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취해있는 제이
제이와 나는 비슷한 점이 많았다. 대구를 떠나면 무엇이든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점, 이 도시는 일자리도 없어 취업하려면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 점, 가정이 억압과 과보호로 가득 찼다는 면에서. 대학생활 내내 제이는 무엇인가 취해있는 듯했다. 이곳만 벗어나면 자유라고, 무한한 자유. 세상에는 멋있는 사람이 참 많다는 생각. 이 정도.
그녀와 나의 차이점이라고는 제이는 자신의 상상을 그대로 옮겼다는 점. 나는 지극히 현실적인 행동을 취했다는 점에서였다. 학점도 챙기고, 임용고시도 합격해 사회의 틀 안에 들어왔다. 그래서 늘 제이에게 눈이 갔다. 그녀는 내가 살 수도 있었던 삶을 살고 있었기에.
*
홍대 입구역 9번 출구에서 밤 8시에 그녀를 만나 홍콩 포차에서 샤브샤브를 먹었다. 나는 올해 처음 발령을 받아 일을 시작하고 이제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간다, 집에서는 그냥 책이나 읽는다고 했다. 제이는 올해는 임용시험을 다시 안 보고 기간제교사를 해볼 거다. 여전히 춤 학원은 다니고 있고 드로잉에 관심이 생겨 집에 캔버스랑 물감을 사서 가끔 그린다고 말했다. 남자친구와는 3개월 전에 헤어졌으며 슬슬 사귈 때가 됐다고 했다.
*
10시에 들어간 클럽은 우리 말고 사람이 없어서 도장만 찍고 나왔고, 다른 클럽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10시쯤에는 줄이 없었는데 11시가 다 되어가자 줄이 꽤 길어서 웨이팅을 해야 했다. 앞에 담배를 피우고 문신을 한 여자와 남자 무리도 있었다.
"나도 다음에는 담배하나 사고 타투 스티커 하고 와야겠다." 내가 말하자 제이는 가방에서 담배를 꺼내고 입고 있었던 바람막이를 벗으며 자신의 타투를 보여주었다.
"이거 진짜야?"
"응. 발리 갔을 때 했던 거. 거기 사람들은 거의 다 타투한다고 해서 하나 했어."
제이는 담배를 하나 꺼내 나에게 주었다.
"하나 펴볼래?"
나는 담뱃갑에 있는 눈에 주삿바늘이 들어가는 사진을 보고는 됐다고 했다.
"그러면 불만 붙이고 가지고 있어 볼래?"
어차피 사방에 다 담배를 피우고 있어 담배냄새가 났기에 나는 알겠다고 하고 손에 쥐고 있었다.
"너는 담배 자주 피워?"
"아니 이런 곳에서만. 별로 안 좋아해. 그냥 가지고 다니는 거야. fake로. 재밌잖아. 이런 소품 하나에 사람들이 속는 게."
"괜찮은 남자 있으면 바로 말해. 이런 곳에는 바로 직진" 나는 알겠다고 했다.
"근데 담배 끊어야겠다. 역시 담배 피우는 애들이 빨리 삭네" 제이는 말을 끝낸 후 바로 피우던 담배를 끄고는 바닥에 던지고는 발로 비벼 껐다.
어떤 남자가 제이를 안으려고 하니 제이는 빠져나왔다.
"존나 못생겼는데 들이대네" 제이는 남자와 멀어지자 나에게 말했다.
하얀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는 못생긴 남자가 자신의 허리를 감으니 자신도 남자의 허리를 감았다.
세상에는 참 외로운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는 생각을 했다. 동시에 클럽 안에 있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그들이 평소에는 어떻게 살까 상상해 보았다.
출구 쪽으로 나가려는데 얼굴이 반반한 남자가 술이 꽤 많고 테이블이 꽉 차 보이는 룸으로 안내하려 했다. 우리는 룸 안에 들어갔다.
"안녕" 거기 있는 검정셔츠와 슬랙스를 입은 남자가 나를 보며 거만하게 벽에 기대앉으며 말했다.
제이는 내 팔을 잡아끌며 다시 나왔다. 그리고 귓속말로 말했다.
"못생겼잖아. 다른 애들 찾아보자. 없으면 춤이나 추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