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3권 샀다.
어제 저녁, 마음이 답답해서 집으로 가는길에 갑자기 길을 틀어 교보문고까지 걸어갔다. 30분정도 걸어가면서 생각했다. 오늘 왜 이렇게 되는일이 없었을까. 하루에 4~5가지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뭐하나씩 막혀서 진행이 되지 않으니 마음이 너무 답답했다. 이미 쓴 사업계획서를 초창패에 맞춰서 쓰면서 마음이 너무 답답했다. 하고 싶지 않은 광고 컨텐츠를 만들었고 컨펌까지 받아냈는데, 갑자기 방향을 바꾸자고한다. 차를 팔려고 딜러가 왔는데 이전 소유주로부터 내가 생각하지 못한 수리내역이 있다고 한다. 공유오피스에서 제대로 일해보려고 샀던 높이조절 책상이 불편해서 당근에 올렸는데 아무도 안사간다. 옆자리 사람이 한달동안 없어서 빈자리에 놔뒀는데 마침 내일 들어온다고해서 무료나눔을 해도 아무도 안가져간다. 그래서 결국 폐기물 스티커 받아서 붙여서 버렸다. 최근들어 하기싫은 일들을 꼭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었던 것 같다. 꾸역꾸역 그래도 하고있었는데 타이밍 좋게 한꺼번에 뭐가 잘 안되었다.
그래도 오늘 대부분 잘 해결했다. 차는 이전에 구매했던 곳에 이야기하고 어느정도 값을 잘 받고 팔았고, 초창패는 꼭 안넣어도 되겠다는 판단이 섰다. 지금은 스포츠관련 지원사업이고, 액셀러레이팅, 초기, 사회적기업 3가지를 넣었는데, 2주가량 빨리 발표가 나고, 여기되면 초창패는 어차피 못한다. 그리고 여기되면 그냥 여기서 받고 할거다. 초창패 비해 2000만원 정도 적지만 1달정도 사업기간이 빠르다. 내가 필요한건 어차피 5000만원 정도의 돈이다. 이걸로 안되면 7000만원으로도 안되긴 마찬가지다. 그리고 만약 여기서 안되면 초창패는 더 확률이 낮다. 그리고 정말이지 초창패로 바꿔쓰는게 너무 스트레스다. 빠르게 배포하고 반응보며 많은 제품을 만들어 나가갔다는, 내 25년을 1년단위로 명확하게 계획하는게 힘들었다. 미묘하게 다른 항목에 말이 되게 적으려는 나를 보면서,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스트레스가 솟았다. 결국 구색만 갖춰서 써두고 집에가다가 교보문고를 갔었다. 교보문고로 걸어가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집에서 교보문고로 걸어가는 길을 정말 많이 왔다갔다했고 5년이상 이 동네에 있다보니, 창업하겠다고 이것저것하며 각각 다른 상황에서 이 거리를 걷고 뛰고 자전거 타고 차를 타고 다녔던게 생각이 났다. 그리고 지금 좀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공유오피스 대표님이 말씀해주신 복싱을 배워볼까, 예전부터 다시 제대로 하고 싶었던 농구를 주말부터 배워볼까. 5월쯤 치앙마이를 시작으로 여행을 가는 걸 생각하고, 머리를 짧게 잘라버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여행은 얼마나 길게 이어질까 생각했다. 여행하는김에 영어만 써볼까 생각도하고 영어이름을 만들고, 지금이름을 쓰지말까라는 생각도 했다. 뭔가 바뀌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다 감정인데, 진짜 문제 될 일은 없는데, 왜 초조하고 마음이 가라앉는지 알아보려고했다.
교보문고에서는 매대에있는 책들제목을 하나씩 보면서 마음이가는 책들을 하나씩 읽어봤다. 처음 마음에 든 책은 "당신의 첫 생각이 하루를 지배한다" 라는 얇은 책이었는데, 프롤로그에 아침에 하는 생각이 하루를 바꾸고 인생을 바꾼다는 말이 공감됐다. 이 책을 읽고 루틴을 좀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두번째 책은 "회복탄력성" 이라는 책이다. 줄간 여백이 커서 뭔가 가벼운 내용같았는데 읽어보니 위로가 됐다. 삶의 역경과 시련은 깊어질 수 있는 기회라는 말이 위로가 됐다. 이렇게 계속 깊게 땅파고 들어가다가 석유나오는거 아닌가 모르겠다. 세번째 책은 '최고의 상술'이라는 교촌치킨 대표님이 쓴 책이다. 화성 교촌치킨에서 직원 6명이 양손으로 치킨을 튀기고 쉴세없이 배달이 나가는 걸 봤던게 생각나서 집어들었다. "나 치킨집이나할까?" 이런 내용으로 시작하는데, 교촌치킨 대표님이 치킨집을 시작했던게 40살이었다. 그리고 그전에 실패를 대충 세어봐도 7번정도는 한 것 같았다. 그러고도 다시 시작했고 그리고 저렇게 맛있는 치킨을 만든거다. 그런게 위안이 되어 읽고 싶었다. 다만 요즘 이런 이야기에는 항상 옆에 아내나 남편이 있는데, 별말없이 동의하면서 "산 입에 거미줄이나 치겠어요"라고 담담하게 믿어주는게 부러웠다. 그래 뭐 이것도 깊어지는 기회겠지.
오늘은 차를 탁송으로보내고, 에너지가 좀 떨어졌는지 일에 집중이 잘 안돼서 집청소를 했다. 청소라기보다 다 가져다 버렸다. 차에 있던 물건들과 이것저것 잡동사니를 다버리고, 당근에 올릴 자전거 관련용품, 캠핑관련 용품을 한바구니에 담았다. 버리는 것도 참 일이다. 당근에 올릴지 그냥 버려버릴지 고민했는데, 모아놓으니 자전거 타는 사람이나 캠핑하는 사람은 금방 가져가겠다 싶어서 당근에 올리려고한다. 내가 서울에 산지도 15년이 됐다. 서울에 처음 올라왔던 20살때를 생각하면 정말이지 순박하기도하고 촌스럽기도하고 그렇다. 캐리어도 아니고 보자기에 이불을 싸서 올라왔던 것 같다. 그랬었다. 아무리 15년 전이라고 하더라도 그때 치고도 꽤나 시골에서 올라오는 티를 냈던 것 같다. 이젠 서울이 고향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오래살았다. 이곳을 이제 좀 떠날까 하는 생각을 한다. 차도 팔았고, 보증금빼서 여행을 다니고싶다. 혼자 여행을 갔을때 뭔가 이방인이 된 외로운 느낌을 싫어해서 여행을 잘 떠나지 않았는데, 지금쯤 되니 이제 여기서도 이방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여행을 하면서 나와 비슷한 사람을 찾고싶다는 생각도 들고, 이전부터 한번쯤 하고 싶었는데 지금이 딱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다니면서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충분히 멋진 사람이 돼서 돌아 올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있다. 안해봤던 걸 많이 해봐야겠다. 항상 혼자 잘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처럼 혼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생각하는건 처음인듯 하다.
"글이라도 안쓰면 미칠것 같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다. 모닝페이지를 쓰는것도 좋았는데, 이렇게 자기전에 글을 적는게 마음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많이된다. 이 브런치 계정에는 내 창업이야기를 계속 써내려가려고했는데, 이런 이야기도 뭐 창업이야기니까. 힘들면 힘들다. 좋으면 좋다. 감정적인 이야기도 잘 기록해둬야겠다. 나중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지금 나한테 도움이 된다.
다시 얼른 에너지가 다시 솟아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