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아직 초등학교 3학년인 걸요.
다들 알고 계시나요? 키자니아라고.
어린이들이 직업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인데,
12월 21일 오후는 좀 달랐습니다.
바로 '어린이', '초등학생'들이 아닌
'어른이'들이 직업체험을 할 수 있도록
꾸려놓았다고 합니다.
어렸을 적 2번 정도 키자니아에 가봤는데,
어른들을 위한 키자니아라니
궁금하기도 하고 회상도 할 겸
직접 표를 구매해 방문해 보았습니다.
표 구매에 성공한 후 어찌나 설레던지,
당장 키자니아 부산 홈페이지에 들어가
하고 싶은 직업들을 골라보았습니다.
저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성우'란 직업에 관심이 가더군요.
게다가 현실에서 메디컬 쪽은 1도 관심이 없던 저는
치과의사, 한의사를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이외에도 마트 매장 매니저, 음료수 공장 등
여러 직업들을 점찍어 놓았습니다.
추운 날씨를 뚫고 키자니아에 도착했더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저는 얼른 온라인 표를 실제 티켓으로 바꾼 뒤
줄을 섰습니다. 다들 친구들끼리 2~3명씩
뭉쳐서 왔는데, 저는 만약 친구들과 함께 왔다가
그 정도로 재미가 없으면 어쩌나
살짝 걱정이 되었습니다. 본인이 친구와 함께 온 것도 아닌데
드디어 키자니아에 문이 열렸고,
어떤 커다란 덩어리가
제 속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빠르게 계단을 올라가 치과부터 줄을 섰습니다.
아, 키자니아는 체험이 끝나고 15분 단위로 쉬는 시간이 있는 모양입니다.
첫 번째 직업 체험이라, 참 설렜습니다. 저와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아 보이는 언니가 키자니아 인사 '카이'를 함께 해보자고 하였습니다.
약간 어색하지만 큰 소리로 카이라고 외쳤고, (직업 체험을 할 때마다
인사 '카이'를 하게 됩니다.) 체험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충치로 인해 발치까지 해야 하는 더미 인형의 잇몸에 주사를 놓고,
썩은 이를 빼고, 발치한 부분을 거즈로 톡톡 두드려주었습니다.
약간 어릴 때 하는 롤플레이를 하는 것만 같아 굉장히 쑥스럽기도 하고
민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떻게 치아를 닦아야 하는지 큰 모형으로 양치질을
연습해 보고, 실제 충치균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기도 하면서 체험을 끝냈습니다.
다음은 그토록 하고 싶었던 성우 체험에 들어갔습니다.
예전에는 투니버스와 계약을 맺어 '명탐정 코난'과 같은 애니메이션으로
더빙을 했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키자니아 내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으로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악당이 논밭을 망가뜨리자 그걸 수습하기 위해
히어로 2명이 투입되는 내용이었어요. 음... 저는 여자 히어로 역을 맡았습니다.
직접 헤드셋을 끼고 마이크 테스트를 하는데
제 목소리가 크게 들려 너무 신기했어요. 제가 말할 차례가 되면
도우미 분이 제 어깨를 쳐서 말할 신호를 보내주었습니다. 완성된 영상은
키자니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데 아직 확인하진 않았습니다.
귀찮음 반 민망함 반
성우 체험이 끝나고 저는 마트 건물로 갔습니다.
저는 꽤 어렸을 적부터 상품 바코드 찍는 것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고객에게 하는 인사를 배우는 데, 생각보다 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어색하기만 하였습니다. 또 캐셔 역을 할 때 상품의 바코드를 찾지 못해
애를 먹기도 하였습니다. 만약 이다음에 마트나 편의점 알바를 하게 되면
저는 욕을 많이 먹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라면 연구센터와 음료수 공장에서는
컵라면 작은 컵과 칠성 사이다를 만들었습니다.
면 반죽을 밀대로 밀어보고, 버튼을 눌러 사이다
와 탄산을 넣고.. 좀 더 어렸을 때 왔더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았어요^^;
공장 체험을 하던 중 혼자 오신 여성 한 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이후로는 그분과 함께 다녔어요.
체험이 끝나고 정말 휙휙 빠르게 달리시는 그분을 따라
계획에 없던 방송국 체험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방송국 체험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실제로 방송에서
쓰이는 카메라도 구경하고, 캐스터도 되어 카메라에 잡히는
제 얼굴을 보면서 앞에 있는 대본을 읽었습니다.
후, 정말 캐스터나 앵커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군요.
가짜인걸 알면서도 어찌나 떨리던지, 말을 절면 어떡하나
굉장히 걱정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의사 체험을 하였습니다.
저는.. 정말 실망하고 말았어요. 작은 인형에다
침을 놓고 한방팩? 같은 것을 만드는 게 끝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별 볼 일 없는 체험이었습니다.
이렇게 키즈아니야에 다녀왔는데요,
동심은 동심에서 남기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다시는 체험하지
못할 줄 알았던 키자니아에 가게 되어서
행복한 경험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