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를 믿어 본 적은 한 번도 없지 싶다. 내가 기억하는 아주 오래전에도 산타는 없고, 부모님이나 그에 가까운 관계의 사람이 주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만약 정말 산타가 있었다면, 나는 어린 시절 내내 못된 아이였기 때문에 한 번도 선물 받지 못했던 거겠지.
그래서일까?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어느 날, 시내에서 만난 산타를 또렷하게 기억한다. 어쩐 일인지 크리스마스에 부모님은 나를 데리고 시내에 나갔다. 이것저것 구경을 하다 어떤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그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렸을 때 그 앞에 산타가 있었다. 정확히는 구석 어딘가에 앉아 있었다. 지금 생각으로는 산타로 분장하고 일하다가 쉬는 중이었던 게 아닐까 싶다. 나와 눈이 마주친 산타는 손을 들어 "허허허"하고 웃어주었다. 그러더니 빨간 주머니에서 커다란 막대 사탕을 꺼내 내게 내밀었다. 기쁘게 받진 못했다. 눈치를 봤으니까. 만약 돈을 내야 하는 사탕이라면 나는 그 사탕을 받을 수 없었다. 그 나이에도 그걸 알았던 거지. 그런데 산타는 내 손에 사탕을 쥐어 주고 빨간 장갑을 낀 손으로 내 머리를 톡톡 만지더니 갔다. 산타가 사람들 사이로 사라진 후에도 내 손에는 막대 사탕이 쥐어져 있었다. 엄마는 내게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셨다며 좋겠네! 하고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여전히 크리스마스에 뭔가를 하지는 않는다. 어떤 감흥도 없지만,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특별히 케이크를 사다 먹고, 선물을 교환하는 등 이런저런 것들을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그런 걸 좋아하는 친구나 그룹, 애인이 있었을 때 몇 번 그렇게 해봤던 정도. 하지만 그 산타와 내 손에 쥐어졌던 막대 사탕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잊지 못할 것 같다. 누군가 크리스마스의 추억에 대해 묻는다면, 단연코 가장 첫 번째로 어쩌면 유일하게 끄집어 내게 될 기억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