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이직하기 위한 첫 커리어 플랜
커리어 상담을 하다 보면 나이가 어린데도 불구하고 여러 줄의 이력을 보게 된다. 1년 미만의 인턴과 2년 미만의 첫 직장생활 후 현재 다니는 갓 1년 된 직장에서 다시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을 계획한다. 인턴을 제외한 2번의 회사 경력은 합쳐봐야 2.4년인데 또 새로운 직장을 찾고 있다. 이전 직무 모두 마케팅 관련이길래 직무 전환을 하려나 물어보면 그렇지도 않다. 나는 채용 권한이 있는 인사 담당자가 아니므로 경력자는 이직사유를 솔직하고 구구 절절하게 알려준다. 이유야 이해가 가지만 앞으로의 좋은 직장으로 이직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컨설팅을 받아 잘 정리된 이력서는 다수의 지원자들 속에 눈에 띌 수 있다. 하지만 짧은 커리어 경력을 커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마치 외모가 뛰어난 사람에게 매력이 끌려 말을 걸었는데 대화가 통하지 않아 실망스러운 경우와 같다. 경험이 많은 헤드헌터들도 가장 진행하기 난해한 경력자가 이런 이력을 가진 지원자이다. 학벌도 좋고 스펙도 나쁘지 않은데 동종 직무를 1~2년 단위로 계속 이직한 경력자이다. 어떤 회사는 헤드헌터를 통해 채용할 때 5년 내에 이직 경험이 3번 이상이면 추천하지 말아 달라고 전제를 달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직장 생활 첫 3년은 대학 입학 전 고 3과 비슷하다. 어려운 직무와 힘든 조작 생활을 3년 버텨야 하고 이 시기가 지나면 회사생활에 대한 내성이 생겨 남은 커리어를 탄탄하게 쌓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입 딱지를 뗀 직장 3년 차의 위치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면 아무리 똑똑하고 잘 나가는 대학을 나왔어도 어리버리하기 쉽다. 업무에 대한 기본 툴을 익히고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해 새로운 업무를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운이 좋아 훌륭한 선배를 만나면 차근차근 배워나가지만, 일 쳐내기에 바쁜 회사 내에서는 스스로 터득해 해쳐 나가야 하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겨우겨우 어깨 너머로 배워서 업무를 적응하다 보면 1년이 훌쩍 넘어 가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은 많다.
이렇게 신입사원의 딱지를 떼고 후배들을 받고 선배들의 업무를 서포트하다 보면 나도 담당으로써 독립적인 프로젝트를 받게 된다. 그런 독립적인 업무들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서 성과로 이어지는 시기가 직장 3년 차이다. 물론 업계마다 업무의 난이도가 달라 독립된 업무를 하는 연차는 다르겠지만 통상적으로 한 회사의 3년 경력은 기본기를 할 줄 아는 시점이다.
3년은 버텨봤다 그래서 신뢰가 간다
한 회사에서 3년을 보내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노력을 했지만 그만큼 보상을 못 받았던 경험, 방향성이 달라져서 내 업무가 물거품이 된 상황,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같은 팀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았던 경험 등... 싫어하는 옛말이긴 하지만... 여자가 시집가면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이라고 했다. 3년은 충분히 배우면서 회사에서 부당하거나 힘든 업무들에 담금질이 되어봤던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직하는 회사에서는 3년이라는 기간에 대해 ‘3년을 버텼으니 우리 회사에서도 3년 이상 있을 수 있겠다’는 신뢰를 느끼게 한다. 조금만 힘들면 이직을 생각하는 직원보다 힘든 순간 같이 버틸 수 있는 맷집 있는 직원을 당연히 선호할 수밖에 없다. 뽑히는 경력직이 되려면 신입으로 입사해서 3년은 업무를 익히고 차근차근 다음 커리어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이력서에 쓸 업무 3가지는 배우고 나가라
경력직 이력서를 보면 채용 사이트에 나오는 경력 기술서(Job Description)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이력서가 있다. ‘ㅇㅇ 고객사 매장관리’, 이건 사람인, 잡코리아에 경력직을 뽑을 때 인사팀에서 쓰는 채용공고에 가깝다. 이력서에는 ‘ㅇㅇ 매장관리를 어떻게 하여 6개월간 전년 동기 대비 매출 5% 상승’이라는 구체적인 성과가 있어야 한다. 회사에서 주체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는 경력이 쌓이면 이력서에 명확하게 작성할 수 있는 업무성과를 적는 것이 좋다. 아직 이력서에 구체적인 업무 성과를 쓰기 어렵다면 이직하기 이르다는 증거이다. 회사에 머물러 업무를 배운 다음에 이직하기를 추천한다. 회사에서 경력직을 뽑는 이유는 신입보다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력자는 회사에서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업무 강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선배들의 커리어 패스를 보고 플랜을 짜라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에 사내에도 이직을 고려하는 선배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어느 업계로 어떤 대우를 받고 이직하는지 커리어 패스를 확인해 보면서 나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선배들이 직급을 높여서 가는지, 연봉을 몇 퍼센트 높이는지를 보면 현 직장이 취업시장에서 어느 정도 위치인지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이직을 잘한 선배들처럼 되기 위해서 보완해야 할 스펙이 있다면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회사를 이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커리어 방향성도 맞아야 하고, 이력서, 면접, 연봉협상, 직급 협의 등 사전 프로세스가 많다. 이직을 하고 나서도 업무 퍼포먼스 및 동료들과 잘 적응하는 것까지 하나하나 쉽지 않은 과정이다. 이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소중한 커리어 플랜에 잦은 이직으로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3년이 안되었다면 조금만 참으면서 좋은 이직의 기회를 잡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