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27Club, 스물 여섯 생일, 2년 남았다.

by 연하

매년 1월이면 생각한다.

이번에는 조금은 덜 흔들리기를.

그런데 이상하게도
12월이 되면 나는 또 한 번 뒤집혀 있다.
예상하지 못한 사람을 사랑했고,
하지 않겠다던 선택을 했고,
끝났다고 믿었던 감정 앞에 다시 서 있었다.

이 소설은 그런 나의 습관에서 시작되었다.
뭐가 맞는지 몰라도 일단 가보는 것.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는데 문을 여는 것.
상처받을 걸 알면서도 또 한 번 믿어보는 것.

나는 확신에 찬 사람보다
흔들리면서도 멈추지 않는 사람을 좋아한다.
잘못 들어선 길인 걸 알면서도
끝까지 가본 뒤에야 돌아서는 사람을.

삶은 모험이라기보다
어쩌면 실수의 연속에 더 가깝다.
그런데도 우리는 또 다음을 선택한다.
다음 계절을, 다음 사랑을, 다음 나를.

이 소설의 주인공 세린은
고민하기보다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다.
문 앞에서 망설이기보다 결국 문을 열어버리는 사람.
잘못된 곳에 오래 머무르기보다
어디든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

세린은 그 불안한 청춘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흔들리는 마음 위에 두 발을 올려둔 채,

몸은 멈추지 않는다.

의외로 쉽게 방향을 튼다.

변하는 것을 애써 붙잡지 않는다.

붙잡는 대신, 한 발 더 내딛는다.


세린은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지난 시간을 길게 늘어놓지 않는다.

우리가 보는 것은
지금 이 순간, 선택하는 세린뿐이다.

오늘도 무엇이 옳은지 모른 채
어디론가 향하고 있을 당신에게.

이 이야기가 당신의 다음 선택에 작은 불씨가 되었기를.

꽁꽁 얼어 있던 마음이 느슨해지던 3월 초,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다시 공기가 차가워진 11월, 원고의 마지막 문장을 찍었다.

계절이 한 바퀴 도는 동안, 나는 한 편의 이야기를 통과했다.

어쩌면 이 소설도 나처럼 한 번의 계절을 통과한 셈이다.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기대하는 1월, 나는 또 틀릴 쪽으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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