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공평한, 그리고 불공평한.
텔레비전 광고.
이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옛날 언어랄까.
CF도 아마 지금의 1020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단어일 것이다.
티브이에서 어느 날 아주 이상한 광고를 하는 것을 보았다. 처음에는 웃겼고, 그다음부터는 그 광고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매우 정확해 보였다.
타겟층은 현재 기득권, 나름 경제적인 부분이 안정권에 해당하는 4050이고, 어쩌면 가장 많은 밀레니엄 세대까지 포함한 것일 수도 있겠다 싶은 광고였다. 모 오픈마켓의 광고인데, (오픈마켓도 너무 옛날인가? 그저 쇼핑몰이려나..ㅋㅋ) 지금은 거의 활동하지 않거나, 한때 매우 유명했던 가수들이 나와서 본인들의 곡에 제품을 하나씩 넣어 노래를 부르는 광고다. 개인적으로는 위트 있고 재미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지속하는 것을 보고 그만큼의 효과를 얻었구나 싶으면서 타깃층을 매우 정확히 잡은 광고라고 생각한다.( 나는 마케터나 광고 종사자가 아니므로 그들의 뜻이 내 생각과는 다를 수 있으나, 단지 일개 소비자의 시선에서 느끼는 감정임을 알아주길 바란다.)
경제적인 부분은 세대에 상관없이 사정에 따라 다른 부분이지만, 아무래도 부모에게 기대거나 아르바이트로 적은 돈을 모으는,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어린 1020 세대보다는 그래도 착실히 사회생활을 했다면, 자신을 위해 어느 정도는 소비할 준비가 된, 그러면서도 좀 더 윗세대보단 온라인 같은 인터넷에서 소비하는 것이 익숙하고 해당 온라인 쇼핑몰의 초창기부터 사용해 온,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면 어쩌면 굉장한 주요 소비자층이 된 지금의 4050의 예전 기억과 추억을 건드리는 광고.
거기에 요즘 세대가 주로 영상을 소비하는 방식(OTT, 유튜브, 쇼츠)이 아닌 텔레비전을 이용하는데 아직은 익숙한 소비층. 이보다 더 타겟층이 분명해 보이는 광고, 목적이 확실히 보이는 광고는 요 근래 처음인 것 같았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소비는 분명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불굴의 대기업들의 매출을 책임지는 전자는 가전에서 더 이상 아주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우리나라 가전 튼튼하고 오래 쓰고 예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리 재미 못 본다 한들, 나보다 부자니까 파이팅.) 예전에는 한번 사서 오래 사용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한 번에 큰돈을 들여 가전을 사서 오래 쓰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 세대로 들어섬에 따라 그들은 렌트 형식으로 가전을 판매한다. 오래 쓸 때 부담이 없는 화이트, 그레이, 블랙 등의 통일된 색상에서 벗어나 외관을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꾸밀 수 있도록 커스텀에 가까운 판매도 하고 있다.
어느새 기성세대에게 내가 스스로 원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울부짖던 1세대 아이돌들은 기성세대가 되었고, 오렌지족이라 불리며 강남을 주름잡던 세대는 훨씬 더 어른이 되어 양복을 입고 다닌다. 그보다 조금 더 어린 세대는 벌써 영포티가 되었다며 조롱 섞인 놀림도 받는다.
상대적으로 어리고 젊은 세대는 비정규직과 취업의 어려움, 경제적인 사정을 말하면서 기성세대에게 불만과 어려움을 토로한다. 한 달 열심히 일해도 집 한 채 못 구한다면서 다주택자, 기존의 기주택자들에게 당신들은 기회가 있지 않았냐고 한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불만을 토로하는 당신이 전 세계에서 상위 10프로 안에 든다는 사실을 기만한 채 말이다.
