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감기가 지나가고

비로소 보이는 것들


바다의 스스로를 달래는 힘



오랜만에 바다가 아팠다.

기관에서 열감기가 돌았고, 수요일 오후 갑자기 39도가 넘는 열에 아이를 급히 데려왔다.

바다는 잠부터 자고 싶다고 했다.



깊이 잠든 뒤 병원에 갔더니, 역시 열감기였다.

돌아보니 최근 1년 넘게 소아과를 찾은 적이 없을 정도로 건강했던 바다였다.

그래서 더 당황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열은 생각보다 오래 갔다.

수·목·금·토·일, 나는 계획했던 일상을 내려놓고 집에서 바다를 돌봤다.

오랜만에 가제수건에 물을 묻혀 열을 식혀주고, 수시로 체온을 쟀다.

쉽게 떨어지지 않는 열에 마음이 덜컥 내려앉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바다는 잘 이겨낼 거야’ 하는 굳은 믿음이 내 안에 있었다.



그리고 바다는 늘 그렇듯, 내 기대를 넘어섰다.

아프고 힘들었을 텐데 잠도 잘 잤고, 보채지도 않았다.

어릴 때도 안아달라 보채기보다 스스로 달래며 잠들곤 했던 아이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섬세한 바다는 아픔과 고통을 더 세밀하게, 더 진하게 느꼈을 거라는 사실을.

나는 그동안 바다가 잘 버티고 잠들었다는 것에 안도했지만,

아이의 마음속에는 남다른 감각의 파도가 밀려왔을 수도 있겠구나.

그걸 나는 간과할 뻔 했다.



그러고 보면 바다는

감정을 깊이 느끼는 축과,

내면으로 몰입해 스스로를 정리하려는 축이 함께 있다.

바다가 아플 때 스스로 눕고 잠들며 이겨냈던 건,

그 셀프수딩이 작동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이번 열감기는 바다에게 어떤 경험으로 남았을까.


“나는 아파도 잘 버틸 수 있는 아이야.”

“엄마는 곁에서 나를 지켜주고 있었어.”


바라건데, 이건 기억으로 남기를..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