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환경에 왔다.
항상 글을 쓰려고 생각이 들면, 힘들때여서 힘들다는 말만 주구장창 하는 것 같다. 오늘도 역시 그런 말들을 적으려고한다. 얼마전 치앙마이에 왔다. 오기 직전 까지도 고민을 했다. 과연 여기서 내가 뭘 얻어 갈 수 있을까. 그런 고민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많은 걸 느꼈다. 개인적으로 여행이 아닌, 그냥 여기서 살려고 온 여행은 처음이었어서, 어떨지 많이 궁금했다. 첫날은 꽤 비가 많이 왔고 호스텔은 여행객들이 왔다갔다 다녀가서 정신 없었다. 그런데도 그냥 좋았다. 굳이 표현하자면 이 도시 전체가 나한테 괜찮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오토바이와 차들이 정말 많이 다니는데, 경적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다들 기다릴 줄 알고 마음이 급해보이지 않았다. 나같이 와서 오래 있으면서 사는 관광객이 많은 도시라 이방인에게 친절했다. 호스텔을 떠나 알트치앙마이 라는 코워킹 코리빙 스페이스에 한달 계약을 하고, 근처 헬스장도 한달 계약을 했다. 운동하고 일하고 잘자고, 잘먹고, 여기 있는 사람들이랑 가볍게 이야기하고. 잘 지냈다. 신기하게도 근 3년간 달고살던 기침이 멎었다. 오래된 피부 문제도 거의 사라졌다. 뭘까. 여기 공기가 좋은걸까? 물이 특히 좋은걸까? 아닐텐데.. 공기는 좋은 것 같기도 하지만, 그만큼 스트레스를 안받은 것 같다. 여기서. 최근까지도 한달 이상 더 머무를지 고민을 했다.
근데 최근 전여자친구가 놀러왔다. 전여친은 어리다. 하지만 결혼을 빨리 하고 싶어하고, 안정적인 모습을 좋아해서 나와 헤어졌다. 충분히 이유가 된다고 생각했다. 헤어진지 4개월정도 됐을때, 콜드플레이 콘서트 티켓을 구했다며 나와 보러가자고 갑자기 연락이 왔다. 나도 그녀도 서로 좋은 감정을 가진 상태로 헤어진거라, 나는 고마웠고 재밌게 보고 왔다. 그리고 이럴거면 그냥 만나자고 말했고, 내가 치앙마이 갔을때쯤, 그녀는 마침 여행을 가는데, 그때까지 생각해보고 말해달라고 했다. 그녀는 그래도 아직 무섭다고 했고, 알겠다고 했다. 근데 치앙마이는 오고 싶다고 해서, 덥석 잡았다. 그냥 보고싶었던 것 같다. 근데 막상 와서 나한테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 말을 막상 들으니 나도 막상 무서웠던 것 같다. 전화로 이야기했을때, 나도 마음을 접은 거였을까. 나랑 만나면서 정말 안힘들어 할지, 내가 너무 또 의존하진 않을지, 그럴 때 또 떠나진 않을지 그런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몇가지 질문을 하겠다고 하고 이야기를 더 나눴다. 근데 그날 저녁, 다시 역시 아닌 것 같다고 그랬다. 그러려니 했다. 근데 다음날 낮잠을 자는데, 너무 슬픈 마음이 들었다. 마치 다시 만났다가 헤어지는 것 처럼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아무래도 다시 만나자고 말했고 그러자고 했다. 근데 떠나기 전날 다시 헤어지자는 말을 들었다. 5일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치 한번 다시 만나고 다시 헤어진 것 처럼 여파가 있다. 어젠 어찌저찌 일했는데, 오늘은 또 그냥 혼자 있고 싶어서 방에서 혼자 일하다가 이렇게 글쓰고 있다.
내가 되게 감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혼자일하는 걸 외로워하면서도 이렇게 하는 이유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할때 감정적인 파도를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 누구와 만날때, 헤어질때 만들어지는 감정적인 파도가 너무 힘들다. 해야할 일이 아무리 많아도, 아무리 돈을 벌어야해도 그냥 다 놔버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아니 많다. 이런 내 안의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먼저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운동, 명상, 글쓰기. 일단 내가 찾은 최선의 방법들이다. 이렇게 글이라도 써내려가면 많이 해소가 된다. 그냥 종이에 펜으로 글을 쓰기도하고 블로그에 쓰기도 한데, 여기에 쓰는게 그래도 가장 마음이 편한 것 같다. 제일 나를 모르는 사람들한테 쓰는 글 같아서.
이럴땐 아무 생각 안하고 작업하는게 최고다. 버그가 있든 말든 그냥 쭉 작업하고 배포하고, 고치고, 바쁘게 사는게 최고다.
아무튼 치앙마이는 좋았는데, 마지막에 갑자기 좀 힘드네. 다시 진주로 돌아가면, 사무실이나 오피스텔을 잡고 1년정도 정말 열심히 해봐야겠다. 요즘 역시 느끼는건 난 지금 연애할 때가 아니라는거. 내가 시작한 이 일을 제대로 집중해서 끝낼 수 있는 시간들이 필요하다는거. 지금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외롭겠지만 그래도 뭐 그래야 할 것 같다. 내 최선이다.
방에서 작업하다가, 집중안되면 그냥 내려가서 작업좀 더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