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일할게, 너는 놀아.

자율보육날의 기록

오늘 바다는 어린이집에 가지 않았다.
전날부터 앓던 바이러스, 그리고 어린이집 앞에서 느낀 불편감이

바다를 멈춰 세웠다.
강한 울음 앞에서 나는 오늘도, 어제에 이어,

내가 그리던 하루를 살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무거운 발걸음을 돌리며 나는 말했다.
“어린이집에 안 가면 혼자 놀아야 해.

엄마는 일을 해야 하니까, 너는 알아서 해.”
바다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단호하게, 안방으로 들어가 내 하루를 시작했다.


세미나 강의 듣기, 상담 녹취록, 스크립트 수정.
바다는 혼자 놀이방에서 블럭을 쌓다가
점점 나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가지 않았다.
엄마는 일하고 있고, 함께 놀 수 없다는 말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아이에게 전한 날이었다.


점심은 식탁 위의 빵으로 대충 해결되었고,
나는 몰래 캠으로 아이의 안전만 확인했다.
바다는 7시간 동안,
외롭고도 성숙하게 나와 거리를 두며 하루를 견뎠다.


오후 4시, 방문을 열자 바다는 날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한테 뽀뽀해줄래.
엄마 화 풀리게.
엄마 기분 좋아졌으면 좋겠어.”


그 말에 나는 무너졌다.
고마움, 미안함, 대견함이 뒤엉킨 감정.
나는 어떤 엄마로 살고 싶은가,

나는 바다에게 어떤 삶의 태도를 가르치고 싶은가,

그리고 나는 어떻게 나의 삶을 이어가고 싶은가.


바다에게 오늘은
엄마가 날 놔뒀지만 결국 날 지켜보고 있었다는
복합적인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것이 나쁜 기억이지만은 아닐 거라는 걸
나는 느낀다.


마음을 꺾지 않고,

하지만 그 마음이 현실과 만나는 방식을

늘 함께 조율하는 것

그것이 오늘의 내가 바다에게 주고 싶었던 방식이었다.



“바다야,
오늘 네가 혼자 있었던 그 시간 동안,
엄마는 늘 너를 지켜보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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