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그칠 때까지

by 연하

정진하겠습니다.


제이는 정진이란 자신의 스타일과 거리가 멀다고 했다.

제이는 신춘문예에 응모해볼까 싶어 도서관에서 작년 신춘문예 책을 빌려왔는데

굳이 올해가 아니라 작년 책인 이유는 도서관에 올해 것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제이는 자신이 응모하려는 것이 어떤 곳인지나 알아보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빌려와서 몇 편을 읽어봤는데, 개중에는 문장력이 좋다. 가독성이 있다. 매끄럽게 읽힌다. 몰입감이 있다. 생동감이 있다.라고 느껴지는 작품들이 있긴 했지만, 자신이 썼을 것 같다는 것은 없었다고 했다.


10년 동안 신춘문예에 응모하며 문학 외길을 파는 것. 내가 생각해도 그건 제이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제이는 영상에 관심이 생겨 유튜브를 하겠다고 맥북을 사놓고서는 맥북을 고르는 기간 동안 갑자기 영상에 재미가 없어졌다고 생각하며 결국은 로직을 깔아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맥북을 사게 되는 사람이었다.


내가 볼 때 제이는 삶에 대한 열정자체는 있었다. 그것은 분명 그녀의 몸에 어떠한 형태로든 내재되어 있었다.

대학생 때 수업을 빠지며 춤 학원을 다니고, 방학 2달간은 주 7일, 하루에 3시간 20분씩 하는 현대무용을 입시생들과 함께 듣기도 하였다. 그러나 제이는 그 순수한 열정만큼 악에도 물들기가 쉬웠다.


"신춘문예 당선자들 소감 보면 정진하겠대. 그런데 나는 틀어박혀 현실을 살지 않고 글을 쓰는 삶이 뭐가 의미 있나 싶어."

제이는 타인을 쉽게 비판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그만큼 자기 자신도 쉽게 비판하고 비난하고 무시했다.


정진.


제이가 말한 '정진'이란 말이 떠올라 정확한 의미를 알기 위해 퇴근을 하고 검색해 봤다.


'선한 것을 취하고 악한 것을 버리는 부지런한 수행'


이것이야말로 제이에게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이는 임용에 두 번 떨어지고 기간제 교사를 하기로 다짐한 후 다양한 장소에서 남자들을 만나고 다녔는데 작정이라도 한 듯 평균 이하의 사람들만 골라 만나는 듯했다


그녀는 어느 날 인터넷 광고로 뜬 결혼정보회사에 전화번호를 알려줘서 상담을 받으러 간 적이 있는데, 정말 결혼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간 건 아니고 단순히 호기심으로 간 것이라고 했다.


"기간제 교사는 정교사 보다 등급이 낮으세요. 그렇지만 여자는 나이가 1순위이기 때문에 지금 가입하시는 게 좋아요" 제이는 그렇기 때문에 자신은 일단 연애를 하고 일이든 취미든 할 것이라고 하며 기간제 교사를 해서 받은 돈의 절반을 옷을 사는데 쓰고 밖에 나갈 때는 무조건 화장을 하고 나갔다. 언제 어디서 누굴 만날지 모르니 항상 준비를 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임용고시에 두 번 떨어지고 2년 동안 죽은 사람처럼 무표정하던 제이의 얼굴에 몇 개월 만에 활력이 도니 다행이단 생각이 들다가도 조울증 환자가 약을 먹으며 억지로 기분을 끌어올리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상한 걸 보면 마가 씌어 사람이 이상해진다. 네가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표지를 담당하는 일러스레이터 안자이 미즈마루의 말씀이야."

제이가 밤 11시쯤 전화가 와 두 번 만나다 치운 남자의 욕을 할 때 나는 전화를 받기 전 읽고 있었던 말이 떠올라 제이에게 전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인간이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고, 하루

빨리 그치기만을 기다리듯, 제이의 폭풍 같은 방황이 그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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