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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Jul 01. 2017

뉴미디어와 올드미디어 사이, '500원'에 대하여

한 언론 세미나를 다녀온 후기. 

"500원을 걸겠다. 미디어 스타트업이 절대 안 된다는데에."


어제 간 언론 세미나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국제뉴스총회를 요약보고하는 자리였다. 토론 세션에서 메디아티 데모데이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사회자가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시냐. 언론진흥재단 측의 패널이 500원을 걸었다. 미디어 스타트업, 절대 안 된다. 그 발언에 대한 나의 생각을 기록해둔다. 


앞서 발표에서는 브랜드 충성도에 대한 이야기와, 쿼츠처럼 섹시한 브랜드 콘텐츠를 뽑아내면서 애드블록을 타파하고 있는 경우, 포털 같은 거대 디지털 권력자와의 관계 설정에서 좋은 선례를 보여주고 있는 곳들, 뉴욕타임즈의 서비스 저널리즘(구독모델,크로스워드,레시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발표 중간에 도착했고 모든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다. 내가 도착했을 시점은 '페이월은 어디에 세울 것이냐', 구독 모델 유료화에 대한 전략적 고민을 논하던 때였다. 알고리즘이 편집자보다 낫다거나, 개발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 언론 기업이 아니라 콘텐츠에 관련한 세련된 기술 기업이 되자는 목소리. 세션이 끝나고 진행된 토론 자리에선 수년전에도 개발자 고용하자는 이야기를 해왔다는 한탄이 나왔다. 여러 발언자의 공통 언급은 "우리는 왜 더 절박해지지 않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무엇에 대한 절박함을 말하는지 나는 모르겠다. 이야기를 보면 '살아남기'에 대한 절박함 같다. 왜 살아남아야 하는가. 누구를 위해서 이 한 덩치하는 언론사 각각이 살아남아야 하는가. 그 '누구'에 대해 고민하는 곳들도 분명히 있다. 나는 위의 발표에서 이야기 된 언론 브랜드 인지도와 충성도의 문제를 이미 해결해나가며, 새로운 수익모델을 시도하고 있는 기성 언론 몇몇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그렇지 않다. 당장 며칠 전을 떠올려보라. 강경화를 법무장관으로 만든 수많은 기사들은 누가 썼나? 언론사 수익 틀어쥐는 플랫폼의 문제인가? 꼭 그렇기만 한가? 


메디아티 데모데이와 이 세미나의 차이는 컸다. 둘 다 새로운 생존에 대해 말하지만 한쪽은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는 누구를 위하는지, 그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이야기했다. 또 다른 쪽은 수익장벽은 홈페이지 가운데 넣을 것인지 말 것인지, 개발자를 고용할 것인지 아닌지, 왜 '본인들이' '아직도' 절박하지 않은지 이야기했고 플랫폼 권력에 대해, 종속에 대해 이야기했다. 브랜드 충성도를 이야기하는 수많은 언론사 중에 그들의 일상을 궁금해하고 그들에게 기사 주제를 제안 받고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는 곳이 얼마나 있을까. 있겠지. 있을 것이다. 있어야 한다. 그 덩치로 커서 그 덩치를 유지하고 먹고 살고 있는 곳들인데 그런 고민이 없다면 나는 미디어 기업이 생존하는 방식 자체에 실망할 것이다. 


신생 미디어 스타트업들도 많은 부분 기존 언론에 빚진다. 기존 언론의 고민과 닮아있는 문제를 같이 안고가기도 한다. 나는 그 고민의 접점이 긍정적인 방향에서 생길 수 있기를 바란다. 단순히 한쪽을 싸게 쓰거나 조금 더 나은 노하우만 빼가는 게 아니길 바란다. 각자가 못 푼 각각의 문제를 다른 쪽도 당연히 못 풀 문제라고 규정하고 서로 견제하고 의심하고 깔보지 않기를 바란다. 아직 증명한 것이 없어서 사실 이런 말을 할 자격도 없다. 나는 구태를 비판하며 구태를 닮아가기보다는 우리가 해야할 일을 직시하고 해낼 것이다. '우리(기존 플레이어)는 왜 간절하지 않은가'를 반복해서 묻는 그 자리, 어제의 그 자리가 딱 미디어의 '오늘'이었다. 다른 자리에서, 우리는 더 나은 내일을 본다.  


관련한 내 발언 후, 500원을 거신 박사님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시장 변화가 없다면" 이라는 조건을 덧붙였다. 나는 헌신하는 플레이어의 면전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500원을 언급하시는 분과 언론의 미래가 별 상관이 없길 바란다. 우리의 페이스북 플랫폼 종속성을 비판하면서 한편으로는 네이버와 카카오 비판과 +사랑에 열을 올리는 구태도 지겹다. 안 될 이유가 100가지여도 시작하고 뛰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플레이어다. 각자가 다 플레이어라는 걸 자각해야 뭐라도 된다. 새로운 게 시작된다. 줄탁동시. 안쪽이든 바깥쪽이든 같이 깨야 한다. 우리가 각자 가지고 있는, 모든 구태의 멸망을 기원한다. 그래도 될까 말까한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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