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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요일 Apr 25. 2017

믿는다는 것,
올림푸스 OM-D E-M1 Mark II

이번 여행만큼은 꼭 당신과 함께이고 싶었어

내가 널, 네가 날 믿고 있다는
그 눈물 나는 감격에 대해


 제게는 곧 기적 그리고 프라하와 맞닿아있는 올림푸스 카메라. 지난해 모양새만으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PEN-F에 이어 올해는 올림푸스의 새로운 카메라 OM-D E-M1 Mark II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큰 카메라, SLR 타입을 좋아하지 않는 제 선택지에 사실 이 카메라의 이름은 없었지만 지난 여행에서 PEN-F에게 받은 좋은 인상에 올림푸스의 최신 기술에 대한 호기심이 한순간 마음을 돌아서게 했습니다.

-사실 고성능 단렌즈 M.ZUIKO DIGITAL ED 25mm F1.2 PRO가 PEN-F보다 E-M1 Mark II에 더 잘 어울린다는 것이 더 큰 이유였지만요-


 사실 이 카메라는 요 근래 제가 사용해 본 카메라 중 가장 유능한 카메라였습니다만, 그만큼 크고 무거워서 매일 가지고 다니며 일상을 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역시 좋은 카메라와 내게 맞는 카메라는 따로 있나 봅니다. 그렇게 환호 반 불만 반으로 함께한 두 달, 한 번의 뜨거운 여행과 십수 번의 포근한 일상들이 있었고 어느 정도 이 카메라에 대해 이야기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역시나 '올림푸스 최고의 카메라'는 제게는 아무래도 좀 과분한 녀석이었지만, 몇몇 순간에 분명 그 능력의 덕을 보았기 때문에 마냥 사치였다고 하지 않습니다. 역시나 가장 좋았던 것은, 어떤 환경에서도 이 카메라를 믿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빠른 속도는 물론이고, 비가 오고 모래가 날리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더라도 이 카메라를 고민 없이 선택할 수 있다는 그런.



올림푸스 OM-D E-M1 Mark II


- 마이크로 포서드 규격 렌즈 교환식 카메라

- 2037만 유효 화소 Live MOS 센서

- 121 포인트 위상차 AF (크로스 타입)

- 센서 시프트식 5축 손떨림 보정

- 1/8000 - 60 초 | 전자식 셔터 1/32000초 지원, 벌브 지원

- ISO 200 - 6400 지원 | 확장 감도 ISO 64, 100, 12800, 25600 지원

- 18 fps | 60 fps 초고속 촬영 지원

- 236만 화소 전자식 뷰파인더 | 시야율 약 100%, 배율 최대 1.48배

- 3인치 104만 화소 LCD 디스플레이 | 터치, 스위블 조작

- 3840 x 2160 4K 동영상 촬영 | 4096 x 2160 Cinema 4K 지원

- Wi-Fi 무선 통신

- 듀얼 SD 슬롯 (UHS-II 지원)

- 440매 촬영 가능한 배터리

- 134.1 x 90.9 x 68.9 mm

- 498g (본체) | 574 g (배터리, 메모리카드 포함)



 제 촬영 특성상 하이 스펙 카메라보다는 기동성이 뛰어난 카메라를 선호하는 편이라 굳이 고르자면 E-M1 Mark II보다는 PEN-F가 더 마음에 들지만 성능만 보면 확실히 이쪽 손을 들어줄 수밖에요. E-M1 Mark II는 올림푸스의 플래그쉽 카메라답게 대단히 뛰어난 기기적 성능을 자랑하는데, PEN-F와 비교하기는 민망하고 경쟁 회사의 최상급 카메라와 비교해야 그 장단점이 좀 더 효과적으로 드러납니다.