삼포세대라는 말이 있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 요즘에는 더 많은 것을 포기한다고 하겠지만, 저 말이 나왔을 당시 사람들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삶의 중요한 요소를 포기했다는 이유, 그만큼 젊은 층이 힘들다는 이유,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다는 이유였을 것이다.
그때의 젊은 세대는 (아마도 지금의 4050) 기성세대에게 똑같이 당신들이 가진 것을 부러워했고, 시기했다. 그러면서 경제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우리는 이렇게 삶의 중요한 세 가지를 포기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과연 그럴까.
지금의 세대가 영포티라고 놀리는 세대는 삼포세대이고, 삼포세대가 기성세대라고 불만을 토로하는 세대는 IMF를 겪으며 길거리에 나앉는 경험을 했을지도 모르는 세대이다.
과연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그러나 그 시간을 지내는 세대의 시간은 모두에게 불공평하다.
지금의 전 세계 누구도 예외 없이, 살아 숨 쉬는 세대는 어느 때보다 과학의 발전에 아무런 감동도 느끼지 못하고 사는 당연한 세대이다. AI를 이용해서 작업을 하고, 궁금한 것이 있다며 다양한 AI를 이용해서 답을 얻고, 단어의 뜻도 사전을 보기보다 인터넷을 통해 얻고, 책을 읽는 대신 영상을 소비한다. 어느 때보다 편리한 교통편을 이용해 이동을 하고, 심지어 굶는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더 이상의 문맹은 없을 정도로 전 국민은 읽고 쓴다.
나는 역사를 참 좋아한다.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혜를 얻을 때 책만큼 중요한 것은 선조들의 발자취이다. 어떤 모습이던 사람은 다 비슷하다.
나 때는 말이야.
비단 영포티, 삼포세대뿐 아니라 불과 6.25 전쟁을 겪은 어르신 세대도 그전에는 일제의 핍박에서 고생한 세대가 있었을 것이다. 일제의 핍박, 그 이전 조선에서는 신분제로 서자와 얼자는 오랜 시간 입신양명조차 하기 어려웠으며, 여성은 차별받아 한글조차 못 배우게 하는 집안도 허다했다. 고려시대에서는 원 간섭기에 나라의 통치조차 빼앗겨 울분을 삼켜야 했으며, 삼국시대에는 이 작은 땅이 여러 개로 쪼개져 싸웠다.
그렇지만 나쁜 것만 있을까?
지금은 가만히 앉아 딸깍 한 번에 다음날 새벽 집 앞에 전국 방방 곡곡의 신선한 식재료가 배달된다. 삼포세대는 어느 때보다 부흥한 매스미디어의 향유를 즐긴 세대이다. 오렌지족이라 불리던 세대는 제한된 출국에서 자유로운 여행을 즐기게 된 세대이고,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난 세대였다. 우리나라의 슬픔인 일제강점기는 광복의 자유를 맛보게 되었고, 조선시대처럼 신분에 따른 입신양명의 제한을 벗어나게 되었다. 특히 지식인이라고 불리던 사람들은 일본 유학 등 새로운 경험을 전 세대보다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인 슬픔을 왜곡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우리나라뿐인가. 히잡은 처음에 고위층 여성의 얼굴을 함부로 보지 말라며 가리는 권력의 상징이었으나, 어느 순간 여성의 인권을 옥죄는 탄압이 되었다.
항상 사람은 고생하고, 어려웠다. 지금뿐 아니라 말이다.
결국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고, 불공평하다. 나는 공평한 시간을 살아왔지만, 지금 나의 시간은 불공평하다 여긴다. 하지만 이 또한 공평하며, 그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때때로 스스로 제어하기 어려울 때, 그저 생각하고 기록하며 중얼거린다. 답을 찾아서 말이다. 불안하고 불공평한 내 시간에게 평온과 공평함을 인지시켜 주기 위해서이다.
지금 불공평하다 말하는 당신, 당신의 시간은 정말로 불공평했는가? 나는 단연코,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