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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요일 Aug 27. 2015

16장. 모스크바 최고의 대학교 엠게우(МГУ)

크다, 크다, 정말 크다.

무시무시하게 큰 캠퍼스
모스크바 국립 대학교 엠게우(МГУ)에 가다


대학교가 모스크바의 주요 관광지라니 의외죠? 모스크바 남쪽에 위치한 모스크바 국립 대학교(Московский 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Университет, МГУ, 엠게우)가 바로 그 학교입니다. 러시아 최고의 대학교로서의 의미는 물론 러시아 혁명 이후 경쟁 국가에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세워진 스탈린 고딕 양식의 대표 건물 중의 하나로도 그 가치가 대단한 곳입니다. -'스탈린 시스터즈'라고 불리는 7개의 건물 중 하나라고 하죠-


외국 관광객이 서울대를 관광한다면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이 엠게우에선 당연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아마도 이 곳 관광객이 많아질수록 이 곳 학생들과 모스크바 시민들은 자랑스러움을 느끼지 않을까요? 여행 후반부에 접어들며 이제 '곧 떠나야 한다'는 상실감에 미리 빠져 있을 때쯤, 모스크바에 와 있는 느낌을 붉은 광장 못지 않게 강하게 줄 이 곳, 모스크바 국립 대학교를 찾았습니다. 사진에서 보았던 것보다 어마어마하게 크고,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모스크바 국립 대학교(러시아어: Московский 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Университет, МГУ, 엠게우)는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대학교이다. 최초 본 대학교는 붉은 광장 역사 박물관 자리에 위치했으며, 3개 학부(철학, 법학, 의학)로 출발하였다. 당시 학생은 귀족과 평민 출신 지식인으로 구성되었고, 학교에 관한 모든 사항은 교수회의에서 결정되었다. 1917년 10월 혁명 이후 국립대학교로 지정되었다. 1948년 구 소련 정부는 레닌 언덕에 대학 건물을 새로 세우기로 결정하였으며, 1953년 본관 완공에 이어 1970년 제1인문관, 1978년에 제2인문관 건물이 차례로 완성되었다. 이로써 현재 본 대학교는 구관과 신관으로 나뉘어 있다.   -출처 : 위키백과-


모스크바 국립 대학교는 자타공인 러시아 최고의 대학교입니다. 한국 만큼이나 학구열이 있다는 러시아의 국립 대학교라니, 이 넓은 땅에서 뽑고 뽑은 인재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생각하니 괜히 더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1953년 완공되었으니 벌써 60년이 넘은 건물이군요. 과거에는 신분에 따라 입학 제한이 있었다고 하니 정말 오래된 학교라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모스크바 국립 대학교와 가장 가까운 전철역은 빨강색 노선의 유니버시테트 (Университет)역입니다. 워낙에 큰 캠퍼스이다보니 전철역에서 내려 본관 건물에 가는데만 해도 약 2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건물만 큰 게 아니라 캠퍼스 전체가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캠퍼스 면적이 굼 백화점과 크렘린 궁을 포함한 붉은 광장 전체 면적보다도 지도상에 크게 표시될 정도니까요. 우리가 생각하기엔 대학교에 무슨 관광을 가나 싶지만, 실제로 이 엠게우는 스탈린 건축 양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그리고 가장 큰 건물로 관광 코스로도 인기가 많아 대학 건물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기도 한다네요. -하지만 제가 간 날은 날씨 때문인지 관광객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마치 이 학교 학생인 척 캠퍼스를 다녔고요-





















러시아 최고 대학교 다운 캠퍼스 덩어리(?)

엠게우 본관에 가는 길은 정말 멀었습니다. 날씨가 궂어 길이 재미가 없어서였을까요, 호텔에서 아르바트를 지나 붉은 광장으로, 거기서 또 사람에 막혀 크렘린 궁 주위를 돌아 들어가는 길도 잘 걸어갔었는데 -물론 추워서 죽을 뻔 했지만- 엠게우 본관(?)에 가는 길은 유난히 지루하고 길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이 길이 지루했던 이유 중 하나가, 흔히 우리가 '대학가'라고 하면 떠올리는 번화가 -라고 하고 술집이라 읽습니다- 가 없었기 때문인데요, 이 나라 학생들은 정말 공부만 하는건지 학교 주변에 별다른 식당이나 기타 편의시설조차 찾기 힘들었습니다. 그저 걷고 걷고 걸어서 캠퍼스를 들어갈 뿐이었죠. 아마도 식당이나 기타 부대 시설은 국립 대학교인 학교 내부에 모두 구비가 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쨌든 긴 걸음 끝에 모스크바 국립 대학교 캠퍼스에 들어섰습니다. 가로수가 울창한 길과 형형색색의 건물들이 마치 모스크바 외곽의 마을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워낙에 크다 보니 이 곳이 모스크바 시 관악구(?) 같은 느낌이었달까요, 걷다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가 캠퍼스인가 아직도 캠퍼스로 가는 길인가'. 돌아오는 길에 다시 보니 이 전체가 캠퍼스였습니다. 사실 전철역에서 약 20분간을 꼬박 걸어왔지만, 실은 전철역부터 캠퍼스가 시작되어 본관까지 오기까지가 20분이 걸리는 것이더군요. -대체 이 무시무시한 땅덩어리는 뭐냐-