-물론 가격도 그만큼 대단합니다만-


121개의 위상차 AF 포인트는 전체가 크로스 타입으로 최상급 DSLR 카메라와 비교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미러리스 카메라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AF 성능과 함께, 2000만 화소 이미지를 최대 18 fps의 속도로 연속 촬영할 수 있습니다. 경쟁 회사의 DSLR/미러리스 카메라와 속도로 맞대응하고, 미러리스 카메라의 가능성을 프레스와 다큐멘터리 촬영까지 넓히는 성능입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한 것은 동영상. 동영상 촬영 성능에 약점이 있던 올림푸스 카메라 최초로 4K 동영상을 지원합니다. 200 Mbps가 넘는 고화질 영상에 영화 촬영 포맷인 시네마 4K 촬영에도 대응해 출발부터 잔뜩 힘을 줬습니다. 전작 E-M1이 몇몇 요소를 제외하면 중급 기종 E-M5 시리즈와 큰 차별화를 보이지 못한 것에 비해 E-M1 Mark II는 전에 없던 최고급 시리즈로 라인업 자체를 끌어올린 인상을 줍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가격도 잔뜩 끌어올렸습니다 -



디자인 - 1의 품격을 위한 변화와 계승

 E-M1 시리즈의 특징인 SLR 타입 디자인을 계승하면서, 전작보다 격상된 플래그쉽 라인의 품격을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가 곳곳에 녹아 있습니다. 하위 라인업인 E-M5, E-M10 라인업과 전면 실루엣은 비슷하지만 촬영 편의성을 위해 그립부를 강조하고, 프로페셔널 사용자를 위해 외부 버튼과 다이얼 인터페이스를 강화했죠. 사실 전작 E-M1은 크고 뚱뚱한 OM-D 이상의 느낌을 받지 못해 오히려 E-M5 Mark II가 더 매력적으로 보였지만, 이번 E-M1 Mark II의 차별화는 플래그쉽 카메라만의 정체성을 또렷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상단에 세 개의 다이얼과 다섯 개의 버튼을 배치할 정도로 인터페이스에 신경을 썼고 Fn 버튼과 커스텀 레버 등을 통해 사용자가 최적화된 조작계를 직접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터치 조작이 가능한 스위블 방식의 디스플레이 등 기존 올림푸스 카메라의 편의장치 역시 그대로 계승합니다.


 개인적으로 기동성 좋은 카메라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보다는 E-M5 Mark II의 디자인을 더 좋아합니다만, 손에 쥐는 느낌은 E-M1 Mark II 쪽이 좋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E-M1 Mark II 사용자의 경우 PRO 렌즈 등 대구경 렌즈 사용도가 높기 때문에 부피 증가로 인한 불편보다 파지와 인터페이스의 장점이 더 크게 느껴질 것입니다. 게다가 이번엔 배터리 용량까지 증가했으니까요.



화질 첫 번째 - 마이크로 포서드의 뉴 스탠더드, 2000만 화소

 E-M1 Mark II에 탑재된 Live MOS 이미지 센서는 2010만 유효 화소로 제작됐습니다. 지난해 출시된 PEN-F로 이미 2000만 화소 카메라 시대를 알렸지만, E-M1 Mark II는 그보다 한 단계 개선된 센서와 프로세서로 화질과 저장 속도가 향상됐다고 합니다. PEN-F가 외형적으로 무척 만족스러운 카메라였음에도 본격적인 2000만 화소 시대를 열기엔 몇 가지가 못내 아쉬웠는데, E-M1 Mark II가 그 점을 만회했을지 궁금했습니다.


 현재 올림푸스의 주력 미러리스 카메라인 E-M1 Mark II과 PEN-F은 공통적으로 20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습니다. 동일한 마이크로 포서드 시스템을 사용하는 파나소닉 역시 최신 제품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20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고요. 몇 년간 마이크로 포서드 시스템은 해상력과 고감도 노이즈 최적화를 위해 1600만 화소 내외를 유지해왔지만 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기준 2000만 화소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E-M1 Mark II로 촬영한 약 2016만 화소, 5184 × 3888 해상도의 이미지를 확대해 보면 이전보다 약 25% 증가한 2000만 화소의 장점이 체감됩니다. 고양이의 얼굴은 화면 전체 중 극히 작은 부분에 해당하지만 웹용으로 사용 가능한 1440 × 1080 픽셀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촬영 당시엔 눈으로 구별되지 않았던 눈과 수염 등의 섬세한 묘사 역시 화소의 증가로 얻게 된 이점입니다.


