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공지 겸 새해 인사를 전합니다
일부가 되고 싶어. 뉴욕 그래 뉴욕 말야.
(I want to be a part of it. New York, New York.)
11시 59분 50초부터 시작된 열 개의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이 순간만 기다린 사람들의 환호가 얼마 남지 않은 광장의 빈자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곳곳에서 들린 서로 다른 언어의 인사들을 모두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분명 모두가 축복의 말이었을 거예요. 고개를 드니 쏟아지는 색종이들이 꼭 밤하늘과 별, 숲, 강의 조각들만 같았습니다. 감격 아니 어쩌면 탈진 탓일지도 모를 몽롱함이 걷히는 데 몇 초가 더 걸렸습니다. 그제야 진작부터 흐르고 있던 노래가 들리더군요. 그 유명한 프랭크 시나트라의 뉴욕, 뉴욕. 마침 후렴구에 접어든 노래를 광장 사람들과 함께 따라 불렀습니다.
만약 내가 그곳에서 해 낼 수 있다면, 어디서든 할 수 있겠지.
(If I can make it there, I'll make it anywhere.)
네게 달려 있어. 뉴욕, 네게.
(It's up to you, New York, New York.)
얼마만인지 세기도 힘들 정도로 오랜만에 맞는 겨울방학입니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크리스마스, 연말, 새해맞이까지. 뉴욕에 온 지 벌써 두 달이 됐습니다. 영화 속에서 봤던 또는 누군가의 무용담으로 전해 들었던 42번가를 매일 걸었습니다. 주말엔 센트럴 파크 벤치에 앉아 크림치즈 덕지덕지 바른 베이글 먹으며 시간을 보냈고 비가 온 날엔 브루클린 다리에서 안개 자욱한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을 구경했습니다. 집에 들어오기 전엔 종종 타임스 스퀘어에서 한자리 차고앉아 사람 구경을 했어요. 이 익숙함이 종종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언젠가 한 번 ‘여기 오려고 그간 그렇게 여행했나보다.’라고 혼잣말했으니 잘 여행하고 있는 거겠죠.
추수감사절의 메이시스 퍼레이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크리스마스 장식 중 하나인 록펠러 센터의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 모두가 산타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산타콘, 라디오 시티 뮤직 홀의 크리스마스 스펙타큘러, 광장마다 펼쳐진 크리스마스 마켓 그리고 타임스 스퀘어에서의 새해맞이까지. 1월 둘째 주가 되니 화려한 장식들은 햇살에 눈 녹듯 군데군데 사라지고 거리는 몰라보게 한산해졌습니다.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도시의 모습에 서운하면서도 걷다 보면 곳곳에서 늘 무언가 벌어지고 있는 도시의 매력에 푹 젖어 지냅니다.
작가님, 저희랑 여행 한 번 하실래요?
석 달간의 유럽 배낭여행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였습니다. 걱정했던 가족과 친구들에게 ‘언제 또 이렇게 여행하겠어, 마지막일지 모르지.’라고 했던. 하지만 이메일 속 ‘여행’이란 단어가 어쩜 그렇게 크게 보이던지요. 답장을 보내기 전에 이미 머릿속은 남은 작업과 강의 날짜를 들추고 있었습니다. 몇 곳의 여행지 후보들 중에서 뉴욕을 발견했을 때는 가슴이 뛰어서 앉아 있을 수가 없었어요.
가슴 설레게 했던 거리 사진들의 배경은 늘 이곳이었습니다. 종종 그 거리를 뛰어다니며 셔터를 누를 날을 상상했었죠. 한 번은 ‘나 홀로 집에 2’ 속 케빈처럼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바라 마지않았지만 어쩐지 그간 닿지 못했던 뉴욕에서의 두 달은 항공사 에어 프레미아의 한 마디 제안으로 시작됐습니다.
이번에 뉴욕을 여행하며 에어 프레미아를 처음 이용해 봤습니다. 높은 항공권 가격 때문에 미주 여행을 망설였던 저와 같이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경험이었습니다. 거기에 일반 이코노미보다 좌석 간격이 넓어 체격이 큰 편인 저도 열다섯 시간의 비행을 편히 보낼 수 있었어요. 귀국 항공편은 좌석 간격이 조금 더 넓은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타게 되는데 이후 서비스와 환경, 가격 등을 여행 이야기에 함께 담아 보겠습니다.
이곳 브런치 스토리에 연재한 스마트폰 사진 글들이 계기가 되어 다양한 곳에서 스마트폰 사진 촬영과 편집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뉴욕에서도 많은 사진들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있고 여행하며 배운 기술과 팁 등을 돌아가서 강의와 이곳 포스트를 통해 전하려고 해요. 나아가 전시와 출간 등도 준비하고 있으니 때마다 소식 전하겠습니다. 매일 들고 다니는, 많게는 하루에도 수백 장의 사진을 찍는 스마트폰은 이제 아주 좋은 카메라가 되었습니다.
바쁘게 여행하다 보면 끼니 거를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여기 뉴욕에선 잘 먹고 싶었어요. 겨울 방학이니까. 메뉴는 평소 좋아하는 햄버거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오늘까지 맨해튼과 브루클린, 퀸즈의 내노라하는 50여 곳의 식당을 방문해 버거를 먹어 봤어요. 아직도 가 볼 곳이 많습니다. 돌아가면 제가 만든 뉴욕 버거 지도를 한 군데씩 짚어 볼게요.
여전히 여행 중입니다
아직 여행은 20여 일이 남았습니다. 지난 60일보다는 짧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글과 사진을 보며 여행이 더 고파진 분들의 소망, 언젠가의 뉴욕 추억을 품고 계신 분들의 추천. 어떤 것이든 덧붙여 주시면 남은 여행 그리고 이야기가 더 풍성해질 것 같습니다. 뉴욕에서 무엇을 꼭 해 봐야 할까요?
본격적인 여행 이야기를 곧 시작할게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매주 금요일, 브런치 북 연재 시작했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nysee
에어프레미아로부터 왕복 항공권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