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양파 같은 영화다.
1. 이 좁은 땅의 그리 오래되지도 않은 나라에 집집마다 제사가 같은 날인 지역이 이렇게도 많다. 이 동네는 1950년 7월 20일이 그날이다. 할아버지에겐 그날이 뼈에 사무치는, 자다가도 외치는 시간이다.
2. 아버지는 두부 공장 가업을 잇지 않고 서울 대학으로 갔다가 민주화 운동으로 다리를 전다. 술만 취하면 정신을 잃고 개처럼 되어 버려 외치는 소리들에 그 시간들이 있다.
3. 머리카락 한 올 떨어 뜨리지 않겠다며 꽁꽁 싸매고 위생 환경에서 만들어낸 두부를 외출했다 이제 막 돌아와 털지도 않은 몸으로 들어와 씻지도 않은 손으로 한 꼬집 뜯어먹는 것에서부터 그들의 세대는 다르다. 두부는 훼이크다.
4. 내 자식보다 내 장손. 나를 위해 제사상을 차려 줄 그 장손이 최고인 것은 어느 세대까지 일까. 늘 봄처럼 화창 하길 바라며 딸에게 의지하지만 결국 돌고 돌아 겨울 같은 아들에게 돌아가는 건 어느 세대까지 일까.
5. 가부장제 풍자인척 하지만 그건 또 아니다. 그래서 상상할 수 있는 시놉시스 범위가 아니라 재밌었다. 계속되는 일련의 사건들이 만들어내는 갈등을 소화해 내는 캐릭터들의 방식이 재밌다. 남아있는 식민지 흔적, 남아있는 독재정권과 함께 가부장제 잔재는 언제까지 갈지. 영화는 가족 얘기인 척 이 얘기 저 얘기 잘도 하고 있더라.
6.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장년층 이상의 특정 정서를 비집고 들어가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감정은 감정대로 가장 먼저 생길 것이다.
7. 익스트림 롱샷을 잘 쓴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