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의 외피를 쓴 보니 앤 클라이드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이 영화는 전통적인 의미의 크리처 영화와는 거리가 있다. <더 브라이드>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서 출발하고, 특히 고전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신부>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것을 충실하게 재현하려는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그 세계를 하나의 틀처럼 사용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펼치는 쪽에 가깝다.
영화의 배경은 고전 크리처 영화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하지만 이야기의 관심사는 전통적인 <프랑켄슈타인> 서사와는 다르다. 원작이 인간과 괴물의 경계, 창조와 책임 같은 철학적 질문을 중심에 두었다면, 이 영화는 '브라이드'라는 존재가 사회 속에서 어떤 반응을 만들어내는지에 집중한다.
흥미로운 점은 '브라이드'의 외형이다. 익숙하게 알고 있는 '브라이드'는 봉합된 몸과 인위적인 탄생의 흔적을 드러내는 캐릭터였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브라이드'는 거의 인간처럼 보인다. 전형적인 해방 서사를 가진 것도 아니다. 크리처의 이질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캐릭터의 태도와 에너지로 존재감을 만든다. 그녀는 어떤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인물이라기보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말을 그대로 쏟아내는 존재처럼 보인다. 때로는 영매가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 말문을 터뜨리는 순간들도 있다. 감정을 정리해 전달한다기보다 몸을 통과해 바로 튀어나오는 듯한 방식이다. 그래서 '브라이드'는 어떤 이념을 설명하는 캐릭터라기보다 그 자체로 하나의 에너지처럼 느껴진다. 따라서 영화는 크리처의 탄생이나 과학적 실험보다 이 존재가 사회 안에서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 이야기의 구조도 전통적인 크리처 서사보다는 범죄 로맨스의 리듬에 가깝다. 아웃사이더로 존재하던 두 인물이 함께 폭주하는 흐름은 자연스럽게 <보니 앤 클라이드>같은 아웃로 커플 서사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영화는 공포나 호러의 긴장보다는 두 인물이 만들어내는 관계와 충돌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이 지점에서 영화의 메시지도 드러난다. '브라이드'는 애초에 규범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존재처럼 보인다.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쏟아내고, 주변의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의 행동은 어떤 선언이나 이념처럼 보이기보다 단순히 존재 방식에 가깝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래서 직접적인 구호에 가깝지 않다. '브라이드'가 어떤 운동을 이끌거나 사회를 바꾸려는 인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영화는 한 존재가 규범에서 조금 벗어나 있기만 해도 사회가 얼마나 크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준다. '브라이드'는 해방의 상징이라기보다, 존재만으로 주변을 흔드는 촉발자에 가깝다.
반대로 남성 캐릭터들은 거의 모두 비슷한 방식으로 반응한다. 직업이나 위치 상관없이 그들은 '브라이드'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통제하거나 소비하려 한다. 그녀를 위협적인 존재로 보거나 성적인 대상으로 보거나, 혹은 단순히 조롱의 대상으로 취급한다. 영화 속에서 남성 캐릭터들이 특별히 개별적인 인물로 그려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하다. 그들은 각각의 캐릭터라기보다 하나의 사회적 태도를 대표하는 집단처럼 등장한다. 심지어 '프랑켄슈타인'도 다른 남자 캐릭터들과 별 차이가 없다.
다만 영화 자체가 아주 낯선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고전 작품을 변주한 설정이나 범죄 커플 구조, 사회적 메시지 등은 최근 영화에서도 종종 사용되는 방식이다. 그래서 이야기 자체만 놓고 보면 예상보다 안정적인 범위 안에 머문다는 인상도 남는다.
그럼에도 '브라이드'를 연기한 '제시 버클리'는 거의 모든 장면에서 강한 에너지를 끌어내며 이 영화가 기억에 남도록 만들었다. 목소리의 톤과 발성, 감정을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캐릭터를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인물처럼 보이게 만든다. '프랑켄슈타인'으로 나오는 '크리스찬 베일'이 강렬한 분장을 하고 등장하지만 결국 화면을 장악하고 이야기를 장악하는 쪽은 '브라이드'다.
영화 중간에 등장하는 흑백의 '브라이드'는 조금 다른 결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야기의 흐름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보다는 일종의 내면 이미지처럼 보이는 순간들이다. 만약 이 영화를 <프랑켄슈타인>을 변주한 이야기로 본다면, 그 흑백의 이미지는 또 다른 층위로 읽힐 여지가 있다. '브라이드'를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하나의 상징으로 본다면, 그 장면은 마치 이야기의 바깥에 있는 시선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를테면 '메리 셸리'같은. 확정적으로 설명되는 장치는 아니지만, '브라이드'라는 인물이 단순한 크리처같 아니라 하나의 서사적 상징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영화의 인상은 조금 묘하다. <프랑켄슈타인>을 과감하게 뒤집은 작품이라고 말하기에는 그 연결이 느슨한 편이고, 완전히 새로운 영화라고 하기에는 익숙한 구조 위에 있다. 이야기 자체만으로 보면 크게 놀라운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가장 강하게 남는 것은 설정이나 메시지보다 '브라이드'라는 캐릭터, 그리고 그 캐릭터를 끝까지 밀어붙인 '제시 버클리'의 연기다.
결국 이 영화는 <프랑켄슈타인> 이야기를 다시 쓰려는 작품이라기보다 그 작품을 하나의 외피로 삼아 다른 이야기를 펼치는 영화에 가깝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크리처보다 배우가 있다. 결국 이 영화는 '제시 버클리'의 에너지로 완성된다.