 흔히 풀 프레임으로 부르는 35mm 포맷 카메라보다 카메라, 렌즈 모두 소형/경량화가 가능하면서도 주변부까지 고른 화질을 보인 것이 제가 그동안 마이크로 포서드 카메라를 사용하며 느낀 장점이었는데요, 화소가 2000만으로 증가하면서 이 장점이 전보다 조금 더 강조됩니다. 렌즈의 광학 성능이 가장 떨어지는 이미지 네 귀퉁이 부분을 확대하면 생각보다 윤곽선과 질감 표현이 살아있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깊은 심도의 팬 포커스 촬영, 그리고 순간 포착에 유리한 시스템의 장점은 앞으로도 여전히 유지될 것 같습니다.




화질 두 번째 - 어둠 앞에서의 자세

- ISO 4000 촬영 이미지 -

 지난해 PEN-F를 처음 받아 들고 프라하로 여행을 떠났을 때, 마이크로 포서드 카메라의 2000만 화소를 그리 반기지 않았던 것은 고화소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몇 가지 약점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높은 ISO 감도의 노이즈를 꼽습니다. 35mm 포맷 대비 상대적으로 이미지 센서의 크기가 작은 마이크로 포서드 시스템은 고감도 이미지의 단점이 항상 지적됐기 때문에, 2000만 화소의 PEN-F 그리고 E-M1 Mark II가 기존 1600만 화소 카메라보다 오히려 고감도 이미지 품질이 저하될까 우려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PEN-F는 ISO 4000 이상의 고감도에서 다소 아쉬움을 느꼈습니다만, E-M1 Mark II는 그보다 고감도 이미지 품질이 조금 더 나아졌습니다.


- ISO 2000 촬영 이미지 -
- 확대 이미지 -
- ISO 4000 촬영 이미지 -
- 확대 이미지 -

<고감도 이미지 비교>

- ISO 64 (확장) / ISO 200 / ISO 400 -
- ISO 800 / ISO 1600 / ISO 3200 -
- ISO 6400 / ISO 12800(확장) / ISO 25600(확장) -

 특히 ISO 6400 이상 감도로 촬영한 이미지에서 눈에 띄게 깔끔해졌다는 인상을 종종 받았습니다. 기존에 사용했던 올림푸스 카메라(E-M5 Mark II, E-M10 Mark II, PEN-F)에서는 ISO 3200 이상의 고감도 사용을 극히 꺼렸지만, E-M1 Mark II에서는 ISO 6400까지 윤곽선과 컬러 표현이 비교적 고르게 유지돼 열악한 환경에서 조심스레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노이즈를 우선적으로 저감 시키는 이미지 처리 방식 때문인지 디테일한 표현이 다소 아쉽습니다. 그래도 작은 크기로 줄여 사용한다면 확장 감도인 ISO 12800까지 사용 가능해졌으니, 이전 제품보다 좀 더 믿음직한 카메라가 됐습니다.



촬영 성능 첫 번째 - 손떨림 보정

- F5.6 | 1.3초 | ISO 200 -

 지난 싱가포르 여행은 E-M1 Mark II와 고배율 줌렌즈 M.ZUIKO DIGITAL ED 12-100mm F4.0 IS PRO 렌즈를 통해 담았습니다. 이 카메라와 렌즈를 선택한 이유가 몇 가지 있지만 그중 손떨림 보정 장치에 대한 기대가 가장 컸습니다.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올림푸스 카메라의 5축 손떨림 보정 장치에 대한 믿음, 그리고 12-100mm F4.0 IS PRO 렌즈의 손떨림 보정 장치가 더해져 최대 6.5 스톱 상당의 보정 효과를 낸다는 설명에 끌렸거든요.


- F5.0 | 2초 | ISO 200 -
- 확대 이미지 -

 이 렌즈의 최대 개방인 F4 조리개는 야간 촬영에 매우 불리한 값이지만, E-M1 Mark II의 손떨림 보정 장치에 의지해 조리개를 F5로 설정하고 ISO 감도를 최저인 200까지 낮춰 촬영했습니다. 열 시가 넘은 깊은 밤이라 셔터 속도가 2초까지 길어졌지만 철-컥 하는 제법 오랜 촬영 후에 얻은 결과물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2초의 긴 노출 시간에도 흔들림이 발생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이후에도 삼각대를 사용할 수 없는 장소에서 망설임 없이 야경을 담았습니다. 셔터 속도는 1초를 넘기기 일쑤였지만, 6.5 스톱 보정 효과를 확인하고 나니 걱정이 줄어들더군요. 6.5 스톱이라는 숫자를 처음 듣고 반신반의했지만 E-M1 Mark II와 12-100mm F4 IS PRO 렌즈의 시너지 효과는 제가 사용해 본 카메라 중 단연 최고의 손떨림 보정 효과를 자랑했습니다.




