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아름다움에 관하여.

by MissP

예쁘다, 잘생겼다.


눈이 예쁘다, 코가 예쁘다, 얼굴이 예쁘다, 웃는 게 예쁘다, 몸매가 예쁘다.


누가 예쁘다, 누구는 못생겼다, 누구는 평범하다.


만일 네가 연예인 누구였다면 그 사람이 그랬겠냐, 네가 더 예뻤다면 그 사람이 그랬겠냐.


오늘은 예뻐 보인다, 오늘은 피곤해 보인다, 어디보다 얼굴에 신경 써라, 어딜 나갈 때는 그래도 꾸미고 다니지 않느냐.


몸이 날씬하다, 너무 말랐다, 뚱뚱하다.


상세하게는 배가 나왔다, 걔는 가슴이 크더라, 가슴이 작더라, 남자가 어깨가 좁더라, 여자가 어깨가 넓더라, 엉덩이가 크더라, 엉덩이가 없더라, 다리가 두껍더라, 다리가 종잇장 같더라.


걔보다는 내가 더 예쁜데, 잘 생겼는데 왜 걔를 만나는지 모르겠다, 내가 더 잘 생기고 예쁜데 왜 나를 안 좋아하냐, 너는 예쁘고 잘 생겼는데 왜 연애를 안 하냐, 결혼을 안 하냐. 네가 더 아깝다, 쟤가 더 아깝다, 그래도 끼리끼리 만난다고 너한테 혹은 그 사람한테 수준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


이 중에 분명 한 마디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인간은 생각보다 수준 있게 말하는 법을 모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르겠다, 어느 시대나 그랬고, 어느 세대도 예쁘고 잘생긴 것을 좋아했겠지만, 요즘은 너무 도가 지나치다고 느낀다. 나 역시 예쁘고, 잘생긴 것을 좋아하고 귀엽고 깜찍한 것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나머지가 가치 없다고 느끼진 않는다.


가끔은 너무 듣기 싫다. 세상의 가치가 물질과 외모에만 치중되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말을 듣다 보면 어느새 내가 소모되고 있음을 느낀다.


취업이 안 되는 것도, 연애가 안 되는 것도, 일이 안 풀리는 것도 모두 자신의 외모 탓이다. 그럼 성형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의 사람들은 모두 얼어 죽었어야 했다.


하지만, 중세 유럽의 마녀들은 대부분이 미인, 즉 미남미녀였다. 아름다운 외모로 사람을 홀려 잡아먹고 이용해 먹는다며 아름다운 사람들을 불태워 죽였고, 우리나라에서 역시 미인박명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귀한 집에서 태어나지 못한 미인들은 여러 방면으로 고통받다가 농락당했다.


조선왕조실록에 아름답다고 기록된 장희빈의 경우 그 패악질이 지금도 유명할 정도이고, 주나라 포사의 경우 단순히 그녀의 웃음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


그뿐일까, 창작물에서 마저 뱀파이어는 전부 미남 미녀이고, 구미호도 아름다운 처녀라고 한다. 폐월 초선의 경우 계략이라 하나, 폐륜으로 한 집안을 박살 내게 하는 끔찍한 인물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듯이 외모가 출중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다들 무슨 병에 걸린 것처럼 매일매일 외모 이야기를 한다.


어디를 어떻게 고치면 어떻게 예쁘고, 성형한 이야기를 온갖 매체를 통해 가볍게 이야기한다. 물론 사회는 변했고, 더 이상 성형이 흔하지 않은 시대도 아니지만 뭔가 놓친 것 같은 기분이다. 분명히 내 손안에 들어있었던 따뜻한 것이 모래처럼 스르륵 빠져나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어디서부터 이렇게 된 걸까?


물론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고 누군가의 외모를 평가한다기보다는 그냥 어느 날은 내가 되게 예쁘고, 어느 날은 너무 마음에 안 든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괴롭진 않다. 그게 나인데 뭘 어떻게 하겠나. 기분이 안 좋으면 더 나빠 보이고 그런 거겠지. 물론 진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말이다.


앞서 나열한 예시들은 무적이다. 답변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예쁘다고 하면 고마워요, 피곤해 보인다거나 어디 안 좋아 보인다고 하면 그런가요? 괜찮습니다. 네가 연예인이었다면 그랬겠냐고 하면 그렇겠죠, 어디가 못생겼다고 하면 그런가요? 어떻게 하죠? 고쳐야 할까요?


밥 먹었니는 상대를 걱정하는 인사치레지만, 저런 말들은 상대를 하대 하는 무례다. 설사 예쁘다, 잘생겼다는 말을 하더라도 말이다. 상대가 어떠한 생각과 가치관을 가졌는지, 신념을 가진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범죄자가 곱상하면 곱상해서 용서해줘야 한다, 범죄를 저지른 유명인 역시 잘생기고 예쁘니 이해해줘야 한다.


가치란 도대체 무엇일까?


아름다움, 아니 예쁘고 잘 생긴 것이란 어떤 것도 추월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인가?


아름답다의 아름은 나라는 것에서 유래했다. 결국 나답다는 것인데 그럼 범죄자가 아름답다고 용서해줘야 한다면 범죄자가 범죄자다웠기 때문에 용서해줘야 한다는 것일까?


혼동하지 말자. 아무리 삶이 팍팍하고 괴롭더라도 우선되는 가치가 땅바닥에 처박히면 인간은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는 칭호를 붙인 것에 오만함에 대한 깨달음뿐 아니라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


오드리 헵번이 미의 대명사가 된 이유는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도 있지만, 선한 마음씨가 얼굴보다 아름다웠기에 가능했다.


보다 아름다워지자, '인간'답게.


겉모습의 아름다움은 피상적이지만, 추함은 뼈까지 파고든다.

_ 도로시 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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