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가 계속되면 둘리인 줄 안다.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주변 지인들끼리 소개팅을 시켜줄 때가 있다. 처음에는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처럼 고마워하지만 어느 순간 그냥 커플매니저처럼 취급하는 경우가 있다.
소개해준 사람을 보고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냐고 따지는 사람도 있고, 소개팅에 쓸 사진부터 어디에서 만나서 무엇을 할지까지 정해주길 바라는 사람들도 있다. 좋은 의도로 했다가 어느덧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남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보상을 생각해서는 안된다. 봉사는 그저 나 자신의 뿌듯함만을 위해서 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이 부탁을 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발적으로 한 행동이고 오지랖이다.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더 참고 마음을 넓게 먹어야 한다. 나 스스로는 좋은 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남들에게 있어서는 민폐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봉사와 오지랖은 한 끗 차이이다.
정말 호구의 오지랖에 감사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다시 돌아오게 되어있다. 호구들의 선한 오지랖은 때때로 이용당하기도 하지만 자발적으로 하는 호구 짓은 때때로 많은 사람들은 감동시키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호구들은 나보다 남들을 더 불쌍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자면 남들을 위하다가 자신을 챙기지 못하는 호구들이 가장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가장 딱하고 힘든 것은 나 자신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자.
남 좋은 일을 하겠다고 다짐을 했다면 나 좋은 일 하나 정도는 하고 있어야 한다. 내 배가 불러야 비로소 남들에게 시선이 갈 수 있는 것이다. 자기도 배고프면서 남들부터 챙기는 것은 마더 테레사도 쉽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로 향하는 호구 짓에는 서툰 사람들이 많다. 그냥 남들에게 하듯이 나한테 하면 된다. 호구들은 남들에게는 부드럽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엄격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제는 반대로 나에게는 부드럽고 남에게는 엄격하게 지내보는 것은 어떨까.
관성으로 남 좋은 일을 하는 호구들이 있다. 예전부터 계속 해왔던 일이기 때문에 힘들고 불편해도 이어서 하는 것이다. 하지만 별도로 계약이 되어있는 활동이 아니라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 봉사하는 일에서 마저 남들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잠시 활동을 멈추고 되돌아보는 시간이 있어야 더 나은 활동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 것이다. 너무나도 남들을 배려한 탓에 자신을 깎아먹는 짓은 없었으면 한다. 세상에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으면 얼마나 서글픈 인생인가.
갑자기 그만두는 것은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대한 예의가 아닐 수 있지만 적당한 시간을 두고 그만두는 것은 그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다. 본인이 여유롭고 주변을 돌봐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다시금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