촬영 성능 두 번째 - 또 다른 기록, 4K 동영상

 E-M1 Mark II는 올림푸스 미러리스 카메라 최초로 4K 동영상 촬영 기능이 탑재됐습니다. 그동안 동영상 촬영에서만큼은 경쟁사의 미러리스 카메라보다 늘 열세에 있었는데, 첫 번째 4K 동영상 기능을 탑재한 플래그쉽 카메라로 그간의 부진을 만회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최고 수준의 손떨림 보정 성능이 사진보다 동영상에서 오히려 더 큰 힘을 발휘했고요. 



 E-M1 Mark II의 4K 동영상은 두 가지 해상도를 지원하는데, 그중 4096 x 2160 해상도의 시네마 4K 동영상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일반적인 미러리스 카메라의 3840 x 2160, 16:9 비율의 UHD 규격에 비해 가로 해상도가 더 넓은 17:9 비율로 영화 촬영 등에 사용되는 영상 포맷입니다. 비트레이트 역시 일반 4K 동영상보다 두 배 이상 높은 237 Mbps로 화질에서도 우위에 있고요. 때문에 이번 여행의 모든 영상은 C4K 포맷으로 촬영했습니다. 이 카메라의 동영상 성능에 대해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싱가포르 여행을 기록한 짤막한 영상을 덧붙입니다.


Singapore 2017 Trip movie (Olympus E-M1 Mark II, Cinema 4K)

 Full HD와 차별화되는 4K 동영상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4배의 해상도에서 오는 선명함입니다. 기존에 촬영했던 Full HD 동영상은 그 생동감이야 분명 가치가 있지만 화질에 있어서는 사진에 영 미치지 못해 재미있는 장면을 기록해 두는 용도로 주로 사용했는데, E-M1 Mark II의 C4K 동영상은 고화질 사진을 연속 재생하는 듯한 느낌이 화질에 대한 아쉬움을 해소해 주더군요. 이것이 제가 요즘 이 카메라의 4K 동영상에 푹 빠진 이유입니다.


 사진 촬영을 통해 그 탁월한 성능을 확인했던 손떨림 보정 장치 역시 4K 동영상 촬영에서 그 능력을 십분 발휘했습니다. 특히나 최신 PRO 렌즈 12-100mm F4 IS PRO 렌즈와의 조합이 줌과 손떨림 보정 양쪽 방면에서 탁월해서 여행이 즐거웠었죠. 아래는 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촬영한 4K 동영상입니다.


-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의 밤 -
- 센토사(Sentosa) 섬의 일몰 -
- 아시아 최남단 전망대에서 만난 새 -



촬영 성능 세 번째 - 속도, 속도, 속도.

 올림푸스 OM-D E-M1 Mark II를 약 두 달째 사용하며 제겐 도무지 필요하지 않을 것 같던 이 카메라의 화려한 촬영 성능이 실제로 몇몇 상황에서 매우 유용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바로 ‘속도’. 사실 제 촬영 특성상 이 스피드의 덕을 볼 일이 그리 많지 않지만, 결정적인 장면 앞에서 이 카메라를 신뢰할 수 있는 증명 같은 걸로 해두죠.


올림푸스가 E-M1 Mark II를 앞에 두고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가 ‘속도'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걸 좀 더 설명해보라 하면 고속 AF와 연속 촬영에 대해 침을 튀며 말하겠죠. E-M1 Mark II를 통해 E-M1 그리고 OM-D 시리즈의 격을 한 단계 높이고 싶었던 올림푸스는 121개의 크로스 타입 위상차 AF 센서를 배치해 전에 없던 속도를 갖게 됐습니다. 특히 움직이는 피사체를 추적하는 AF-C 동체 추적 연사에서 그 진가가 드러나는데, 실시간으로 피사체를 따라가는 AF 포인터가 화면에 표시돼 신뢰할 수 있습니다.