내 생애 가장 큰 건물, 모스크바 국립 대학교 본관

오랜 시간 걸려 드디어 도착한 이 건물이 바로 모스크바 국립 대학교 건물입니다. 사실 건물이 워낙에 커서 도착 10분 전부터 보였지만 막상 이렇게 앞에 서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다른 설명보다도, 제가 태어나서 본 건물 중에 가장 컸습니다. 웬만한 거리가 아니고서는 한 눈에 다 들어오지도 않을 만큼 거대한 이 건물을 보니, 대체 어떻게 지었을까라는 궁금증부터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건물이 워낙에 높다보니 꼭대기 부분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도 않습니다.


근데 저 꼭대기에는 사람이 올라갈 수 있을까요? 문득 몇 층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단순히 큰 것 뿐만 아니라 스탈린 고딕 양식의 아름다움 또한 대단했습니다. 이렇게 큰 건물을 어떻게 이렇게 구석구석 작은 디테일마저 완벽하게 지었는지, 완벽한 좌우 대칭형의 건물 구조며, 국립 미술관에서나 있을법한 동상과, 제 호텔방 크기 정도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시계까지, 가까이 가서 보니 스탈린 고딕 양식의 완벽함에 또 한 번 놀라게 됩니다. 스탈린 시스터즈 7개의 건물 중 이 엠게우 건물이 가장 웅장하고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역시나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그 위압감이 대단하고, 이 건축물을 완성해 낸 인간에 대한 경이로움까지 느껴집니다. 학교 건물이지만 구석구석 옛 러시아의 위용을 뽐내기 위해 매우 화려하게 지어졌습니다. 이래서 이 곳이 관광지로 인기를 끄나 봅니다.


지금 사진으로 보시기에는 그저 러시아의 흔한 건물과 다름 없어 보일수도 있으나, 직접 보신다면 모스크바의 모든 건물을 압도할만큼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아 진짜 멋진데 설명이 안되네-


맑은, 아니 최소한 겨울만 아니면 볼 수 있는 엠게우 캠퍼스 풍경

광활한 캠퍼스와 스탈린 양식의 정점과도 같은 이 건물을 보니 날씨 좋은 봄날 이 학교 학생들은 이 캠퍼스에서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봐야 우리나라 대학생들처럼 동방에서 술마시기 바쁘려나요?- 이 날은 아마 이 엠게우가 일년 중 가장 안 예쁜 날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흐려도 어쩜 저렇게 흐린지 원망스러운 날씨와 내릴거면 계속 오기나 하지 녹기 시작해서 지저분하기만 한 눈 때문에 이 멋진 캠퍼스의 풍경이 제 빛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이제 언제 또 올지 모르는데 말이에요. 위 사진과 같은 멋진 풍경에서 저도 잔디밭에 누워 하루를 보내는 꿈을 잠시 꿔 봤지만, 부츠 사이로 눈 녹은 물이 새어 들어와 얼른 걸음을 옮겼습니다 :( 


모스크바 제 여행은 그래도 날씨가 많이 도와준다고 생각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추위는 풀렸지만 하늘이 저렇게 잔뜩 흐려서 오히려 관광하기엔 더 별로였습니다. 대표적인 날이 바로 모스크바 국립 대학교에 갔던 이 날이었어요.



러시아 땅덩어리만큼이나 지긋지긋하게 큰 건물

같은 러시아 땅이지만 블라디보스톡과 모스크바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로 꼬박 열흘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다고 하죠. 이 엠게우 캠퍼스를 걸으면서 그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분명 같은 캠퍼스인데도 본관에 걸어 들어오는데만도 수십분이 걸리고 -월요일 1교시 수업이면 짜증 좀 날듯?- 이 거대한 본관 주위를 한 바퀴 도는데만 또 길게는 한시간 가까이가 소요됩니다. 말도 안 나오게 큰 저 건물이 마치 성곽 형태처럼 사각형으로 되어 있어 면적 자체가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내부엔 광장같은 공간이 있는데, 아마 이 건물과 내부 광장만 대학교라고 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그 거대한 느낌을 다 표현할 수가 없을만큼 놀라운 규모입니다. -창문 숫자를 보세요, 저게 다 몇개여-

학교 곳곳에는 이렇게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아마 러시아 역사에 남은 위인이거나 이 학교 건축에 영향을 준 인물이겠죠? -누군지 잘 모르겠습니다-

건축물의 모양도 그렇고 캠퍼스 곳곳에 이렇게 동상이 세워져 있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대학교 캠퍼스의 풍경이라기보단 거대한 박물관 단지에 와 있는 느낌입니다. 마침 1월 초라 방학인지 학생들도 많이 보지 못했거든요. 모스크바 국립 대학교 학생들은 어떻게 생겼는지 많이 보고 싶었는데 아쉽습니다. 갑자기 이 학교 졸업생과 결혼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버렸습니다. XD


