 얘기를 공개적으로 하거나 한 가지의 주제에 대해 깊게 대화하기가 힘들다. 돌아가면서 마이크 잡듯 근황 얘기는 하지만 그냥 수박 겉핥기식 대화가 다수이다. 내가 싫어하는 관계가 바로 에너지가 뺏기는 표면적인 인간관계이다.

특히 미러링 인간을 극도로 불편해한다. 이런 친구들은 인기가 많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친구들에게서는 사람의 색깔이나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절대적으로 나의 주관적인 판단이다).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는 공산품처럼 취향도 나랑 같다고 하고, 내 얘기에 공감을 해주는데 도통 진심을 알 수 없다. 나의 말투를 복사하는 게 이 사람의 모습인 건가? 나는 이런 관계에 시간이 아깝다. 그래서 결론 안 나는 같은 얘기만 반복하는 걸스토크도 힘들어한다.


나는 호불호가 명확한 사람이 좋다.

마흔이 된 시점에 내 주변에 어떤 친구들이 남았나. 어떤 사람을 편하게 생각하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는 자신의 생각이 확고한 친구를 좋아하였다. 남들이 특이하다고 생각해도 생각이 명확하고 자기주장이 뚜렷한, 호불호가 있는 사람이 재미있고 편안하다.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본 것 같아서이다. 그리고 그런 관계를 더 값지고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 호불호 친구에는 나 자신도 포함된다.

나는 나와 대화를 하는 시간을 진심으로 좋아한다. 왁자지껄 4명 이상의 모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고, 스스로 질문을 던지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걸 더 좋아한다. 새로운 정보를 얻어서 인사이트를 발견하고 정보를 찾아보면서 생각을 확장하는 것에 자유로움을 느낀다.

ENFP가 자유로운 몽상가라던데 이건 100% 맞는 말이다. 혼자 생각하는 것은 누구의 방해를 받지 않고 혼자 마음껏 핸들을 꺾어서 원하는 곳을 가는 느낌이다. 사업이 나에게 잘 맞는 이유가 아마 이게 아닐까 싶다. 내 상상을 구상하고 체계화하고 실행하면서 되는 것에 도파민을 느낀다.


소외감 1%와 자유로움 99%

나는 어떤 모임에 필연적으로 소속되지 않는 지금이 너무 좋다. 내가 원하는 사람만 선택해서 만나는 것도 편하다. 한때 스스로를 사회성 부족이라고 느꼈는데 지금은 '자유로운 몽상가' 내 자신을 이해하고 존중해 주는 형태라고 생각한다. 나 빼고 만나는 모임에 소외감 1% 정도 느끼지만, 자유로움 99%로 금세 괜찮아진다.


혹시 다수 속에서 외로움을 느낀다면, 나와 같을 수 있다. 막상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해도 세상에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 잔잔한 평온을 찾았을 때 행복지수는 팡팡 올라간다.


나는 사람을 싫어하지 않는다. 사람과 깊게 교류하는 것을 누구보다 좋아한다. 내 남편은 INFP이다. 뒤에 세 글자가 같아서 인지 몽상가이고 소수의 깊이 있는 모임을 좋아한다. 어느새 나의 베스트 프렌드는 일상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그리고 생각이 같아져 버린 남편이 되어버렸다. 세상 모든 이에게 다정할 필요는 없다. 나를 이해해 주는 확실한 한 명과 내 모습을 이해하는 내 자신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완성도가 높은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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