-믿고 싶어 집니다- 

기계식 셔터 사용 시 최대 15 fps, 전자식 셔터에선 60 fps의 슈퍼 울트라 초고속(?) 연사 촬영이 가능합니다. 물론 2000만 전체 화소 이미지로요. 움직이는 피사체에 맞춰 초점이 변경되는 AF-C 촬영에서는 기계식 셔터 기준 10 fps, 전자식 셔터에서는 18 fps까지 연속 촬영 속도가 늘어나는데, 이는 타사의 프레스용 DSLR 카메라에 준하는 속도입니다. 전자식 셔터에서는 오히려 더 앞서기도 합니다.


- E-M1 Mark II의 동체추적 연속촬영 (10fps) -

 빠르게 지나가는 롤러코스터를 연속 촬영한 이미지는 이 카메라의 AF 속도와 정확성, 연속 촬영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롤러코스터에 화면 터치로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꾹 눌렀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포커스 아웃 없이 모두 선명하게 촬영되었습니다. 사실 이 빠른 속도의 혜택을 제가 얼마나 누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언젠가 그 덕을 단 한 번이라도 톡톡히 볼 것이라고 믿습니다.



 E-M1 Mark II의 속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새롭게 선보인 프로 캡처 기능입니다. 어려운 이름이지만 누구나 간편하게 활용해 만족스러운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유용한 기능입니다.

- 프로 캡쳐 모드로 포착한 순간 -

 셔터를 누르는 순간 연속 촬영이 시작되는 일반 연사와 달리 프로 캡처 기능은 반셔터를 누르고 피사체의 움직임을 지켜볼 때부터 내부에서 이미지 고속 촬영이 이뤄집니다. 셔터를 완전히 눌렀을 때까지의 장면을 14 fps의 속도로 연속 촬영하는 기능입니다. 셔터를 완전히 누르기 전 장면이 함께 촬영되기 때문에 갑자기 움직이는 피사체의 순간적인 움직임을 담는 데 효과적이죠.





- 프로 캡쳐 모드로 연속 촬영된 이미지 - 

 아이의 손에서 과자가 던져지는 순간 반셔터를 누르고 원숭이가 과자를 손으로 잡았을 때 셔터를 완전히 누르면 위 연속 촬영 이미지와 같이 두 동작 사이의 이미지가 연속 촬영됩니다. 위 이미지는 25장의 이미지를 gif로 편집한 것으로 약 2초간의 장면입니다. 이제 원하는 장면을 얻기 위해 25장의 연속 촬영 이미지 중 한 장면을 선택하면 됩니다. 


- 프로 캡쳐 모드로 연속 촬영된 이미지 -

 한창 식사 중인 코끼리 아저씨의 먹을 듯 말 듯 보는 사람 애태우던 장면에서는 코끼리가 호탕하게 풀을 뜯는 순간을 잡아낼 수도 있었고요. 아쉽게 지나친 장면을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연속 촬영과는 또 다른 매력 그리고 가능성이 있는 기능입니다.



완성도 - 신뢰의 상징, 방진방적

 이 카메라를 사용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을 꼽자면, 하루에도 몇 번씩 세찬 비가 내리는 싱가포르 날씨에서 걱정을 덜어준 방진방적 설계입니다. 3월 싱가포르는 다행히 우기가 지나간 후라 맑은 날씨를 볼 수 있는 날이 많았지만, 늦은 오후엔 약속한 듯 세찬 비가 한두 시간 가량 내려 오후 내 달궈진 대지를 식혔습니다. 종일 무더위에 지친 몸을 식혀주는 소나기를 걱정 없이 맞이할 수 있는 것은, 카메라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올림푸스 E-M1 Mark II는 물론 12-100mm F4 IS PRO 렌즈 역시 방진방적 설계가 적용돼 비를 맞으면서도 촬영할 수 있었거든요.