관광지로도 유명한 곳이라 캠퍼스에 들어올 때는 특별한 제지가 없었습니다만, 학교 건물 내부에 들어가는 것은 엄격하게 통제가 되었습니다. 학생증이 있어야 건물 내부에 들어갈 수 있고, 본관 건물이 둘러 싸고 있는 내부 공간 역시 사진과 같이 굳게 문이 닫혀 있었어요. 저는 이 건물의 아름다움도 그렇지만 내부는 또 얼마나 완벽하게 지었을지 몹시 궁금했는데 아무나 내부를 볼 수가 없군요. 물론 면학 분위기 조성 상 당연한 정책이겠죠. 그렇다고 확 이 학교에 입학해 버릴 수도 없고, 못내 아쉽습니다. 과연 저 안에는 어떤 세상이 있을까요? :( 

캠퍼스가 워낙 크다보니 본관 외에도 많은 건물이 있습니다. 본관 좌, 우측에 있는 것이 제 1,2 인문관이라고 하는데요, 이 건물들 역시 웬만한 대학교의 본관이라 해도 믿을 만큼 거대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이 건물들 말고도 캠퍼스 외곽까지 크고 작은 건물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마도 단과대와 강의동 쯤 되려나요? 대체 이 건물을 다 쓰기는 하는건지, 이 대학 총원은 대체 몇명인지 궁금해집니다. 엠게우와 양쪽 인문관 건물은 같은 건축 양식으로 통일성 있게 건설되어 이 캠퍼스의 위용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합니다.



캠퍼스의 낭만?

아쉽게도 이 날은 이 학교를 방문하기에 아주 안 좋은 날이었던지, 날씨 때문에 이 멋진 캠퍼스의 아름다움을 반토막 만큼도 보지 못했고, 방학인지 학생들도 없어서 마치 불청객이 된 것 같았습니다. -학교 안이나 들어가 봤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아무래도 이 날씨가 금방 활짝 갤 것 같지는 않아 엠게우 본관 건물을 크게 한 바퀴 돌고 돌아가기로 했는데요, 그 길에 본 캠퍼스 풍경을 몇 장의 사진으로 함께 보시겠습니다. 가볍게 한바퀴라고는 했지만 이 건물을 한 바퀴 도는 데만도 한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게다가 여기저기 멀티(?)가 있는 건물부자 학교

이런 어마어마한 캠퍼스를 갖고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아니면 그 건물이 부족할 정도로 학생들이 많은 건지- 모스크바 시내에서도 엠게우 건물들이 있습니다. 사진 왼쪽에 보이는 건물이 바로 그 중 하나인데요, 마네쥐 광장 건너편의 트베르스카야(Tverskaya) 거리에 몇 동의 건물이 있다고 합니다. 각 단과 대학의 별관 혹은 기숙사 건물이라고 하는데요, 모스크바의 대학교들이 원래 이렇게 대형 캠퍼스 없이 밀집한 건물 몇 개로 구성되어 있고, 엠게우만 거의 유일하게 캠퍼스를 갖고 있다고 하네요. 우리에겐 좀 생소한 풍경이지만, 이 곳에선 이렇게 시내 곳곳에 학교 건물이 있는 것이 자연스럽겠죠. 다만 학교 입구에는 경찰들이 꼼꼼하게 학생 외 인원의 입장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본관의 규모와 시내 곳곳에 있는 학교 건물까지, 여러가지로 저에겐 신선한 대학 풍경이었습니다.


엠게우 캠퍼스를 둘러싼 펜스(?)에서 발견한 풍경, 이렇게 한국 아저씨의 모스크바 대학 캠퍼스 참관기는 끝이 납니다.




모스크바 최고의,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학교



세계의 많은 대학교를 가보거나 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스탈린 고딕 양식의 정점을 보여주는 이 엄청난 크기의 건물과 작은 도시 하나의 면적과도 같은 엄청난 캠퍼스를 가진 이 모스크바 국립 대학교보다 더 아름다운 학교가 있을까? 아마 있다면 학교로 쓰기에는 너무나도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제 생애 가장 큰 건물이었던 엠게우 건물은 스탈린 건축 양식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건물로, 모스크바를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되었습니다. 비록 날씨와 계절 탓으로 이 캠퍼스의 진면목을 볼 수 없었습니다만, '세상에 이런 곳이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느슨해져 가던 제 모스크바 여행 후반의 고삐를 바짝 당길 수 있었던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바람이 하나 있다면 날씨 좋은 날, 이 건물이 잘 보이는 캠퍼스 잔디밭에 누워 하루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엠게우를 다녔던 미모의 러시아 여성에게 이 학교에서의 추억들을 듣게 된다면 더욱 행복한 시간이 되겠죠?


이렇게, 불운했지만 어딘가 희망적인 여행 후반의 하루가 또 지났습니다, 이 잊지 못할 학교에서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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