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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Jan 09. 2023

재벌집 막내아들의 작가가 말하는 '웹소설 쓰기'

책 <실패하지 않는 웹소설 연재의 기술> 감상 

재벌집 막내아들을 재밌게 봤다. 국밥집 송중기가 재벌집 송중기가 되는 첫 화의 결론에서 놀랐다. ‘뭐야, 무슨 웹소설이야?’ 툭 뱉은 말은 사실이었다. 웹소설 원작이 있었다. 


재벌짋 막내아들은 원작 웹소설이 가진 이야기의 힘을 잘 구현해낸 드라마다. 드라마 성공의 배경에는 또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내겐 이야기 구조의 힘이 크게 느껴졌다. 그래서 웹소설 분야를 좀 기웃대보았는데, 흥미로웠다. 텍스트 콘텐츠 분야 중 가장 수익성이 잘 보장되는 분야란 점, ‘재미’라는 콘텐츠의 원초적 기능에 충실하다는 점, 독자층의 연령대가 생각보다 넓게 고루 분포되어있다는 점 등등… 장르적 특성이 궁금했고, 어떻게 설계해서 쓰는지 알고 싶었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원작을 쓴 작가 산경의 <실패하지 않는 웹소설 연재의 기술>을 찾았다. 


작가는 웹소설을 쓰고자 하는 입문자들을 대상으로 이 책을 썼다. 산경은 분석가고 성실한 현실주의자다. 잘난 척 하는 책이 아니다. 자신의 성공 경로나, 작가가 되기까지의 삶 같은 건 책에 없다. 말 그대로 기술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크게 이야기를 만드는 기술과 직업 작가가 되는 기술 두 가지를 말한다. 웹소설이라는 특정 분야에 한정될 만한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원론에 가까운 이야기들이다. 


‘작가의 첫걸음’이라며 그가 꽤 엄격하게 강조하는 지점은 작업량이다. 웹소설은 소비 특성 상 주 7회 연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주 3회다. 그보다 연재 주기가 길면 독자가 떠난다. 그는 ‘손가락이 5,000자를 쓰기 전에는 절대 쉬지 않는, 이러한 상태가 몸에 익어야 한다’ 고 말한다. 이 부분에서 산경 작가는 가장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표현을 쓴다. ‘주 7회가 베스트라면 굿 정도 되는 건 5회 이상’이라고. 웹소설이란 장르에서 작가들은 독특하게 훈련 되는 구나 싶었다. 거의 매일 독자를 만나고, 라이브 채팅에 가깝게 창작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런 환경에서 길러지는 이야기꾼들은 어떤 잠재력을 가지고 있을까? 그런 궁금증이 일었다. 


독자는 작품도 평가하지만 작가도 평가하고 고른다. 기대치와 평가의 기준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분량이다. 산경은 ‘웹소설을 즐겨 보는 독자들은 10권 정도를 적정한 분량이라고 생각한다’며 ‘최소 250편 연재’를 기준으로 작업하라고 조언한다. 독자가 여가 시간을 몰입해서 즐기기 위해 기대하는 최소 분량은 맞추란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신뢰다. 산경은 새 연재를 시작할 때 독자들이 자신을 믿는 이유가 ‘작품의 질도 재미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어쨌든 완결은 내는 작가’라는 기본적인 신뢰가 그의 작품을 선택하는 이유다. 웹소설 시장에 뛰어드는 초심자가 많고, 그만큼 중도 포기하는 작가도 많다. 


창작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을 위한 다른 조언들도 유용하다. 작품의 질을 높일 수 없다면 양을 늘리라는 이야기. 완결 작품을 여럿 쌓는 것이 좋은 작품 하나를 쓰기 위해 뭉개고 있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는 데 이롭다. 그는 완결을 내는 게 중요하다는 말, 끝까지 물고 늘어지라는 조언을 반복한다. 업을 진지하게 대하는 사람의 기록은 분야를 넘어 재미있다. 자신의 일의 속성을 분석하고 이론을 만들며 일하는 작가의 ‘연재의 기술’을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산경은 주인공의 유형을 ‘완성형’과 ‘성장형’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완성형 주인공은 회개했거나, 환생했거나, 빙의했거나, 천재인 유형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이 그렇고, 이런 소설은 이미 많이 무르익은 트렌드다. ‘눈떠보니 백작 영애’밈도 포함. 이런 서사는 사람들의 욕망을 반영하고 있지 않을까? 이미 맵을 다 읽을 수 있는 곳에서만 게임을 하고 싶다는 욕망. 그리고 스토리의 다이나믹을 견디지 못하고 요약본을 찾아보는 심리와도 연결이 있지 않을까 싶다. 성장을 기다리는 답답함을 문화 콘텐츠에서 딱히 바라지 않는 게 아닐지. 



이야기는 구조가 있고, 그 안에서 다이나믹을 만드는 캐릭터가 있다. 산경은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쓰는 다섯 가지 방식.    

첫번째는 처음부터 마지막 성취까지 단번에 달려가는 방식. 

두번째는 결론을 내고 에필로그를 길게 이어가는 방식. 

세번째는 주인공의 성장 이후 결론에 도달하고 마지막 부분의 에피소드를 반복하는 방식. 

네번째는 하나의 이야기를 끝내고 유사한 식으로 또 하나의 긴 이야기를 쓰는 방식. 

다섯번째는 옴니버스 방식. 연결된 이야기가 아니라 에피소드화하는 방식. 




밑줄 


“심리묘사를 정확하게 한다는 것은 독자에게 등장인물의 감정을 강요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독자는 그렇게 느끼지 않았는데 작가가 심리 묘사를 하면서 이렇게 느끼라고 강요하는 순간, 독자는 괴리감을 느끼게 됩니다.” 


“대사만으로 핵심을 전달하면 속도감이 어마어마합니다. 독자는 순식간에 한 편을 몰입해서 읽지요. 하지만 소설이 아니라 마치 요점 정리를 보는 듯한 기분도 듭니다. 소설은 학습지가 아니거든요. 만약 살을 더 붙인다면 독자는 숨 쉴 틈이 생깁니다. 그런데 이것은 몰입에 방해가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작가가 독자의 감정선을 건드릴 수만 있다면 그것이 분노이든 슬픔이든,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오는 따뜻함이든 사이다 같은 통쾌함이든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불러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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