- 일부러 비에 흠뻑 젖어 보기도 하고요 -

 아시아 최남단에 위치한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팔라완 해변에서 세찬 비를 맞았습니다. 여행 중 가장 뜨거웠던 오후를 식히는 고마운 비를 보며 전망대에서 잠시 발을 쉬기도 했는데요, 비를 맞으며 걸어오는 동안 카메라와 렌즈가 흠뻑 젖었지만 동작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물론 저도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이 카메라가 아니었다면 묻은 물기를 닦느라 바빴을 것입니다. 여행 중 카메라 고장을 수차례 겪은 저로서는 카메라를 믿을 수 있다는 게 생각보다 무척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여행용 카메라의 조건

 이 카메라는 렌즈를 교환할 수 있는 카메라입니다. 렌즈 교환식 카메라의 가장 큰 장점은 촬영에 따라 최적의 렌즈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죠. 저는 이 카메라와 두 개의 렌즈를 사용했는데, 하나는 일상용 25mm 단렌즈 그리고 여행을 떠나며 선택한 12-100mm 고배율 줌렌즈였습니다. 그중 두 번째 렌즈인 M.ZUIKO 12-100mm F4 IS PRO가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요, 광각부터 망원까지 담을 수 있는 데다 화질과 촬영 성능 등 다양한 매력으로 여행용 카메라로써 E-M1 Mark II의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같은 위치에서 12mm 광각과 100mm 망원 촬영을 비교한 두 이미지를 보면 여행용으로 이 카메라와 렌즈가 어느 정도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늘 단렌즈 하나만 달랑 매고 다닌 제게는 전에 없던 다양한 시선이 한편으로 벅차기도 했지만, 그보단 즐거움이 더 컸습니다. 그렇게 마리나 베이 전경이 내려다 보이는 루프톱 바에서, 해변과 골목에서 어떤 여행보다 열심히 여행을 담았습니다.


 게다가 이토록 다양한 장면을 카메라와 렌즈를 합해 약 1.1kg의 무게로 누릴 수 있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무척 큰 장점이었습니다. 여행 내내 저는 이 카메라, 렌즈 조합을 어깨에 매거나 목에 걸고 다녔지만 근육통이나 관절염에 시달리지 않고 있으니까요. 물론 이보다 대형 이미지 센서를 사용한 카메라가 가진 심도 표현 등의 장점이 있으나 올림푸스 시스템이 가진 기동성의 매력도 그에 못지않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기능 타임랩스 촬영도 여행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습니다. 싱가포르 여행의 마지막 밤이 오기를 기다리며 제법 긴 휴식 시간을 보낸 센토사 섬의 팔라완 해변, 아시아 대륙 최남단 전망대로 더 유명한 이 해변에서 노을을 기다리던 중, 때마침 타임랩스 동영상 생각이 나더군요. 일반 사진에 비해 수십~수백 배의 시간이 걸리고 그만큼 기다림이 쉽지 않지만, 일반 사진과 동영상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흥이 있어 무척 좋아합니다. 이 영상을 보면 오후 다섯 시부터 해변가 튼튼한 돌담에 걸터앉아 두어 시간 후의 일몰을 기다렸던 그 날 오후를, 그리고 그때 그리워했던 것들을 언제든 떠올릴 수 있거든요.



한 번의 여행과 몇 번의 일상.

내가 널 믿는다 말하기까지 걸린 시간.

 E-M1 Mark II가 처음 발표됐을 때 가장 화제였던 것은 단연 '가격'이었습니다. 기존 마이크로 포서드 미러리스 카메라보다 월등히 비싼 200만 원대의 가격은 전작 PEN-F의 프리미엄 전략이 채 잊히기 전이라 그 임팩트가 더욱 강했는데요, 비싼 가격 때문에 한동안 이 카메라는 화질부터 성능, 기능 모든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물론 저 역시 사용하기 전에는 혹평 쪽에 가까웠고요. 하지만 스펙을 천천히 살펴보고, 또 직접 사용하니 이 카메라는 출시 가격에 대한 충격으로 다른 카메라보다 더욱 박한 평가를 받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카메라와 12-100mm 렌즈 하나로 싱가포르에서 비를 맞으며 사진과 영상을 담았습니다. 광각부터 망원까지 전에 없이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준 카메라는 매일 매고 다녀도 벅차지 않았고, 날씨와 빛의 한계에서 전보다 자유로웠습니다. 어떤 환경에서도 믿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여전히 제겐 너무 과분한 능력과 몸값의 주인공 E-M1 Mark II를 계속 곁에 두고 싶은 이유입니다. 더 멋진 여행을 함께하고 싶을 만큼, 믿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의미였습니다. 



* 위 포스팅은 올림푸스한국의 도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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