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이로운 고작가 Jul 23. 2024

그녀...ㄴ은 브런치에서 꽤 잘 나간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잘 되는 일만큼 짜증 나는 일은 없다.


얼마 전, 내가 정말 싫어했던, 지금도 너무나도 싫어하는 그녀가 브런치에서 인기 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괜스레 화가 치밀었다.

나는 200명도 안 돼서 더 열이 받았는지도..


나는 궁금해졌다.

가시 돋친 말을 아무렇지 않게 쏟아냈던 그녀는 어떤 생각을 하고 무슨 글을 쓸까?

어떤 글을 쓰길래 그렇게 인기가 많은 걸까?


짜증 나는 마음을 누르고

그녀의 글을 차례차례 읽어보았다.


글만 보면 굉장히 배려 많고,

다른 사람을 위하는 맘이 큰 것 같았다. 

솔직히 좀 놀라기도 했다.


'이런 말도 할 줄 안다고? 그 여자가?'


내가 그녀를 오해한 건지, 아니면 자신을 포장한 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기억 속 그녀는... 아닌 그년은 나에게 화가 나면 자신의 화를 못 이기겠다는 듯

모든 불만을 쏟아냈다. 자존감에 스크래치를 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난 아무 말도 못했다. 이렇게 욕먹을 정도로 잘못한 일이 아니란 걸 알면서

대들기는커녕 오히려 죄송하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내 사수였기 때문이다.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건 종편 방송국에서 외주 프로덕션으로 일자리를 옮긴 이후였다.

나는 자료조사나 섭외를 담당하는 막내작가, 그녀는 대본을 쓰는 메인작가였는데

내가 일하는 모든 게 거슬렸는지 사소한 일에도 크게 혼내는 일이 많았다.

나름 열심히 쌓은 내 경력을 깎아내리기도 했다.


"네가 전에 했던 프로그램은 경력으로 쳐줄 수가 없어."

"내가 너 이력서를 다시 한번 봤는데 제대로 일을 배워본 적이 없어서 못하는 것 같아."


그녀는 나를 대신할 새로운 막내작가를 뽑을 것처럼 말하기도 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막내작가가 귀했기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나 또한 서브작가로 입봉을 해야 할 시기였던 터라 일을 그만두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녀는 기껏해야 일주일에 한 번, 열흘에 한번 잠깐 출근을 해서

얼굴볼 일은 적었다는 것이다. 싫은 소리를 들어도 면전이 아닌 전화로 듣다 보니

최선을 다해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나는 그녀와 함께 5개월 가량을 일했고

예정된 방송의 제작을 모두 마친 후에야 더 이상 함께 일하지 않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출근했던 날

그녀는 그동안 미안했다며 내 손을 잡고, 잘 지내라고 말했다.

네가 성격이 참 좋다며 처음으로 칭찬도 해주었다.

.

.

.

이제 와서..?

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같았으면 나에게 조금만 따뜻하게 대해주지, 왜 그렇게 차가웠냐고

소심한 반항이라도 했을 텐데

그때의 나는 그럴 만한 용기도, 객기도 없었다.

올라가지도 않는 입꼬리를 겨우 치켜올리며 '감사합니다'라고 내뱉은 게 전부였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그녀 밑에서 고생한 걸 보답받기라도 하듯 이후 서브작가로 입봉을 하고

좋은 사람들과 일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녀를 아는 동료 작가들이 중간중간  소식을 나에게 알려주었는데

하나 같이 막내작가가 그녀의 성질머리를 견지디 못하고 도망 다는 이야기뿐이었다.

이야기를 듣고 내가 후배가 생기면

절대 혼내지 말아야지, 다짐을 했고

실제로 단 한 번도 그러지 않았다.


난 사람이란 두 종류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혼낼수록 잘하는 사람과

칭찬할수록 좋은 성과를 내는 사람


고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부하직원을 둔 사수라면

내 후배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고

혼을 내든 칭찬을 하든 하면 좋겠다


그렇지 않고 막무가내로 화를 쏟아내고

혼내기만 한다면 평생 누군가에겐

증오의 대상, 망하길 기도하는 저주하는 대상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근데 그런 사람들은 사실 마이웨이로

살기 때문에 자신이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라는 걸

평생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를 괴롭힌 그녀 역시 내가 자신을 10년 넘게

싫어하고 망하길 바란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겠지?

장담컨대 이 글을 읽어도 모를 것이다.


이쯤 되면 그녀를 미워하는 것도 멈춰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1도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










작가의 이전글 글 쓰기 전 해야할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